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6월30일(토)우리 동기들의 캐토릭 모임인 신우회(회장전 건영)를 따라 해미성지순례
길에 오르던 날은 오래 기다리 단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해 고속도로변의 못자리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가뭄 끝의 비라 성지순례와 무관하지 않은듯했다. 단 한 사람의 회심에
비를 내리게 하고 단 한 사람의 죄를 응징하는 신의 뜻을 그 누가 헤아리겠는가.
영화 <기적>에서처럼 신우회 회원들의 성지순례를 하늘이 갸륵하게 여기사 비를 내리시나 보다.
신우회(박승)가 준비한 안내 책자를 버스에서 읽으며 경건한 마음이 되었다. 30여 신우회
회원들은 그들의 종교로 해서 구원의 문제를 해결 받은 사람들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의
행복은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그들은 천국 합격증을 받아 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지상에 사는 동안 평안하고 죽어서 갈 곳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으니 복 많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런 신우회 우리 동기들을 존경한다.
버스 안에서도 조촐한 미사를 드렸고 해미 성당에서도 미사를 드렸다. 해미 순교자에 가해진
처형이 얼마나 가혹하였던지 여기에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어린아이, 부녀자, 늙은이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내팽개쳐져 죽어간 무고한 이들을 생각하니 오늘의 비가 그들의
눈물인가 했다. 한국의 순교자 이야기는 한국 역사의 잔혹사이기도 하다. 해미 순교자
이야기는 솔개님이 올리신 박승 님의 글을 참조 하시기 바란다.
경건의 시간이 지나면 현실 문제가 급하다. 이상은 총무가 다 알아서 점심 스케줄을
잡아놓았다. 영양탕 팀과 건복어 찌게 팀으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영양탕은 dog를 재료로
한다는 것쯤은 알만한데 건복어는 처음이다. 건복어탕은 말린 복어를 탕으로 만든 요리로
서산에만 있다고 해서 더욱 호기심이 갔다. 그러나 막상 식당에 도착해 보니 건복어가 다
나가서 생복어 뿐이라고 한다. 시장한데 생복어가 어디냐. 아욱을 넣은 생복어 찌게 맛은
일미였다. 식사 후 일행은 충남4대 사찰 중 하나인 개심사로 향했다.
개심사(開心寺)
마음을 여는 절,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는 백제 의자왕 14년(651) 혜감국사가
창건하고 고려 충정왕 2년(1350)에 처능대사에 의해 중건됐다. 일주 문에서부터 거칠게
놓인 돌계단을 오르며 ‘부처님 만나기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가쁘게 돌 층계를
오르고 보니 그곳에는 암자 같은 개심사가 마치 옛 선비같은 단아한 모습으로 있었다.
아미타불을 모신 대웅보전은 우리나라 보물143호라 한다. 기단은 백제 때 것이고 건물은
조선 초 성종(1484)때 중창한 것으로 한국 건축예술의 극치를 이룬다고 한다. 대웅보전에는
또 괘불화가 있다. 괘불화란 탱화의 일종으로 야외에서 법회를 할 때 쓰는 의식용 불화를
말하는데 베나 비단바탕에 주로 그려졌다. 개심사의 괘불화도 귀한 보물이라 원본은 다른
절에 두고 사본을 걸어두고 있다고 한다. 법당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오래된 나무
내음이 났다.
대웅보전에서 내려다 보면 오른쪽에 심검당이 있는데 이는 조선초기 것으로 개심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 한다. 마치 배흘림 기둥처럼 배가 둥그렇게 나온 이 기둥은 구부러진
나무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단청을 하지 않고 나무 색 그대로를 간직하여 소박하고
은근하였다.
대웅보전 앞 뜰에는 늙었으나 위엄을 갖춘 배롱나무가 있어 이 절의 품격을 더하고
있었다. 이곳의 범종각 또한 구불구불한 소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어 정감이 가게 한다.
한국에 이런 절이 있어 그래도 각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래 된 사찰은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점심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질까 보아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으나
여기 서산에 와서 마애삼존불을 안 보고 갈 수는 없었다.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
마애삼존불 주차장에서 웃는 모습의 지하여장군과 지하남장군 나무상이 양쪽으로 지키고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고 다시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느닷없이마애불을 만난다.
중앙 본존불은 석가여래입상이고 좌측에는 보살입상, 우측에는 반가사유상이 조각돼 있다.
국보 84호로 지정된 서산 마애삼존불은 생각보다 자그마했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우리나라 마애불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백제의 미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3존불들의 모습은 얼굴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고 입술이 도톰하여 부처님들
께 뽀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비로운 부처님이라기 보다는 천진스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웃고 있었다. 이런 미소를 조각 한 백제의 이름 모를
예술가에게 경의를 바친다.
당진과 태안지역은 중국 산동반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태안과 서산의 <마애삼존불>은
바닷길을 통해 당나라를 왕래하던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백제인의 염원과 순수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서산마애삼존불의 미소를 마음에 담아 온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모른다.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가슴에 각인 되어 두고 두고 생각 날 것이다.
첫댓글 너희들의 특별한 날이였구나. 성지순례며 한국의 역사는 불교에서 나왔을테니 절구경등, 종교의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큰것인지를 도 느끼게 하누나.
신우회는 훌륭한 모임인것 같애. 성지답사, 미사, 그리고 마음이 같은 친구들과 우정도 나누고. 아-보고 싶다, 모두들.
한국 이야기는 부미나 혜우처럼 외국에 사는 친구들이 더 좋아하는구나.
한국문화에 대한 애착이나 애정은 한국을 떠나있는사람들이 더 하다는것을 이해한다.
우리 동기들 때문에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맛 보았고
많은것을 느꼈다.
감사,감사한 일이지.
너 다시 미국가면 생각무척 나겠어. 정많은 우리동창들 ,과연 부고 졸업생들은 머리뿐 아니라 심장도 넓고 고운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