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너를 기다리지 않게 된 것도 벌써 오래되었다.
아침이 밝아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만 빼면, 아주 기분 좋은 아침이다.
눈부심이 싫어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창문을 아예 막아버릴까. 아침마다 내 눈위로 드리워지는 햇살이 싫다.
차라리 침대방향을 옮기는게 더 쉽겠다 하고 생각해봤지만, 다른 가구들이 차 있어 딱히 옮길때도 없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너가 있었다. 반 나체인 상태로 엎드려 자고 있는 너의 등짝이 날 반겼다.
거참 언제봐도 떡 벌어진 어깨에 매끈한 등짝. 그리고 끝-.
침대에서 내려왔다. 너를 깨우지도 건드리지도 않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내 시야에 스친 시계가 생각난다.
방을 나오면 정면으로 맞닥드리는 거실 바닥 한 가운데 왜 시계가 부서져 있는거지.
잠이 덜 깨서 그런지 신경쓰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와 양치를 하고 있는 도중 문득 생각났다.
입을 헹구고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한 뒤 거실로 나왔다. 역시나 아직도 있었다.
잘 못 봤나 라는 내 생각은 빗나갔다. 잠결에 보인 환각도 아니였다.
여전히 자명종 시계는 분명히 내 눈앞에 있었다.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부서진 채로.
이거 내가 굉장히 아끼는건데-
라는 생각이 든건 화장실에서 볼 일을 안 보고 나왔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들었다.
볼 일을 보고 나와 다시 부서진 시계를 쳐다보고 있는데, 바늘이 새벽 3시 42분에 멈춰져 있다.
"…굉장히 늦었군."
:01
타닥타닥- 손가락이 키보드에 닿을 때 마다 들리는 소리가 참 좋다.
가득이나 손톱도 길어서 플라스틱과 손톱이 부딪히는 소리도 나쁘지 않다.
언제 였더라. 이젠 기억도 희미하다. 내 손톱을 줄곧 잘라주곤 했던 너가, 이젠 내 기억 속에서도 희미하다.
한참 키보드를 탁탁- 거리던 걸 멈추고 노트북을 닫았다. 알바 시간인 오후 1시가 벌써 넘어버렸기 때문.
대충 옷을 걸치고 운동화에 발을 찔러넣은 채 집을 나섰다. 늦었지만 느긋했다. 마음속에서 뿐이지만.
"..죄...죄송합니다."
"죄송이고 자시고. 빨리 옷 입고 나와."
내가 지각하는게 한 두번도 아니라서 점장도 이젠 내게 꾸증 주기도 귀찮은지 대충 넘긴다.
"넌 맨날 늦냐."
"아, 선배. 좋은 아침."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데 탈의실로 선배가 들어왔다. 같은 대학 과 선배였던 지선혁선배.
대학을 졸업한후 한 동안 연락이 끊겼었는데, 마침 여기서 먼저 선배가 알바를 하고있었다.
친하긴 했었지만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더 반갑다.
카페에서 내 담당은 주문과 서빙.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그 외 뒷정리도 도 맡아서 하고있지만.
"레몬에이드 두자…"
두잔. 하고 말을 다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이대로 나는 미끄덩 하고 바닥으로 추락-
하는줄 알았지만, 왠일인지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난 공중에 부웅 떠있었다. 바로 눈앞엔 선배가 있었다.
허리에서 강한 팔 힘이 느껴졌다.
"칠칠맞긴."
선배가 이렇게 힘이 셌던가. 나 보다 키도 훨씬 크고, 몸도 크긴 하지만.
운동을 하도 안 해서 비실댈줄만 알았는데.
선배의 팔이 풀어졌다. 날 단단하게 잡고있던 팔이 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힘이 느껴진다.
"바닥에 아무것도 없는데 왜 혼자 넘어져. 바보냐-"
"죄송해요, 하하-"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고. 관수 잘해."
그리고 내 허리부근을 툭툭- 친후에야 선배가 자기 할일로 돌아갔다.
선배와 우연의 재회를 한지 얼마 안 되서 아직 어색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건가. 요즘들어 느끼는건데 -스킨십이 잦다.
괜한 생각이겠지. 대학 다닐때 워낙 친했고, 스킨십도 서스름 없었으니.
역시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괜한 의식한것 같다.
딸랑- 하고 카페 문에 달린 방울소리가 울리고, 그 방울이 울림과 동시에 인사를 하는 게 벌써 버릇이 된건지-
"어서오세요."
라고 크게 말해버린다. 손님들께 보내는 예의상 미소를 보내면서.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손님이 아니였다. 아니, 카페에 들어오는게 손님이긴 하다만.
다른 손님들 처럼 커피를 주문할 목적으로 온것만은 아니라는건 확실하다.
들어오자마자 나를 훽 지나지며 빈자리에 몸을 걸터 앉치는 너.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러는건지 애꿎은 테이블은 탕탕- 친다.
그리고 나한테 오라는 시선을 보내는 너. 안 그래도 널 마주할 한가한 점원이 나뿐이었다는건 넌 모를거다.
"주문하시겠어요."
언제나처럼 손님들에게 하는것 처럼 말했다. 넌 그냥 스윽 날 올려다 볼뿐이고.
왜 어째서 여깄는지 묻고싶었지만, 여기 들어온 이상 넌 내 손님이기 때문에 차분히 주문을 받았다.
"앉아."
"그런 메뉴는 없는데요."
"커피."
"여기 블랙하나요. 아주 쓰게요."
그리고 돌아가려는 내 손목을 잡는다. 다짜고짜 날 의자에 앉치는 너.
얼떨결에 너와 마주보고앉은 손님이 되버렸다.
"나 일해야돼. 안 그래도 점장한테 찍힌 몸이야."
다시 자리를 일어서려 하지만, 내가 가만히 그냥 일어서게 할 너가 아니다.
"연애가 일이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주 허리를 그냥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더라."
"허리?"
"저 녀석 말이야."
"아.. 선배."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선배가 거기서 뭐하냐며 눈짓을 준다.
너도 선배의 눈짓을 본건지 인상을 찌푸리고.
안 그래도 손님들이 몰려 바빠죽겠는데 넌 거기서 뭐하는짓이냐, 라는 점장의 시선도 보이고.
"아, 먼저 일어서야겠어."
"…"
자리에서 일어서 만들어진 블랙커피를 들고 다시 너의 테이블로 걸어간다.
"여기, 블랙나왔습니다."
탁- 하고 커피잔을 테이블에 올렸다.
"아, 그리고."
뭐? 라는듯 일어선 나를 올려다보는 너.
"망가트린 시계 다시 원상복귀해놔."
"저녁 같이 먹을래?" 라는 선배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었다. 알바를 끝내고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온 우리.
"선배랑 이렇게 같이 밥먹는것도 오랜만이네요."
들뜬걸까. 기분이 좋다. 그냥 아는 선배랑 밥 한번 같이 먹는 것 뿐인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너 아직도 곽민형녀석하고 사냐?"
"뭐, 아직까진요."
"대단하네, 거의 7년 아냐?"
"그래서 그런지 요샌…"
"난 너네 벌써 깨진줄 알았지."
선배는 유일히 내가 곽민형과의 사이를 아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졸업 한 후 집과 대학이 멀어 집에서 나와 살겠다고 부모님께 말해서,
현재 부모님은 내가 친구네 집에서 지내는줄 알고 계신다.
곽민형이라는 남자녀석과 같이 사는 줄은 꿈에도 모르시겠지. 내가 남자를 사귀는것 조차도 모르고 계시니.
"오래가네, 거의 결혼한거나 마찬가지겠다."
"같이 사니까. 비슷하겠죠."
"어째 말 하는게 시들해보인다? 아주 죽고 못살더만."
"7년동안 같이 살아봐요. 활활 타오르나."
그래서 그런가. 좀 더 새로운걸 원했나. 좀 더 신선한? 색다른?
선배와 같이 있는게 좋다. 같이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 하는게 즐겁다.
이런것들이 어느샌가 너와 나 사이엔 없어진걸 너는 알고는 있을까. 언제나 자기일만 생각하는 너가.
"잠자리는?"
"에이, 뭘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요."
"중요하지. 사랑과전쟁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관계도 점점 줄어들고,
자꾸 다른 사람한테 눈 가고 그러다 이혼하는 경우 많잖아."
"부부는.. 무슨."
잠자리라. 확실히 연애 초보다는 줄어든게 확실하다.
뭐 사귀면서 그것 만이 목적도 아니고 제일 중요한것도 아니여서 그렇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라고 말하면 조금 거짓말이다. 요새는 스킨십도 줄었다. 서로를 만지는 일도 드문드문.
언제 제대로 갔었느지도 기억속에 희미하다. 신경쓰고 있었다. 점점 줄어드는 잠자리.
그러면서 점점… 이혼? 말도 안되는 소리. 결혼한것도 아니고.
"결혼한뒤 3년동안은 서로 사랑하면서 사는데, 그 뒤는 다 정이라나? 딸린 애들 보면서 사는게 전부래."
3년 뒤면, 우린 벌써 지나도 한참 지났다. 지금 이렇게 붙어 있는 것도 다 정?
정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지금껏 붙어 살고 있는건가?
딸린 애들이 없어서 보고 살수도 없고. 아니 굳이 그렇게하면서 너와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걸까?
"아, 머리아파. 선배 때문이에요. 그런 얘기 그냥 집어치워요."
마침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고. 배도 고팠던지라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는데-
"나한테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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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봄이람입니다.
동성으로 처음 인사드려요!대략 내용은 오래된연인정도.
다소 칙칙할수도 있지만. 잘봐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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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선배 멋있다 ~ㅋㅋ
♥히히 감사해요><
저 선배 너무멋있네요 ㅜ.ㅜ !
♥ 감사합니다ㅜ!
우와 7년된 연인//다음편에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요!!기대하고 있을께요♡
♥ 기대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ㅋㅋ!
와 재미 있을거 같음 근데 여자 인지 남자 인지 헷갈려요 ㅜㅜㅜㅜ
주인공이남자예요?
꺄 넘 재밌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