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많은 이 세상
고로 박유동
내가 투석실로 실려 나가면서
병실 유리창 밖 파란 하늘을 보았다
어찌하여 이 하늘 아래서
나의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냐
투석하면 죽는 줄 아는 나로서는
앞이 캄캄 눈물이 앞섰다
내가 투석 끝내고 병실로 돌아오니
유리창 밖에는 첫눈이 꽃처럼 날렸는데
하나님이 나의 병 투석을 축하하나 싶었다
나의 신장이 내 몸에 독소를 배출 못하고
투석기가 대신 걸러낸다니
나도 한 몇 년 90 넘게 살 것 아니냐
내가 한잠을 자고 눈을 떠 보니
창턱에 쌓였든 눈은 벌써 녹아 없고
하늘에는 양떼처럼 구름이 가득 몰렸는데
구름 사이로 태양이 쨍쨍 빛났었다
밤에는 별도 찬란할 영생하는 천국
그래도 나는 사랑 많은 이 세상에 오래 살리라.
-20221225
간호사
고로 박유동
내가 입원차로 42병실로 올라오니
긴 복도 중간에는 간호실이 있고
간호사들이 분주히 뛰어다녔다
약차를 밀고 휠체어를 밀고
더러는 환자가 누운 침대차도 밀고
내가 병실에 들어서니
간호사들이 한창 치료하고 있었다
뼈만 앙상한 죽은 듯 누운 환자를
서슴없이 만지고 다독이고 있었는데
나는 그만 눈물이 핑 돌었다
가나한 나라의 부강을 위해
서독에 파견한 간호사들이 저랬으리라
하나같이 똑 같은 이십대 꽃다운 간호사
애국에 넘쳐 열성을 다 하고 있으니
나는 애서 흐느끼는 눈물을 감추려 돌아섰다.
-20221225
*국민의 건강을 위해 주야로 바쁘신 42호 투석 병동
김용균의료진과 간호사에게 삼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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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많은 이 세상 (시2편)
박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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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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