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로운 연주와 자료에 목말라 있는 우원, 얼마 전 유튜브를 열라 검색하다가 동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열분도 너무 잘 아실 기타의 신, 슬로핸드… 에릭 클랩튼의 연주.
그러나 이를 본 우원은 크나큰 충격 속에서 심대한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이유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장난이나 무슨 전위적인 연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좀 더 보면 그저 엉망으로 휘갈기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관객이 가득 찬 콘서트장에서.
…이건 약에 취해 있는 거다.
충격과 전율 속에서 유튜브를 더 돌아보던 우원, 클랩튼 외에도 많은 아티스트들의 개판 연주 비디오들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절대 발표될 수 없는 치욕의 영상들. 그들이 쌓아놓은 수십 년 명성을 한번에 무너뜨릴 진실의 기록…
아래는 맛이 간 스티브 바이의 연주.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에서 트리플넥 기타를 아무렇게나 후리고 있다. 얼굴 표정에서부터 장난 아닌 약빨.
하긴, 지금은 바른 생활 아저씨 분위기지만 클랩튼은 원래 약쟁이 전력이 있었다. 글고 바이는 메탈/록 계열 아티스트니 어느 정도 그런 쪽에 관련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허나 블루스의 거장 BB King 할배조차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경악 그 자체였다.
아무리 약을 쳐먹어도 그렇지, 제 정신이라면 어찌 저런 연주를 사람들 앞에서 한단 말인가. 말로만 듣던 헤로인의 힘이란 과연 이 정도인가?
이런 비디오는 끝이 없었다. 밑은 조 새트리아니.
전설의 천재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우원은 결국 아래를 발견하게 된다. 스타워즈 ET 인디아나 존스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지휘 영상.
한 사람 맛 간다고 오케스트라가 이 지경이 되는 거냐. 박자나 앙상블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연주력까지 망쳐놓을 만큼, 지휘자의 역할은 이렇게까지 중요한 거였단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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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는가.
그럼 이제, 약 30분간 30년 음악팬으로서 우원의 삶과 가치관을 농락했던 이 사태의 전말을 공개해 보자. 이 모든 상황의 배후에는 아래의 위대한 인물이 있다.
유튜브에서 세인트 샌더스 (StSanders)라고 불리는 그의 본명은 샌터리 오자라 Santeri Ojala.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30대 초반의 이 잉여력 돋는 청년은 할일 없고 심심하던 어느 날,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기타리스트들의 영상을 보면서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가 착수한 일은, 영상의 소리 부분을 전부 지워버리고 본인이 직접 연주한 버전으로 더빙하는 거였다. 그렇게 만든 작품들을 그는 StSanders 라는 본인의 계정을 통해 ‘누구누구 Shreds’라는 파일로 올리기 시작한다. Shred 는 ‘속주하다’ 라는 뜻이다.
봐서 알겠지만 그의 작업은 기타만이 아니라 드럼 키보드 베이스 퍼커션 등 다른 악기는 물론 청중의 소음과 각종 잡음까지도 몽땅 커버한다. 그러나 샌더스의 진정한 위대함은 이 번잡하고 쓸데없는 짓거리 중에 모든 면에서 경악스러운 싱크로율을 구현해 낸다는 점이다. 그 수준은 30년 가까운 기타 경력의 우원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이 공포의 노가다 싱크가 샌더스를 전설로 만든다. 단순한 핑거 싱크는 물론 볼륨 조정 등에 따른 톤의 미묘한 변화, 피크와 손가락, 손바닥 등에 따른 소리 변화 등의 모든 디테일을 잡아낸다. 그의 원칙은 화면에 나오는 연주자는 무조건 싱크한다는 것. 그래서 기타리스트만 보일 때는 기타만 나오다가 드러머나 색스폰 연주자를 비추면 그 순간 정확하게 싱크된 해당 악기 소리가 난다.
샌더스의 이런 ‘작업’은 유튜브를 뒤흔들었고 이후 수많은 추종자들이 등장, 그를 찬양함은 물론 자기만의 싱크 동영상들을 만들어 퍼트리면서 일종의 신드롬을 형성하게 된다. 위에 소개된 영상 중 일부는 샌더스가 아닌 그의 추종자들이 제작한 거다. 오리지날 샌더스는 화면 우측 아래에 StS 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금방 구별 가능.
그러나 샌더스의 활동은 비디오를 보고 모욕감을 느낀 일부 아티스트들에 의해 저작권 문제로 비화되고, 이어 계정 삭제 조치마저 취해지고 말았다(스티브 바이 등 일부 쿨한 뮤지션들은 ‘열라 웃긴다’면서 오히려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전설적인 작품들은 펌질과 오마쥬를 통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면면히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열분들도 유튜브에 들어가서 ‘shreds’란 단어로 검색해 보면 샌더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만든 수많은 영상들을 즐길 수 있으니 일차 방문해 보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연주 싱크 외에 샌더스는 기존의 비디오에 새로운 패러디 곡을 만들어 입힌 영상도 선보였는데 아래를 통해 그 일부를 감상해 보자. 특유의 싱크 능력도 여전.
밴 헤일런의 ‘Jump’ 패러디
첫댓글 역시 양덕의 위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