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 계곡에 짐을 벗고 앉아 쉴때 였다
"아저씨, 그배낭 제가 메고 가면 않될까요?"
바짝 마른 사내가 나를 보자 대뜸 알은체를 헀다.
짐이없으니 안정감이 없어서 못 걷겠다는 거다.
나는 농담같은 그의 호의를 사양하고는 내내 걸었다.
"짐을보니 세상을 사실줄 아는 분 같구료."
짐을 싸고 있던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분이 인사삼아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산장앞 나무의자에 나를 짓눌러온 베낭을 내리며 물었다.
"무슨 뜻이지요?"
"짐없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들이 있어서...."
그분은 말끝을 흐렸다.
"세상을 살아 보면 말이지요, 제한몸으로 사는게 아니라
짊어진 삶의 무게로 살고있음을 느낄 때가 가끔 있지요."
"산도 마찬가지라우, 짊어진 짐의 무게가 있어야 넘기 쉽다우."
그러고는 비 오는밤 숲길을 베낭을 메고 훌훌히 떠났다.
산장에 들어 자리를 폈는데 후둑후둑 비가온다.
뜨락에 나와 그분이 가고있을 비선대쪽을 바라봤다.
컴컴한 물소리와 나뭇잎에 듣는 빗방울 소리뿐 아무 인기척도없다.
그때 갑자기 수렴동 대피소에서 만났던 바짝 마른 사내가 떠올랐다.
짐이없어 걷기가 힘들다던...
그도 무거운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온 버릇이 있는게 분명했다.
2박3일일치의 베낭을 다시 한번 들어본다.
이 무게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것 같다..
(좋은 생각 중에서)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간 해보리라` 맘먹은 일들이
하나둘 내 안에 소망으로 쌓여가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매일아침 눈뜰 때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할줄 아는
낙천적인 우리의 모습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힘겨움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루고
일터로 향하는 일상의 시작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사소한 것들에서도 `난 행복해`라고 느낄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음들을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오늘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간..
그렇게 준비하는 오늘 역시 행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불행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더 불행해질 여지가 남아있다.
아주 작은 일에도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불행도 위력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아주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어차피 여러 가지 형태의 불행을 감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행이란 알고 보면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진
행복만한 크기의 나무그늘 같은 것이다.
[이외수] 불행이란 - [흐린 세상 건너기]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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