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흥사 앞까지 차를 끌고가 세우니 3시 5분 전이다. 병풍산을 보고 오른다. 입구에 푸르른 덩굴들이 키 큰 나무를 감싸고 있다. 언젠가 이곳도 덩굴 뒤덮인 상록수림이 아니 밀림이 될지 모르겠다. 가파르게 올라 능선에 닿으니 조금 숨이 골라진다. 병풍산의 또렷하지 않은 바위를 이리저리 건너다닌다. 확 트인 조망을 얻지 못해도 바위 사이가 재미있다. 비조암쪽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바람이 세차지만 그리 춥지 않은 비조암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북쪽으로 무등과 모후가 또렷하고 배기 고동산 뒤로 조계산의 장군봉도 솟아있다. 반야봉이 가깝고 멀리 천왕봉과 광양 백운산 줄기도 멀리 억불봉이 보인다. 남쪽의 여자만도 좋다. 이 곳에서 텐트를 칠 수 있을까? 자연 속인가? 편한 잠자리 두고 왜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부지런히 돌아온다. 병풍산 뒷길을 지나 봉두산쪽으로 갈라지는 길을 지난다. 서울의 신선생님은 이길도 걸었을까? 고흥지맥은 이리 잡았을까, 건너의 종계산으로 잡았을까? 코재삼거리를 지나 두방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조금만 걸으면 서쪽으로 커다란 검은 삼각형 봉두산 뒤로 득량만과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나타나 조망을 열어준다. 일몰은 아니더라도 석양에 물드는 산야를 보며 정상에 잠깐 선다. 전망대에서 흐린 동강면과 고흥반도를 내려다 보고 바위 속 물은 못 보고 지나친다. 용흥사로 바로 내려가니 낙엽이 수북해도 사람 다닌 흔적이 꽤 있고 길 위엔 둥글고 네모난 것들이 계단으로 깔려잇다. 용흥사에 오니 아직 6시가 되지 않았다.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