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송호근 서울대교수가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 34차 종합학술대회에서 대표강연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
의약분업과 의료대란 이후 14년 동안 한국의 의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그대로일 뿐만 아니라 모순의 내면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34차 종합학술대회에서 '한국 미래사회와 의료체제의 대응적 과제'를 주제로 대표강연을 통해 "보험료 인상없이 공공성과 의료복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 정책이 맞물리면서 의료계는 쥐어짜이고,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근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라는 저서를 통해 의료대란의 원인과 한국 의료현실의 모순을 파헤치고, 의사와 국민이 원했던 핵심적 쟁점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음을 지적했던 지식인.
"돈은 안내면서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인식이 너무 강해 누구도 바뀌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의사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한 송 교수는 "의료대란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의료현실은 나아진 게 거의 없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의사 외에는 의료문제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송 교수는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리고 수가인상을 전격 단행해야 하지만 국민은 의료체계와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며 "보험료는 안 올리면서 무상의료를 할 수 있다는 정책이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고, 양질의 서비스와 맞교환 해야 한다"고 밝힌 송 교수는 "시민단체와 국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사회가 감당해야 할 미래의 문제로 인구 고령화·의료 재정·의료기술과 서비스를 손꼽은 송 교수는 원격진료를 포함한 모바일헬스 시장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의료계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교수는 "창조산업의 핵심은 의료와 교육"이라며 "의약분업 이후 거의 달라지지 않고 있는 한국의료의 모순을 벗겨내기 위해서는 영리자회사 정책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기 보다는 보험료를 올리고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해 줄 수 있도록 정면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송 교수는 특히 "의료분야 사회과학자들과 함께 의료계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려 여론을 조성하고, 국회에 여론을 전달함으로써 모순된 의료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료의 지속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의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데 대한의사협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