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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하트가 콕 박힌 백설기떡을 이웃과 나눠 먹고, 뒷동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모아 화전을 만들며 연신 웃음꽃을 피우는 이곳은 서울 구로구 궁동에 있는 서울형 공동체주택 새맘뜰이다.
한 지붕 여덟 가족이 따로 또 같이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서울형 공동체주택 새맘뜰은 개인과 개인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공동체주택으로 만들어 층층이 연대하며 느슨한 듯 견고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새맘뜰처럼 공동체주택에 살고 싶다면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어떤 점을 고민해야 할까? 마음 속에 피어나는 물음표를 해결하기 위해 햇살 좋은 봄날과 잘 어울리는 새맘뜰을 찾았다.
가끔씩 옥상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거나 텐트 안에서 즐기는 일은 새맘뜰에서는 즐거운 일상이다. Ⓒ새맘뜰공동체주택
‘나’를 넘어 ‘우리’로 살아 행복한 일상
새맘뜰은 우리끼리 재밌게 살아보자고 마음 먹은 이들이 모인 곳이다. 혼자이기보다는 함께 무엇이든 같이 하고 싶었고, 나를 넘어 우리로 살아가며 정을 나누고 싶었던 여덟 가구가 같이 살자는 꿈 같은 바람을 현실로 이룬 이들이 사는 곳이다.
궁동의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 얕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하얗게 빛나는 6층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2021년 준공된 공동체주택 새맘뜰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라는 모토 아래 살아가고 있다.
공동체주택을 꿈꿔본 사람들은 그 과정을 잠시 상상해 볼 것이다. ‘먼저 땅을 사야 하고, 집을 지어야겠지, 집을 짓는 큰 비용은 어떻게 부담해야 하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이내 너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집을 짓고 같이 사는 것은 그렇게 꿈같이 요원한 일이다.
그 쉽지 않은 과정을 하나씩 이뤄 마침내 한 건물에 여덟 가구가 모여 사는 새맘뜰의 윤원식 대표는 “저희에게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개인이 살 집을 짓는 과정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집 짓고 나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물며 여덟 가구가 사는 집을 짓는 일은 어땠을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구로구 궁동에 있는 새맘뜰은 3년차 공동체주택이다. Ⓒ김은주
새맘뜰의 윤원식 대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은주
새맘뜰 공동체주택에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세대가 살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세대가 모일 수 있었을까? 새맘뜰 공동체주택에 거주하는 20명은 모두 서로의 기본적인 생각과 삶의 모습을 이전부터 잘 알고 있는 지인 관계였다.
또한 이들 모두는 공동체주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것에 관심을 보인 이들은 ‘함께 모여 재미있게 사는 마당’이라는 의미의 새맘뜰을 현실에서 제대로 실현시켰다. 그렇게 다양한 연령층이 아래 위층에 모여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뜻을 가지게 되면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평소 공동체주택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정보를 나누며 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때 마침 서울시에서 주관한 공동체주택 아카데미 행사에 참여하면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은 공동체주택에 거주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다.
공동체주택 새맘뜰은 함께 모여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김은주
“공동체주택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먼저였어요. 여러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모여 살 때 더 재미있겠다 싶었죠."
공동체주택의 첫 시작은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막막할 것 같다는 말에, 윤원식 대표는 “공동체주택을 고려할 때 집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를 결정할 때,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윤 대표는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그들과 함께 뜻을 모아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가구원들이 다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용공간인 ‘소담’은 ‘소담스럽다’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옥상도 공용공간인데, 이곳은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도 하고 바비큐 파티를 여는 곳으로 ‘올랑’이라 부르고 있다. 새맘뜰의 여러 공간은 같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름을 지었기에 모두에게 친근한 공간이 되어 준다.
공용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 새맘뜰은 1층에 공동체 공간인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옥상에 정원을 꾸며 공용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새맘뜰은 공용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은 후 각자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김은주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서는 이루기 힘든 것이 공동체주택이다. 일단 다같이 모여 살 수 있는 땅을 서울 안에서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구로구 궁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새맘뜰은 민간임대형인 다세대주택으로, 지상 5층 규모에 총 9호(8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집 뒤로 숲이 있어 숲세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자세히 보면 ㄱ자로 꺾인 땅에 집을 지은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집을 짓기 좋은 네모난 땅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 곳을 발품을 팔았고, 많은 곳을 보고 또 보며 적당한 땅을 찾는 일에 애썼다. 임장을 많이 다닌 만큼 땅 보는 눈도 점점 좋아졌다. 그렇게 해서 운명처럼 궁동의 이 땅을 만나게 되었다.
“최소 100평 정도의 땅이 필요한데 그런 땅이 나오면 다 빌라 업자들에게 돌아갔어요. 빌라 짓기에 좋은 평수거든요. 적당한 땅이 많지 않아서 많이 알아봤습니다. 6개월만에 이 땅을 운명처럼 만났어요. 성심성의껏 소개해준 공인중개사 덕분에 이 땅을 만날 수 있었어요. ㄱ자형 모양이 안 좋아서 시중에 안 나와 있었던 땅이었기에 우리에게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꾸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땅이 보이게 되고,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새맘뜰은 대지 315㎡에 연면적 902㎡으로, 토지비를 포함해 당시 30억 원이 넘는 건축비가 들었다. 여러 절차를 통해 서울시의 보증으로 총 사업비의 9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고, 대출이자 역시 서울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새맘뜰과 같은 민간임대형의 경우, 서울시의 이자 지원은 준공 후 8년까지다. 서울시에서 전세를 살려고 해도 지금 집값만큼의 큰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으로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공동체주택의 큰 장점이다. 서울시가 이자 비용을 지원해 주는 8년 동안 열심히 갚을 만큼 갚는다는 것이 입주자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공용공간인 ‘소담’에서는 함께 식사를 하고 운동, 독서도 하는 등 다양한 모임 활동을 한다. Ⓒ김은주
서울시의 공동체주택 지원사업을 알게 되다
같이 살고 싶은 멤버가 결정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세심하게 알아봐야 할 것은 공동체주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건축에 필요한 절차와 서울시의 지원 혜택 등 행정적인 면이다. 아울러 왜 공동체주택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생각을 충분하게 나누고, 그것에 대한 모두의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다.
“공동체주택을 원한다면 ‘건물이 먼저가 아니라 공동체가 먼저다’라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하셔야 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왜 같이 살고 싶은 건지, 어떠한 장단점이 있을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많은 건축을 하다 보면 수많은 걸림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럴 때 서로 같은 꿈을 가지고 한 곳을 바라보며 응원을 해야 하나하나 일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윤 대표의 말처럼 ‘같이 집을 짓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지속해서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지원허브 ‘집집마당’ 매니저들이 공동체주택을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공동체주택 간 교류와 커뮤니티 활동에 도움을 준다. Ⓒ김은주
“공동체주택을 짓는 절차에 대해서 많이 알아봤어요. 어떻게 해야 서울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서울시에서 주최한 사전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총 사업자금의 90%까지 대출 지원을 받았고, 대출 금리에서 2%를 서울시에서 지원을 해줘서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어요. 공사 비용과 이자 부분에 있어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았기에 공동체주택의 건축이 가능했고, 다행히도 좋은 설계사와 시공사를 만나 지금의 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지원허브인 ‘집집마당’에선 공동체주택을 위해 입주자 간담회, 강연,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새맘뜰공동체주택
윤 대표는 “공동체주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설계사를 만나야 성공적인 공동체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조언도 건넸다. 함께 지내는 공간이면서도 각자의 삶과 취향을 존중하는 공간의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설계사와 시공사를 결정하고 나면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에는 변수가 많기에 시간적 여유를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새맘뜰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집집마다 실내 구조를 다르게 디자인했고, 층별로 프리미엄이 있어 남향이 있는가 하면 복층 구조와 테라스가 있는 등 개성에 맞게 선호하는 집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함께 사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압도적으로 좋아요.
공동체주택에 산 지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아직도 함께 사는 것이 좋은가’를 묻는 질문에 “함께 사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압도적으로 좋아요.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서 즐거웠어요. 대부분이 재미있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떠오릅니다. 살면서 서로에게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며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함께 한다는 것의 좋은 점들이 많아서 다 덮을 수 있었습니다. 여럿이 같이 살게 되니 불편한 부분이 왜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같이 사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이라 여기며 서로를 돌아보게 돼요. 그렇기에 서로의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 집에 있던 책들로 공용공간에 서재를 꾸몄다. 이곳에서 독서모임을 하기도 한다. Ⓒ김은주
함께 살고자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새맘뜰을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맘뜰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함께 살아가는 표준 규약을 만들어 원칙을 지켜 나가고 있다. 새로운 입주자를 선정할 때는 기존 입주자들 모두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공동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입주자를 선정해야 한다. 윤 대표는 서울시에 공동체주택이 더 많아져서 수요자층이 자연스레 형성돼 나가고 들어오는 절차가 어렵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새맘뜰의 커뮤니티 활동은 의무 사항은 아니다.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하고, 혼자 있고 싶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유연함이 때로 유발되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었다. 공용 관리비는 살고 있는 면적의 비율로 부과되고, 공용 공간은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해 청소를 담당한다.
공용공간인 ‘소담’에서는 다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밥을 먹을 수 있다. Ⓒ김은주
공동체주택에 살면서 먼저 경험해본 선배로 서울시의 공동체주택 지원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윤 대표는 “아무래도 대출이자 부분이죠. 공용공간을 갖추는 데도 상당 부분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요. 이렇게 살고는 싶은데 선뜻 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서울시에서 지원해줘 유인책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주택에 대한 생각만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재미있게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법적인 면을 더 많이 제시해주는 것도 필요해요"
새맘뜰에는 대표, 부녀회장, 관리소장, 이장 등 입주자 모두가 각각의 임무나 직함을 가지고 있다. 직함에 따른 역할이 분명해 각자 해야 할 일을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다. 공용공간에 대한 사용 관리는 사용한 사람이 청소를 하고, 계단 청소나 분리수거와 같은 일들은 입주자들이 돌아가면서 맡아 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함께 다같이 모여 밥을 먹게 될 때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한다고 한다.
윤 대표는 공동체주택에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새맘뜰공동체주택
서울시의 공동체주택 지원 정책, 집집마당
새맘뜰처럼 공동체주택을 희망한다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집집마당은 서울형 공동체주택을 희망하는 이들의 처음 시작부터 입주해 사는 일상까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공동체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집수리 교육이나 효과적인 커뮤니티 활동으로 공동체를 돈독하게 하는 법처럼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실시하고 있어요" 서울시 공동체주택 지원허브인 집집마당의 박영근 매니저는 공동체주택을 처음 시작할 때 상담부터 건축, 관계법령 검토, 설계, 준공 이후까지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커뮤니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공동체주택을 해마다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준공 중인 것을 포함해 총 46개의 서울형 공동체주택이 있다.
공동체주택에는 육아형, 예술가형, 사회초년생형 등 저마다 모여 사는 이유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다음편에서는 공동육아를 위해 모여 사는 '안녕공동체주택'을 만나보고, 서울시 공동체주택 지원허브 '집집마당'에 대해서도 좀더 알아보려고 한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안내
○ 공동체주택이란 : 입주자들이 공동체공간과 공동체 규약을 갖추고 입주자 간 공동 관심사를 상시적으로 해결하여 공동체 활동을 생활화하는 주택
○ 공동체주택플랫폼
○ 공동체주택 지원허브 '집집마당' 서비스 : 공동체주택 관련 정보 제공, 아카데미 운영, 네트워킹 모임 운영, 상담 및 컨설팅 지원 등
○ 서울형 공동체주택 사업자 지원(인증제/금융지원) 안내
○ 공동체주택 문의 : 02-439-9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