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곳 중 147곳 지방이전 완료 ▶교통·상권 좋은 수도권 도심에 대규모 아파트·상업시설 공급
▶분당 부촌 정자동에 15년만에 공급되는 새 주거단지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
▶용도 규제에 발목 잡혀
▶주인 못 찾은 공공기관도 12곳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 정자동 돌마교 사거리 인근.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산업용 폭약이 수차례 터지자,
연면적 3만5000여㎡의 8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한국가스공사가 2014년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하기까지 17년간
써 온 사옥이 사라졌다. 이 자리에는 최고 34층 7개 동(棟)에 아파트 506가구와 오피스텔 165실, 업무·상업시설을 갖춘
복합 주거단지 '분당 더샵 파크리버'가 들어선다. 이 단지는 분당에서도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정자동에
15년 만에 공급되는 새 주거단지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2015년 해당 부지를 사들인 시행사 HT D&C는 "분당에서도 손꼽히는 입지 조건이어서 분양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달 22일 모델하우스를 열어 분양을 시작하고 2021년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부지의 환골탈태
2007년 혁신도시 조성으로 시작된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공공기관이 떠난 도심 노른자위 땅에 고층 아파트와 업무·상업시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혁신도시 특별법에 따라 지방으로 옮겨간 공공기관은 새 부지 매입, 청사 신축 등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청사 등 수도권에 있는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3곳 중 147곳이 이전을 완료했다. 이들이 수도권에 보유하고 있던 건물과 부지 등 총 119개의 부동산도 2009년부터 팔리기 시작해 현재 107개가 매각된 상태다. 반면 일부 공공기관 부동산의 경우 부지 용도 제한 등의 이유로 수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해당 기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통·상권 등 우수한 입지에 대형 개발도 추진
공공기관 부동산은 도심에서도 교통이 좋고 상권이 발달한 곳에 있다. 수도권 도심에 재건축, 재개발을 제외하면 대규모 부지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작년 7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부지에서 분양한 '판교 더샵 퍼스트 파크(1223가구)'는 계약
시작 나흘 만에 모두 팔렸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옛 한국광물자원공사 부지에서 이달 분양하는 '동작 협성휴포레 시그니처' 역시 노후 주거지가 많은 동작구에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다. 중견 건설사 협성건설이 2015년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광물자원공사 부지를 매입, 아파트 472가구와 업무·상업시설을 갖춘 복합단지로 바꾼다.
업무·상업시설로는 서울 여의도 LX(한국국토정보공사) 옛 부지에 KB국민은행의 통합사옥이 건설 중이고, 마포구 동교동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옛 사옥 자리에 영화관·쇼핑센터 등을 갖춘 '아일렉스 스퀘어'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 랜드마크를 노리는 대규모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원에 사들이고 통합 사옥, 호텔, 공연장, 컨벤션 등을 갖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시는 2010년 산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5만6000여㎡에 2024년까지 첨단지식산업 클러스터와 비즈니스센터, 문화복지시설, 공공청사 등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용도 규제 등에 발목 잡혀 안 팔리는 부동산도 12개
단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옥, 경기 성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 사옥 등 12개 부동산은 토지 규제, 부분 매각 조건 등의 이유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해당 공공기관도 지방 이전 일정에 차질이 생겼거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LH 사옥은 2010년 최초 매각 공고를 낸 이후 12차례 유찰되며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당선 오리역과 성남대로, 분당~수서 도시고속화도로 인근이라 입지가 우수하지만, 매각 예정 가격이 4250억원으로 비싸다. 또 부지 용도가 주거용이 아닌 업무시설로만 제한되어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전체 땅의 절반 이상이 개발 제한 구역에 묶여 있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자체가 입지 규제를 완화해줘야 매각이 가능할 텐데 교통 혼잡 등의 이유를 들며 거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사옥이 언제 팔릴지 장담할 수 없고 향후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