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도 가부장제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습니까?
“포유류 동물세계에는 처첩제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수컷 한 마리가 여러 암컷을 거느리죠.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사정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조랑말을 연구하고 있는데, 수말 하나가 여러 암말을 거느려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나이 많은 암말이 지배권을 갖고 있습니다. 암말 여럿이서 집단을 이루고 그 암말 중 제일 우두머리가 수말을 하나 선택해요. 너 들어와, 하고. 그 수말로 하여금 여러 암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죠. 수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쫓아낼 권위를 가진 것이 바로 나이든 암말이에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 하면 음식을 먹을 때 보면 알 수 있어요. 만약 그 수말이 왕초면 제일 먼저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나이든 암말이 먼저 먹어야 다른 말들도 먹기 시작해요. 사자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수사자가 암사자를 거느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암사자들이 만든 사회에 수사자가 들어와 얹혀 사는 겁니다.
침팬지 사회를 들여다보면 날뛰는 것은 다 수컷이에요. 겉보기엔 수놈이 권력을 쥐고 있죠. 그런데 누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가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느냐고 물으면 답은 암놈이에요. 이런 걸 보면 포유동물의 세계는 암컷이 지배하는 세계로 볼 수 있죠.”
최교수 분석에 따르면 고대의 인간 사회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즉 마을의 족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데, 대개 그 조언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였다는 것. 조선시대에 ‘대비마마’가 상당한 권력을 가진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본다.
―가부장제는 생물학적 근거가 없는 제도이군요?
“인간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산물이지, 생물학적·진화적 산물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타파하려고 하는 건 지극히 정당한 행위로 봐야겠군요?
―자연의 원리에 비춰 말입니다.
“자연의 원리로 보면 분명 가부장제는 근거가 없는 제도입니다. 가부장제의 기본사상은 남성이 중심이 돼 대물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대물림은 여성을 통해 이뤄집니다. 정자는 난자에 유전자의 반을 제공할 뿐입니다. 생식에 필요한 온갖 요소는 난자에 있어요.
난자는 유전자의 나머지 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반씩 합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난자에 비하면 정자의 기능이나 역할은 아주 미미한 것이죠.”
{수렵사회에선 여성이 우월}
얼마 전 국내에 번역된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신작 ‘제1의 성’에 따르면 미래 사회는 경제력 면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사회다. 그 동안엔 근육의 힘이 필요한 산업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머리를 쓰고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산업이 주종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헬렌 피셔는 또 미래산업의 중심이 네트워킹, 곧 사람 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산업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바로 그 점에서 여성들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최교수는 “헬렌 피셔에 따르면 경제권이 여성에게 넘어가고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제1의 성’은 ‘뉴욕타임스’로부터 두들겨 맞았어요. 근거 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아니냐고 해서. 제 생각에도 헬렌 피셔의 얘기가 다 맞을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여성의 경제력이 남성에 버금갈 정도로 커지리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제 생각엔 여성의 경제력이 굳이 남성을 능가하지 않더라도 여성이 스스로 충분히 먹고 살 때가 되면 지금의 남녀관계가 크게 바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신호들이 보입니다. 경제력이 풍부한 여성들은 결혼은 하지 않고 정자만 달라, 그런 얘기들을 합니다. 더욱이, 예전엔 정자를 누군가에게 받아야 했지만, 요즘은 정자와 난자를 인터넷에서 사고 파는 시대입니다. 제가 여.자라고 칩시다. 좋은 직장 있고, 직장 탁아소에서 아이들을 맡아주고, 그러면 미쳤다고 남편을 모시고 사느냐는 거죠. 인터넷에서 정자 사 가지고 아이 낳아서 혼자 키우고, 내 배짱대로 살고, 내가 즐기고 싶으면 오늘 저녁에 어느 남자에게 전화해 ‘우리 집에 올래’ 해서 불러들여 즐기고…, 그런 시대가 오면 남자들이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나를 선택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그런데 예전과 달리 남자가 여.자에게 별로 줄 게 없으니 굉장히 어렵죠.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성비를 가진 우리나라는 아주 위험해요. 어머니들이 병원에서 여1자 아이들을 너무 지운 탓에 지금 여성이 귀하잖아요. 2020년엔 남녀 비율이 1.25 대 1이 된다는 통계가 있어요. 이건 굉장한 비율입니다. 남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성을 못 찾는다는 얘기죠. 남자들이 여h자g들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죠. 엄청난 변화가 올 겁니다. 내기하라면 할 수도 있어요.”
“남성이 여성보다 몸집이 큰 동물로 진화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건 일부다처제 동물들의 공통된 특성이기도 해요. 그래서 남성 폭력이 문제가 되죠. 일처다부제를 하는 새들이 있는데, 암컷이 훨씬 크고 싸움도 잘해요.”
―호르몬의 문제인가요?
“그렇죠. 여성은 성장호르몬이 빨리 나와요. 그래서 여.ㅓ자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빠른 겁니다. 그런데 생물학적 원리에 따르면 일찍 크면 많이 못 커요. 그래서 남자 아이들이 나중에 여ㄱ자 아이들보다 더 커지죠. 호르몬을 조절하면 여성이 더 커질 수도 있죠.”
―동물도 그렇습니까?
“대부분 그래요.”
―여.성들이 임신 출산 양육 등 주로 정적인 일을 하다 보니 근육이 퇴화했다는 설도 있는데 근거가 있습니까?
“생물학적으로 보면 남성과 여성은 근육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여w자들은 아무리 운동을 해도 남자만큼 되기가 쉽지 않아요. 남성호르몬과 관련된 것이죠. 그래서 힘 싸움으로는 여성이 불리할 수밖에 없죠.”
―인간 남성과 동물 수컷의 폭력성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 인간 남성은 어느 동물보다도 폭력적입니다. 조직적인 폭력까지 휘두르는 걸 보면 굉장하죠. 여.자에 대해서도 그렇고. 전쟁이 폭력의 극치잖아요.
그런데 남성들은 전쟁터에서 또 여성들을 유린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성은 폭력의 기원이라 볼 수 있죠.”
가부장제 붕괴는 순리
최교수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기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흔히 얘기하는 남성성, 여성성 개념엔 오류가 많다고 한다.
학습과정과 환경에서 비롯된 차이를 근원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붕괴는 어찌 보면 자연의 질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동물의 세계에선 암컷이 중심이지 않습니까.
“ 저는 여성의 세기는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성의 문제로 봅니다. 여성의 세기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 갖춰진 겁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있어요.
출처 :로라메르시에갤러리
첫댓글 힘조~!~!~!~!~!
이런 글 정말 좋다.
고양이도 모계사회라는말 듣고 클리를 탁 쳤다 여성의 세기가 오는 그날까지 자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