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숨쉬고 있다
목공예 공방을 하는 집안 아우에게서 거북이 한 쌍을 구입한 적이 있다.
몇 년째 책상 위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나무의 나이테들이다.
거북이의 모양대로 깎아만 놨을 뿐인데
거북이의 눈 코 입은 물론 걸음의 방향까지 살려내고 있다.
녀석들은 언제 봐도 특별하다.
긴 목과 머리, 짧은 발과 꼬리, 둥근 등과 바닥에 납작 붙은 배,
어디를 들춰봐도 따로 색을 칠하거나 모양을 만들어 넣지 않았다.
물에 씻어 닦아 놓고 보니 촘촘한 계단 같기도 하고
등고선 같기도 한 나무의 나이테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생명선이 아름답고 숭고하다.
나이테는 말 그대로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보여주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의 종류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고 그 모양도 다르다고 한다.
나이테가 생기지 않는 수종도 있고
태생과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 성장 역사도 다를 것이니
나이테를 통해 다만 나무의 삶을 짐작할 뿐 이다.
교정의 회화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면 환한 꽃들 속에서 우는 꽃을 찾을 수 있을까
한참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우는 꽃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 나무들 세상도 인간 세상만큼이나 복잡하고
그 삶이 다양하겠다 생각했다.
얼핏 한 곳에서 나고 자라 단순하고 지루하겠다 싶지만
나무들도 우리가 모르는 자신들의 삶을 구구절절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웃고 울고 아프게 꽃들을 피우며 시들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네 정자나무 아래 나무 이상의 나무들이 둘러앉았다.
여름 내내 수군수군, 세상을 펼치고 걱정하며 꽃도 잎도 다 진 속을 풀어내고 있다.
나무든 사람이든 자신을 격려하며 어느 지점까지 당도한 이들은
그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다양한 진폭이 풍요롭다.
가끔 사방이 아득한 곳에서 방향을 못 잡고 주춤거리기도 했겠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방점으로 찍혀 삶의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아픈 다리를 두드리는 고목의 나이테들은 믿을만하다.
동네 정자나무에 매미가 요런 스럽게 울고 있다
무더위가 심한 날 밤에는 매미가 더욱 극성스럽게 운다
어떤 이들은 매미를 수면을 방해하는‘여름밤 불청객’이라고 말하지만,
매미를 더위가 한창인 여름을 알려주는 지구촌의 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더울수록 더 크게 더 길게 운다는 매미의 수명은 통상 6~7년이지만
며칠만 남겨놓고는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아야 한다.
적막과 어둠뿐인 땅속에서 나무뿌리 즙을 먹으며 살아온 매미 애벌레는
일곱 번의 껍질을 벗은 뒤 비로소 땅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밝은 햇살에 숨죽이며
나무에 매달린 채 마지막 껍질을 벗어버리고 한 마리의 날개 달린 매미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긴 세월을 암흑 속에 살았지만 길어야 한두 달이라는 한정된 시간에서
사랑하는 암매미를 만나 짝짓기를 하고자 그렇게 요란하게 사랑을 알리고
사랑의 짝짓기에 모든 것을 받치고 생을 마감한다.
이처럼 짧은 생애를 살기 위해 어떤 매미는 무려 17년이나 땅속에서 애벌레로 버티고 산다인고의 세월에 비해 그 삶이 너무 짧다.
매미는 땅속의 처절한 긴 몸부림과 한번의 사랑을 위해 맞바꾼 짧은 목숨이
너무도 서러워 한풀이로 울어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랑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인생의 길도 만나는 시간과 공간에 열렬하고자 했다.
하루를 사흘처럼! 사흘을 하루처럼!
바르게 살고자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남은 시간을 좀 더 특별하고 뜻깊게 보내자는 것이다.
결국엔 생의 길목에서 가는 발자국들을 신중하고 의미 있게 찍자고 노력한다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갈 때 우리는 기어이 그곳에 당도할 것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꿈꾸는 삶이 만든 나이테는 생의 구간을 특별하게 이어간다.
나이테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풍요롭게 풀리도록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사진 속에‘어머니 사랑해요’라고 쓴 글을 가슴에 붙이고
푸짐한 고희 상 앞에서 편안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여기까지 당도했는지 한참 세어야 될 만큼
여러 겹의 나이테를 둘러있었다.
좁고 가파르게, 혹은 넓은 문양을 새기며 건너온 우리 시간들을 알기에,
울퉁불퉁한 서로의 나이테를 격려한다.
시간이 멈추는 그날까지 서로 토닥여주자고 말없이 끄덕인다.
우리 인간에게도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너무도 긴 세월을 기다렸다가 여름철 짧게 살고 죽어야 하는
매미의 일생을 통해 삶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이테가 어디 나무에게만 있겠는가
처절한 매미의 울음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숨쉬고
교정의 회화 나무의 꽃도 환한 웃음꽃을 피우기 위한 각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자나무가 그늘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지켰고
여름을 노래 하는 매미가 찾아오고
아름다운 매미의 사랑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매미의 삶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빚바랜 어머니의 사진 속에서도 평생을 다독여 온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의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가느냐에 따라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변하게 할 테니까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갈 때 우리는 기어이 그곳에 당도할 것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꿈꾸는 삶이 만든 나이테는 생의 구간을 특별하게 이어갈 것이다.
누군가의 나이테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도
풍요롭게 풀리도록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