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절구/신석초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져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시문학』 11호, 1972.6)
[어휘풀이]
-뒤둥글지라도 : 뒹굴지라도
[작품해설]
“이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슬픈 일이나, 얼마나 단명(短命)하며, 또 얼마나 없어지기 쉬운가!”라며 김진섭은 그의 수필 「백설부」에서 백설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바 있다. 김진섭의 표현처럼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기 쉬운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영원하지 못하기에 도리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에서도 그처럼 짧은 순간 동안 존재하는 꽃의 아름다움을 인간 세계로 전이시켜 충실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꽃은 ‘비바람에 뒤설레’는 ‘가냘픈’ 존재이지만, 강렬한 생명력으로 ‘다토아 피어’난다. 약하면서도 뜨거운 생의 욕구를 지닌 꽃의 모습을 제시한 1연에 이어 2연에서는 꽃의 그리움을 말라고 있다. 꽃은 자신의 생애에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하늘과 구름’을 ‘혼자 그리워’함으로써 조금씩 ‘붉어져’ 간다. 꽃의 그 붉은 빛은 바로 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리움이 색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머언 여로’의 유한적(有限的) 존재인 꽃이지만, ‘하늘과 구름’이라는 이상을 그리워하기에 꽃이 더욱 붉어진다고 시인은 생각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시상의 흐름이 보다 더 강한 어조로 나타난다. 피어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지나 마침내 꽃은 떨어져 어느 ‘저문 산 길가’에 뒹군다. 그렇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웠던 것처럼 자기의 온 힘과 정성을 다하여 최후의 순간까지 자기의 몸을 붉게 태우은 것이다.
물론 꽃은 모든 생물의 대우이자 인간을 표상한다. 그러므로 이 시는 비록 짤막한 소품이지만,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세 ‘붉게 타다 가는 / 환한 목숨’의 꽃잎처럼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자시 삶에 충실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작가소개]
신석초(申石艸)
유인(唯仁), 석초(石艸, 石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