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희망나누기] 해뜨는집 1편_보통 사람, 보통의 삶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특별할 거 없는 보통의 일상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무엇보다 간절한 삶입니다. 이들에게 ‘자립’은 넘기 힘든 커다란 산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자립 문제는 오랜 시간 사회과 제로 대두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그 양상이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로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설을 나오는 것만으로 자립은 이뤄지는 걸까요?
지난해 2023년 기준 장애인 복지시설 알람표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 거주 시설은 1,532개소로 2만 7천여 명의 이용자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중 자립에 성공하는 사례는 소수입니다. 비장애인이 독립하여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데 많은 경험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듯 장애인들 역시,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뒷받침해 줄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독일에서는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일자리 지원, 전담 사회복지사 배치, 문화/체육 활동 등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측면에서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립, 그 자체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선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시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해뜨는집’도 그중 하나로, 포천시에 맞는 장애인 자립 모델을 시도하며,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시설 장애인과 재가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자립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 '해뜨는집' ⓒ아름다운가게
해뜨는집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사회 재활과 생활 재활, 의료 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심리정서적 안정을 돕고, 원만한 일상생활을 유도하여 지역에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라서 돕는 게 아닙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그저 모두에게 있는 보통의 삶을 장애인들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돕는 것입니다.
해뜨는집 사회복지사 인터뷰 中
연합 체육 프로그램인 '태권도프렌즈' ⓒ아름다운가게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듯, 장애인들이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접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해뜨는집은 포천시에 위치한 여러 복지시설과 연합하여 문화/여가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시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있는 문화/체육 시설을 이용하며 함께 축구도 하고, 태권도, 요리, 음악 밴드를 하며 지역사회 안에서의 활동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자립은 결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이에요. 지역에 있는 태권도장, 요리 시설 등을 이용하며 지역 주민들도 만나고, 다른 시설의 장애인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은 단순히 여가 활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시간들인 것이죠
해뜨는집 사회복지사 인터뷰 中
요리, 세탁 등 자립에 필요한 역량 훈련 프로그램 ⓒ아름다운가게
장애인들이 모여 연주하는 따봉밴드 ⓒ아름다운가게
연합체육활동 프로그램 '날아라슛돌이' ⓒ아름다운가게
실제 장애인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해뜨는집은 자체적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진행되는 단기 자립 체험홈 ‘따봉하우스 ’를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을 구하는 일부터 입주까지 자립 당사자가 함께 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은 두세 번의 거절을 겪고, 현실의 자립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올해 따봉하우스는 당사자들이 직접 부동산을 다니며 집을 구하는 일부터 함께 했어요. 아직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거절도 두세 번 당했지만 자립이 생각한 것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직접 알게 되면서 스스로 훈련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해뜨는집 사회복지사 인터뷰 中
시설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누군가의 도움에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따봉하우스에서는 누구의 도움 없이 생계를 꾸려가야 하기에 더욱 능동적으로 책임감 있게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삼시 세끼 메뉴를 정해 요리하고, 집안을 관리하고, 퇴근 후에는 집 근처에서 산책하며 그야말로 ‘보통의 삶’을 살아갑니다.
(위) 자립체험홈 '따봉하우스', (아래) 따봉하우스의 자립 생활 모습 ⓒ아름다운가게
현재 따봉하우스에서 자립하고 있는 김철수(가명) 님에게 자립 후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물어봤습니다. 그 답은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주중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가까운 도시로 나들이를 가는 보통의 일상이지만, 철수님에게는 긴 시간 가장 원했던 나만의 ‘자유로운 삶’이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며 자신만의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 따봉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철수님(가명)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 희망나누기'는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의 나눔사업입니다. 2002년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오픈하고 첫 판매 수익금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소외 이웃과 그들을 돕는 단체를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사업으로 지원해왔습니다. 아름다운 희망나누기는 공동체 기반의 변화와 움직임이 ‘전환의 시작’이라는 믿음으로 매년 사회 분야와 환경분야의 파트너 단체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회 분야는 25곳, 환경 분야는 13곳으로 총 38 곳이 선정되었습니다.
[출처]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해뜨는집 1편_보통 사람, 보통의 삶|작성자 아름다운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