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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호 전 서초구청장님
조남호 전 서초구청장님은 1995.7. 1 ~ 2006.6.30까지
민선 1,2,3 대 서초구청장을 지내셨다.
[우면산 트러스트 운동으로 32억 모금]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책을 내신 거 아닙니까.
『전혀 아니에요. 3選 구청장으로서 임기 마지막 해를 맞으면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내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펴낸 겁니다』
―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장애인 전용 치과 개설, 양재천 수질 개선 등 많은 사업들을 성공시켰는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뭐였습니까.
『제가 한 사업들은 대개 아이디어 사업이었어요. 아이디어 사업을 하려면 첫째는 우리 직원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직원들은 편한 게 좋죠. 일을 굳이 벌이려고 안 하는 게 속성이죠. 그래서 직원을 설득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었는데, 직원이 「오케이」라고 사인을 하면 그건 순풍에 돛단배식으로 사업이 추진됩니다』
―제일 힘들었던 사업은 뭐였습니까.
『우면산 트러스트 운동이었어요.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조성을 위해 民官 합동으로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벌이는 거였는데, 총면적 155만 평 가운데 88%인 136만 평이 사유지였어요. 자연히 개발 요구가 잇따랐죠.
자연을 보호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서초구민 1인 1계좌 갖기 운동」, 「환경음악회 개최」 등을 통해 지금까지 2만여 명이 참여했고 서초구청이 출연한 17억원을 포함해 32억여원을 모금했어요.
첫 결실로 운동 시작 3년 만인 지난 3월 1차 우선 매입 대상지인 우면산 초입 토지를 소유주인 GS칼텍스와의 협상 끝에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운동은 6월2일 「서울사랑시민상 환경부문」 본상을 수상합니다』
서초구는 관내인 청계산에 서울시가 조성하려던 원지동 추모공원을 놓고 마찰을 빚어 왔다. 원지동 추모공원은 납골당과 화장장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원지동 추모공원 조성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잠복기에 들어가 있어요. 제가 서울 시장을 한다면 그런 어리석은 일은 안 합니다. 추모공원을 조성하려는 위치를 직접 가서 보면 알게 됩니다. 그 아름다운 청계산 한복판에 화장장을 건립하겠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거야말로 지역이기주의 아닙니까.
『아니죠. 직접 가서 현장을 보세요. 제가 화장장 건립을 반대할 때 외국의 힘도 빌렸어요. 제가 그곳에 파리 대학 교수 두 분을 모시고 가서 현장을 보여 주었어요. 그때가 봄철이었는데 그중 한 교수가 대뜸 「야, 샹젤리제에 납골당을 만들어야겠구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곳에서는 구청을 市라고 보는데,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市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이렇게 명산이 있는 줄 몰랐다. 이거 국립공원 아니냐. 우리 프랑스에서 이렇게 좋은 국립공원을 하나 만들려면 몇 조가 들어가야 한다. 이런 걸 훼손한다는 것은 행정의 순서를 모르는 것 아니냐」는 거예요. 물론 청계산이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그 말을 듣고 저는 「아, 이게 지역이기주의는 아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民選 구청장으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셨는데 「이런 사업은 정말 잘한 일이다」고 생각하는 사업 세 가지만 말씀해 주시죠.
『참 어려운 얘긴데요(웃음), 첫째로 꼽는다면 우면산 트러스트 운동입니다. 정부나 관공서는 개발 위주 정책으로 인해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운동은 그와는 반대되는 정책이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 높았죠.
둘째는 중복 장애인 특수학교인 다니엘학교를 서초구로 유치한 일이에요. 보통 그런 시설은 기피하게 마련인데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설득해서 유치한 건 보람 있는 일이었어요. 서초구민의 더불어 살고자 하는 높은 시민의식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13년째 해오고 있는 「금요음악회」라는 거죠.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해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 2006년 7월 월간조선 중 -
지역 내 자연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트러스트’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을 원용한 것인데, ‘토지공유화운동’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마디로 개발 위험에 처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시민 또는 국민 모두의 자산으로 공유·보존해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운동이다. 영국의 경우 이 운동이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시작되어 현재 전 국토의 1.5%와 해안지역의 17%를 내셔널 트러스트가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운동을 시민단체나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자연보전운동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서초구는 이를 특화하여 지자체가 직접 주도하고 나섰다. 우면산 트러스트 운동으로 불리는 이 운동을 벌인 직접적인 이유는 지역 내 대표적 자연환경지역인 우면산의 훼손 위기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우면산 산자락에 아파트 건립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 산을 주민 공동의 재산으로 만들어 개발과 훼손을 막아야겠다는 것이다.
“왜 구청장이 직접 나서서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행정기관이 구심점이 되어야 주민들도 신뢰감을 갖고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개발 이익을 목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다시 재원을 투자하는 모순이 이어지고 있어요. 앞으로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어떠한 개발 행위도 주민과 힘을 모아 대처할 작정입니다. 자연을 보전하는 일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먼저 생각할 일이거든요. 이는 곧 지역 사랑이며 국가를 위해 우리 가 행해야 할 의무인 거죠.”
지역 주민과 단체, 기업체 인사 등과 함께 이미 ‘우면산 트러스트 창립준비위원회’를 발족했고, 지금은 우면산 땅 매입을 위한 기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말만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도 다부지게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기금이 모이면 우선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건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우면산 자락(남부순환도로 예술의 전당~서울시교육원 입구)의 도로와 접한 약 9천 평 규모의 땅을 매입할 작정이다. 산자락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도로 주변을 진입로로 확보해야 하므로 미리 이 일대의 땅을 매입하면 진입로 확보가 어려워 아파트 등 대형 건물의 신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이 운동에는 창립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인 송정숙(전 보사부 장관)·김기수(전 검찰 총장)·유상옥(코리아나화장품 회장)씨를 비롯해 재계와 학계, 종교계, 언론계 지도자 19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회원은 700명에 이른다. 이 운동이 성과를 거두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30분만 걸으면 소풍 장소인 우면산에 도착할 수 있고, 새소리가 들리는 숲속에서 가재도 잡을 수 있게 된다.
- 2004년 4월 레이디경향 중-
첫댓글 우면산 트러스트..감동적 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