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초동문회 신현식 사무국장과 점심을 먹는데 지역 청년이자
내가ㅏ 동강에 근무할 떄 학생이었던 조성호가 온다.
셋이서 이러저런 지역 정치 등을 애기하다가 주영호 소식을 묻는다.
365 국밥 주인이 그의 형수라고 한다.
여주인이 전화를 연결해줘 영호와 졸업 후 처음 통화한다.
내 목소리가 그대로라고 한다.
세종에서 관세청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고향에 오면 보자고 해놓고 끊으니 주인이 사진을 보여주며 서기관 되어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난 웃으며 옆에선 남자가 맘에 안 든다고 한다.
우체국 2층에 가지 않고 낙안으로 간다.
맑은 하늘에 해가 높으니 여유를 갖자고 동릉 바위로 오른다.
스릴이 넘친다. 난 바위에 기대 손가락에 힘을 주고 오른다.
군데군데 경상도 쪽의 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다.
바위 사이 너른 바위를 잡아 배낭을 연다.
캔맥주를 마시며 어제 남겨 놓은 차가운 치킨 도막을 우거우걱 씹는다.
남는 건 바위에 던져 놓는다.
햇볕을 가리려 모자를 눌러쓰고 일본 선승들의 짧은 이야기를 읽는데 금방 쌀랑해진다.
일어나 다시 바위를 잡고 오른다.
바보가 몸이 안 좋아 집에 와 있다고 전활 한다.
병원에 가라하고 온천에 들를 거라고 한다.
금둔사ㅏ 홍매 상황을 보고 목욕하고 가려면 바쁘다.
금둔사 마애불을 보고 당초 서릉바위를 타고 금둔사쪽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바로 내려온다.
빠르게 금둔사로 올라간다.
개울 사이로 먼 가지에 빨간 매화 한송이가 보이지만 아직이다.
아까 차 한대가 바쁘게 올라가더니 절 안에 서 있고
범종루에서 종소리가 들린다.
관월대 화장실 앞을 돌아 나무를 보아도 아직 매화는 피기 전이고 곧 피어날 듯 잔뜩 부풀었다.
작은 불상들이 가득 새겨진 바위까지 돌아 지허스님이 계셨던 전각들까지 가 본다.'
신발이 댓돌에 놓여있는데 사람은 없는 듯하다.
3층 석탑과 마애불을 돌아 내려오니 대웅전 안에서 쇠종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스님은 없고 보살님 한분이 옮겨다니는 듯한데 요사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지허 스님 가시고 절은 쓸쓸해지고 금방 음산한 기운이 도는 것 같다.
이 시대는 이어갈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내다가 가거라, 무얼 남기려 하지 마라. 무너져 가는 집을 보고도 모르느냐?
울타리도 그렇고 부모님의 묘소도 그렇고 너의 정자도 그렇다.
그러나 집안에 습기차는 건 없어야 바보의 잔소리는 안들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