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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이심을 알아보게 된 비결, 광야에서의 대 피정, 오랜 침묵 수행, 열렬한 기도 생활!
예수님께서 구세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직전 유다 전역을 주름잡던 대세 인물이 세례자 요한이었는데, 하도 저명 인사가 되다보니 수많은 제자들이 그의 뒤를 쫓고 있었습니다.
스승의 마음은 대체로 비슷하겠지요. 자식 같은 제자들과 평생 같이 가고 싶을
것입니다. 내가 공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놓은 인재들이기에 스승에게 있어 제자들은 삶의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미래와 노후를 책임져줄 든든한 보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태도를 한번 보십시오. 정말 특별합니다. 드디어 그토록 간절히 학수고대했던 예수님께서 눈앞에 지나가십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가 제자들을 향해 크게 외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요한복음 1장 29절)
참으로 많은 의미가 함축된 세례자 요한의 선언입니다. ‘제자들아! 드디어 때가 왔다. 내가 너희들을 내 제자로 양성시킨 최종 목표가 이루어질 순간이다. 바로 저분이다. 따라가거라. 나는 괜찮으니 내 걱정일랑 조금도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저분을 따라가라. 앞으로 저분을 스승으로 모시거라.’
애써 양성시킨 자신의 제자들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제 달릴 곳을 다 달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모든 사명을 120% 완수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기에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구세사의 주인공으로 점점 떠오르시는 예수님을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스스로 쇠락시키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뵙고 지체없이 그분임을 알아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무엇에 앞서 세례자 요한은 구세주 예수님의 오심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광야에서의 대 피정, 오랜 침묵 수행, 열렬한 기도 생활을 통해 깨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 땅에 오신 메시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과는 정반대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등장하신 하느님을 몰라뵙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은 메시아 도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습니다. 영적 생활에 매진하지 않고 세상일에만 몰두했기에, 내면을 갈고 닦지 않고 외적인 것에만 치중하였기에, 영적인 소경 상태로 살았기에 그토록 확연한 모습으로 다가오신 메시아를 알아 뵙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 뵙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수님의 신성을 거부하고, 메시아를 박해하고, 그분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서 살상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하느님이신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기까지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하느님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자부했지만 사실 하느님과 가장 멀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여러 순간, 여러 변장한 모습으로 우리 눈앞을 스쳐 지나가십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둔감함과 미련함으로 인해 지척에 계시는 주님을 몰라뵙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성찰해봐야겠습니다.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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