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네 번의 생방송이 있는 날입니다.
새벽 4시 30분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종성,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에 대해 법문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도량을 깨끗이 청소한 후 6시 30분부터 두북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불생가비라 성도마갈다 설법바라나 입멸구시라”
부처님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생각하며 식사를 한 후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다음 주부터 예정된 여러 행사들을 위해 대중들 모두가 수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저는 다음 주에 서울에 올라가게 되면 INEB(참여불교세계대회) 행사를 마치고 나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동안 농사팀은 가을 추수를 잘해주시고, 방송팀은 INEB 행사 생방송을 잘 진행해 주시고, 수행팀도 수고들 해주시기 바랍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전 8시부터는 2차 만일결사 준비위원회와 화상회의 회의를 했습니다. 청년 특별 지부의 개편 방향, 새로운 선거 방식의 도입 등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점검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세계 행복시민대회
곧이어 오전 10시부터 세계 행복시민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사물놀이 영상으로 시민대회의 문을 활짝 연 후 전 세계에 어떤 행복시민들이 참석했는지 소개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행복학교 진행자로 활동하거나 다양한 지역 실천을 하고 있는 몇 분의 경험담을 들어 보았습니다.
많은 행복시민들이 수행을 통해 관점을 잡아나가면서 행복학교 진행, 환경 캠페인, 지역 역사기행, 지역 복지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10시 50분부터는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복시민들이 사전에 질문한 내용들을 토대로 스님을 모시고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행복시민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바쁠 때는 실천을 제대로 못해서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며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실천을 제대로 못해서 마음이 불편해요
“행복시민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생활에 바쁘다 보면 실천을 제대로 못해서 죄책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에 계속 참여해도 될지 여쭙고 싶습니다. 가끔은 제가 참석하는 이유가 지적 허영심이 아닐까 싶어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행복시민 모임에서 지적으로 공부하는 게 많아요?”
“아무래도 생활에 쫓기다 보면 평화, 환경 등에 대해 신경을 못 쓸 때가 많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거든요. 배운 것들을 소소하게 잘 실천하는 게 이 모임에 참여하는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생활에 쫓기고, 직장 생활로 바쁘고, 집에 대소사가 있을 때면 그걸 놓칠 때가 많습니다. 행복시민 모임에 참여할 때는 말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막상 생활 속에서 실천을 못하는 저를 보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시민 모임에도 참여를 안 하고 죄책감도 안 느끼는 게 나아요? 행복시민 모임에라도 참여를 하는 게 나아요?”
“그래도 참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제가 행복학교에서 관계 편을 공부한 뒤로 직장에서도 많이 편해졌어요. 그래서 행복시민 모임은 개인적으로도 필요한 모임이고,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모임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실천을 제대로 안 하면 뭔가 허영심만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또 실천 없는 배움은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함도 들어요.”
“불편하면 실천을 하면 되잖아요. 왜 자꾸 실천할 생각은 안 하고, 불편하다는 말만 반복해요?
‘내가 배우기만 하고 실천을 안 하니까 마음이 불편하네. 이제는 실천을 해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실천을 하면 되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마음이 들 때 바로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는 네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최선이 있고, 차선이 있고, 차악이 있고, 최악이 있어요.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진짜 좋겠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최선이에요. 그런데 내 마음에 딱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그게 차선이에요. 반면 후보가 둘 다 싫은데, 둘을 딱 놓고 비교해보니 ‘둘 다 흠은 있지만, 이 사람이 되면 더 문제가 심각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둘 중 덜 나쁜 쪽을 찍는 게 차악입니다. 어디로 보나 나쁜 쪽을 선택하는 게 최악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가끔 최선을 찾으며 동분서주하다가 최악을 택하는 어리석음에 빠집니다.
질문자가 행복시민 모임에도 나가고, 행복 실천도 제대로 하고, 그러면 가장 좋겠죠. 그게 최선인 건 맞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그렇게 못할 바에야 아예 안 하는 게 낫지 않느냐’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선이 아니라고 해서 모두 다 놓아버리면 결국 최악을 선택하게 되는 거예요. 그럴 때는 마음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가능하면 실천하도록 노력하되, 실천을 못하더라도 회비는 꼭 내고, 공부는 하고, 가끔 일손이라도 보태자’
그리고 참여하지 못하면 전화라도 해서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대신 먹을 것이라도 좀 보탤게요’ 이렇게 말해주면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최선이 되면 좋지만, 최선이 못 될 때는 차선이라도 하는 게 좋습니다. 그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기로 했으면 가장 좋은 건 매일 108배를 하는 거예요. 108배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야지 마음대로 횟수를 줄이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다리가 안 좋으니 108배는 하지 말라고 해서 54배 밖에 못한다면, 108배를 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예 절을 안 하는 것보다는 54배라도 하는 게 나은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어떤 분은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다가 말다가 반복하는 게 고민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렇게 기도해도 됩니까?’ 하고 저한테 물으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꾸준히 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질문자도 행복시민이 아닌 사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시간을 내서 실천을 조금이라도 해보세요.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신경을 조금 덜 쓰고, 가정사, 직장사, 대소사에 신경 쓰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 실천을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행복시민이 아닐 때도 먹고 입고 자는 것, 가정사, 직장사, 대소사만 신경 쓰며 살아왔는데 그동안 행복했어요? 별로 안 행복했잖아요?”
“네.”
“오히려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행복학교를 공부하고 나니까 생활이 좀 좋아졌잖아요. 가만히 살펴보면 행복학교에 다니고 실천 활동을 하느라 내 생활은 더 바빠졌는데도 내 삶의 행복도는 오히려 올라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꾸 바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바쁘더라도 내가 좋아진 것을 생각하면서 활동을 해보세요. 자꾸 바쁘다고 생각하면 세상을 위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지금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도 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살아온 습관대로 계속 살기 때문이에요.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안 좋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평소처럼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를 마시고 버리는 행위를 계속하는 겁니다.
요즘 국제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전쟁이 심각합니다. 서방의 시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이기는 게 좋다는 말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이기는 게 좋은 걸까요?”
“꼭 그럴 것이라고 보장은 못할 것 같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힘이 강해서 이기는 것이라면 모르겠어요. 그런데 러시아가 힘이 더 센데 우크라이나가 이기면 꼭 좋다는 보장이 없어요. 부부 싸움도 한번 보세요. 부부가 싸우다가 말로 여자가 이기면, 남자는 ‘내가 졌다’ 하고 승복을 합니까? 그때부터 말이 아닌 주먹을 사용하려고 합니까?”
“주먹이 나오겠죠.”
“그런 것처럼 힘이 센 러시아가 지면 그다음에는 핵으로 때릴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 러시아가 지면 상황이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이기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지 않아요. 만약 러시아가 이기면 반대로 나토 회원국들이 생각할 때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용인하면 다음에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그 이웃 국가도 언제든지 침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거예요. 그러니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양보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 전쟁은 어느 한쪽이 이길 수가 없는 전쟁입니다. 그렇다고 계속 시간을 끌면 희생자가 너무 많아집니다. 또 식량값과 원자재값도 계속 오르겠죠.
결국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많이 죽게 되고, 러시아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게 되고, 유럽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독일은 전기세가 10배 오르고, 가스값은 5배 올랐다고 합니다. 10배가 올랐다면 그전에 비해 900%가 오른 거예요. 결국 이 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싸움입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 바로 전쟁을 멈추어야 합니다. 지금 바로 전쟁을 멈추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당사자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도 멈출 수 있고, 전 세계에 안겨주는 피해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리 땅을 침략했으니 용서할 수 없어’ 이렇게 생각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원래 러시아 땅이었으니 거기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거예요. 결국 감정 때문에 자신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피해를 안겨주는 겁니다.
밖에서 보면 휴전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당사자는 그게 안 보입니다. 6.25 전쟁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남쪽으로 밀고 내려올 때나 남한이 북쪽으로 밀고 올라갈 때보다 오히려 휴전 회담을 하면서 휴전선을 두고 벌어진 전투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런 것은 어리석음의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감정 통제가 잘 안 됩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은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서 ‘몸에도 안 좋은 걸 왜 피우나’ 싶지만, 피우는 사람은 또 그렇지가 않아요. 우선 몸에 나쁜 줄 몰라서 끊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걸 알아도 습관 때문에 끊지 못합니다. 당장 안 피우면 죽을 것 같으니까 ‘오래 살면 뭐하나, 원하는 거 마음껏 피우지 뭐’ 이러다가 정작 죽을 때가 되면 후회합니다.
질문자도 예전에는 몰라서 그랬다지만 이제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실천을 해보세요. 가족들이 질문자를 보면서 불평을 해도 괜찮아요.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 혼자서 천당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구를 살리자는 것이고,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고,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활동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을 공개해도 나쁜 요소는 하나도 없습니다. 숨어서 몰래 비밀활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누가 봐도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우리 주위에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고, 심각한 기후 위기를 막는 일입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다시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5년 전처럼 다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만약 남북 간에 포격이 오가고 전쟁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일궈온 경제가 한순간에 망가집니다. 그때가 되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아직은 그게 피부에 와닿지 않으니까 감정에 빠져서 ‘저 나쁜 놈들 때려버리자’ 이런 말들을 쉽게 하는데, 지금 남한과 북한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똑같습니다.
지금까지 남한은 북한에게 핵개발을 하지 말라고 몇십 년 동안 요구했는데, 만약 우리도 핵개발을 하거나 전술 핵을 배치하면 그때부터는 북한에게 더 이상 그런 요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남한에 전술 핵을 배치하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에게 나쁜 놈이라고 해놓고는 결국 ‘네가 나쁜 짓을 하니 나도 나쁜 짓을 하겠다’ 하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시작했으니 정당방위라는 핑계를 대겠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하는 나쁜 짓을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평화가 유지될 때 그걸 지켜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활동은 밥 먹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해도 좋은 일입니다. 밥은 먹어봐야 배만 나와요. 바쁠 때는 한 끼 안 먹어도 괜찮습니다. 친구 모임에 두 번 나갈 걸 한 번만 나가고, 그렇게 시간을 내어서 나에게도 좋고 세상에도 좋은 일을 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바쁘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실천을 안 하면서 죄책감만 느끼지 말고 기꺼이 실천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설령 실천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은 느낄 필요가 없어요. 뭐라도 하면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이름이라도 올려놓고 회비라도 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게 차선이에요. 최선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죄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차선이라도 하는 건 좋은 일이에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번 해본다는 관점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하지 못했다고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죄는 아니에요.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이지, 좋은 일을 안 했다고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행복시민 모임을 하면서 생겨난 여러 가지 의문점과 고민들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즉석에서 현장 질문도 몇 가지 더 받아서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행복시민의 다짐을 영상으로 보고 나서 세계 행복시민대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운동장으로 나와 팽나무 아래에 모여 있는 대중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중들은 법회에서 스님이 논에 피를 자르러 와달라고 공지하는 내용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분들입니다.
수성지회, 구미지회, 달서지회, 포항지회, 남울산지회, 수영지회, 사하지회, 금정지회, 중울산지회, 경주지회, 동래지회에서 150여 명이 피 자르기 울력을 마치고 팽나무 아래에 모였습니다. 먼저 스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일하러 오시라고 해놓고 저는 일하러 못 나갔습니다. 주말에는 새벽부터 하루 종일 생방송이 잡혀 있어요. 오전에 행복시민 대회에 참석하느라 저는 일을 함께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여름에 주말마다 대중이 100명씩 논에 들어가서 피를 다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모 사이에 난 피는 모와 구분이 안 되니까 못 뽑았던 것 같아요. 피가 다 자라서 꽃이 피었는데 곧 있으면 씨앗이 다 떨어집니다. 이미 늦었어요. 벌써 씨앗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올해 수확에는 지장이 없는데, 내년에 피가 많이 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를 잘라주면 그래도 피해가 덜 하거든요. 여러분이 150명씩 와주니까 이 일을 할 수 있지 적은 인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 놀이 잘하셨죠?”
“네!”
“조금 있으면 11월 12일, 13일에 나비 장터를 여니까 그때도 많이들 오세요. 수확한 농산물들을 많이 나눠 드릴게요.”
뜻밖에 스님을 직접 뵐 수 있어서 다들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스님은 지회별로 기념사진을 한 장씩 찍어 주었습니다.
곧이어 생방송이 있어서 스님은 서둘러 방송실로 들어가고, 대중들은 지회별로 마음 나누기를 한 후 각자 집에서 싸온 점심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청춘톡톡
오후 2시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청춘톡톡’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한글날이었는데 외래어 퀴즈로 가볍게 몸을 푼 후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스님의 법문을 듣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며 한편으로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현재에만 집중하면 될까요, 미래는 어떻게 바라봐야죠?
“저는 미래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님의 법문 덕분에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바른 관점을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도 가끔은 생각해야 합니다. 가령 지구 환경이 지금처럼 계속 변화한다면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새로운 바이러스나 전염병이 속출할 수 있겠다고 내다볼 수 있겠죠. 또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겠다는 예측도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청정에너지를 사용했는가 아닌가를 따지는 정책입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는 석탄이나 석유가 많은 나라가 자원이 풍부한 나라였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석탄이나 석유가 자원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올 수 있겠다는 것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각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지금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해야 합니다. 저도 미래에 대해 이런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골에 내려와서 살고 있는 거예요. 미래에는 안전한 먹거리가 부족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직접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먹거리는 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만큼 요즘은 식품 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보자는 취지예요. 그리고 고령화 사회로 인해 농촌이 점점 붕괴되고 있는데,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야 농촌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를 연구하는 것도 요즘 제가 연구하고 있는 과제입니다.
이처럼 미래를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질문자의 문제는 ‘기후 위기가 오면 지구가 망하지 않겠는가’ 하고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서 먹을 게 없어지면 어떡하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자꾸 나와서 건강이 나빠지면 어떡하지’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미래를 보는 눈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두려워하고 근심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에요.
미래를 생각하긴 하는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는 건 결국 공짜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심보입니다. 그런 심보를 갖고 있으면 마음에서 불안과 초조함이 생기고 두려움, 근심, 걱정이 생깁니다. 반면에 ‘미래가 이렇게 되면 이런 대안을 마련하고, 저렇게 되면 저런 대안을 마련해서 극복해야겠다’ 이런 관점을 갖고 있으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더라도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 하고, 손해가 나더라도 실천을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는데 왜 두려움이 생기겠어요. 오히려 대책을 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지금 질문자가 미래를 생각할 때 대응책 대신 근심과 걱정이 생긴다면 그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노력은 하지 않고 공짜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근심이에요.
우리는 미래에 대한 많은 대응을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졌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를 따라오는 중국에게 양적, 질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주변국에 대해 불리한 조건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자원이 부족한 것도 불리한 조건 중 하나죠. 또 우리의 교육이 주입식 교육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창의성을 기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우리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찾아낼 수 있어요.
동시에 긍정적인 요소도 아주 많습니다. 중국의 경우에 지금 정치 시스템이 너무 경직돼 있습니다. 일본 또한 지나친 관료 사회가 되어서 활기가 없는 사회라고 볼 수 있어요. 반면 한국은 일본을 닮아가는 요소도 있지만 아직은 활기가 있습니다. 남북 분단이 우리에게 큰 위험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만약 우리가 분단을 잘 극복해서 통일을 이루면 북한이라는 새로운 투자처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에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개발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래 첨단 산업은 이미 과거의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에서 실험을 하려면 상당한 저항을 받지만, 북한과 같이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그런 실험을 하기가 용이합니다. 가령, 자율주행차 실험을 기존 선진국에서 하기에는 부담이 크지만, 전 세계에서 이 실험을 가장 하기 좋은 곳이 북한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싶어서 제약이 많은데, 북한은 장애가 되는 시설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용이합니다. 또 전기차를 공급하는 것도 기존 국가들은 시간이 걸리지만 북한에는 처음부터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니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유리한 부분을 계속 찾아내야 합니다.
중국이 대부분을 갖고 있는 리튬이나 희토류 계통의 광물을 사용한 제품에는 미국에서 더 이상 보조금을 안 준다고 하면, 자동차 가격에 천만 원 정도의 차이가 생깁니다. 그만큼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광물이 나오는 나라가 호주, 칠레, 캐나다, 중국인데, 유럽 기업들은 호주, 칠레, 캐나다와 제휴를 맺고 있었던 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의존하다가 지금 낭패를 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남북관계를 잘 풀면 새로운 물꼬가 트입니다. 리튬이나 희토류 같은 광물이 북한에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잘 연구해서 기회를 살려내야 합니다.
단순하게 네가 옳은가 내가 옳은가만 따지면 남북 간 문제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볼 줄 알면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한테 아주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북한도 자기들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나라보다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 이 점을 설득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간다면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개척된 나라는 북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만약 서울 시내에 큰 공터가 하나 있는데 그 안에는 폭약이 묻혀 있다든지 분쟁이 생겼다든지 해서 자칫 잘못 손대면 손해라고 합시다. 이를 잘 해결하면 오히려 금싸라기 땅을 얻게 됩니다. 지금 북한의 상황이 이와 비슷해요. 그래서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자들이 북한에 눈독을 들이는 겁니다. 미래학자들 중에도 한류 열풍 등 여러 가지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 한반도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분석해서 부정적인 요소는 우리에게 해악이 적도록 막아내고, 긍정적인 요소는 계속 개발한다면 우리는 또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가슴이 뜨거워지고 생기가 돌게 됩니다. 특히 젊은이라면 더욱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미래만 생각하면 불안하고 머리가 아프다면 그 이유는 노력해서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눈 뜨고 일어나면 천국이 와 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노력해서 대처하려고 하지 않으면 자꾸 미래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청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도전의식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네, 스님. 제가 욕심을 가지고 있던 걸 알아차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청년의 기상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청춘톡톡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는 의료인을 위한 즉문즉설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의료인정토회는 창립 이후 매년 스님과 함께 하는 즉문즉설 법회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올해도 많은 의료인들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먼저 의료인정토회 회원들의 지난 1년 동안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안산 JTS 다문화 센터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진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각종 정토회 행사 때마다 의료 지원을 해온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의료인들이 정토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부탁의 말씀을 했습니다.
의료인들이 더 자주 봉사를 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의료인이 어떤 관점을 갖고 봉사를 해나가면 좋을지 다시 한번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6시에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차에 올라타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4시간 동안 달려 밤 10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 설법전에서 제7차 법사 수계식을 한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손님과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