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비틀라나는 딸이 폴란드 학교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서른한 살 우크라이나 엄마인 그녀는 "우리가 딴 지역으로 이사했을 때도 그 애는 전학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서 "그애는 너무 좋아했다. 놀림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지금, 그녀는 학교와 폴란드 전체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고 말한다. "2주 전에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며 '오늘 한 녀석이 나한테 우크라이나에 돌아가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스비틀라나는 경악했다.
그녀는 폴란드에서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 중 한 명인데 반우크라이나 정서가 최근 몇 달 상당히 늘어났다고 BBC에 털어놓은 10여명 중 한 명이다. 많은 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놀림을, 학교에서 따돌림을, 온라인에서 외국인 혐오를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양극화된 대통령 선거 운동이 긴장의 강도를 높였는데 1차 투표가 11일 진행됐다.
스비틀라나의 딸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다음날,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했다. 스비틀라나는 "한 반의 소녀들이 그애가 우크라이나 말을 쓰는 것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뒤 그들은 바닥에 쓰러지는 척하며 '미사일이다! 엎드려!'라고 외친 뒤 깔깔 댔다"면서 "딸애가 울며 집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미사일이 며칠 전 스비틀라나의 고향 마을에 떨어져 어린이들을 포함해 수십 명의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 그녀의 딸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보복이 두려워 본명을 숨기고 스비틀라나란 이름을 쓰고 있는데 딸의 처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학교 직원들과 나눈 문자메시지 스크린샷을 영국 BBC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녀는 다른 공간에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한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여기 와서 나쁘게 행동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우크라이나 친구들은 폴란드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에서 사는 게 무섭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250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에 살고 있다. 폴란드 전체 인구의 7%에 해당한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이래, 폴란드인들의 공감이 넘쳐났다. 바르샤바에 본부를 둔 '스탠드 위드 우크라이나'(Stand with Ukraine) 재단 대표인 활동가 나탈리아 판첸코는 "대단했다. 매일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와 '어떻게 우리가 도울 수 있나?'라고 물었다"고 말한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인도주의 사절단을 조직하거나 여기로 난민들을 데려왔다. 그들은 집과 음식,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그리고 그들의 마음도 역시 줬다."
3년 뒤, 나탈리아는 폴란드인 다수는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은 그러지 않으며 그녀가 속한 조직은 여러 달 전부터 시작된 반우크라이나 온라인 놀림이 급증한 것을 주목했다.
그녀는 말하길 "그러다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억양으로 얘기한다는 이유만으로 가게나 호텔에서 외국인 혐오를 드러내는 이런 종류의 상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나탈리아는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 여성들과 아이들은 전쟁 때문에 폴란드에 있는 것인데, 친척들이 전선에 있거나 포로로 붙잡혀 있거나 죽은 경우가 아주 많다. 그리고 이들은 표적이었던 사람들이다."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폴란드의 공중 여론이 실제로 악화됐다는 것은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CBOS 센터의 지난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폴란드인의 50%만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지지한다. 4개월 만에 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2년 전에는 81%였다.
100만가량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 개시 이후 폴란드에 도착한 것으로 공식 등록됐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지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폴란드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 뜨거운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극우 포퓰리스트 스와보미르 멘첸이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는데 적의에 찬 반우크라이나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종전)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위는 보수주의자 카롤 나브로츠키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난민을 위한 금융 지원에 반대했고 전쟁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가장 전향적인 후보는 선두주자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로 도날드 터스크 총리 연립정부 출신이다. 하지만 그조차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사회복지 감축을 약속했다. 정치 분석가 마르친 자보로프스키는 트샤스코프스키가 선거에서 중도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친우크라이나 성향을 드러내는 일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 태도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전쟁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데 처음에는 열정적이었으나 사라지고 있다. 부정적 정서가 대신하고 있어 그에게 완벽하게 편안한 이슈는 아니다."
다른 극우 후보 그제고시 브라운은 지난달 대선 집회 도중 시청 건물에 게양된 우크라이나 국기를찢은 것과 관련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지율 3%에 그친 브라운은 이른바 "폴란드의 우크라이나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주기적으로 밝혔다.
지난주,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온라인에서 폴란드 국민들 사이에" 퍼뜨림으로써 폴란드 선거에 개입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스크바 당국은 선거 개입에 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폴란드에서의 가짜 정보와 선전을 모니터링하는 비정부 조직(NGO)을 운영하는 미하우 마레크는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는 반우크라이나 선전물 사례들을 제공하고 있다. 마렉은 "이들의 주된 내러티브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 회계에서 돈을 훔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으며, 그들은 우리를 강탈하고 죽이길 원하며 전쟁 책임도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정보는 러시아어 텔레그램 채널들에서 시작했으며, 그 뒤 우리는 똑같은 사진들과 똑같은 문자들이 구글 통역기를 통해 옮겨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선전물을) 폴란드 정보환경(the Polish infosphere)에 밀어넣고 있다"고 말한다.
마레크는 이런 정보 조작과 폴란드에서의 반우크라이나 정서 급증을 연결지으며, 폴란드인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선전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가 끝난 뒤 그 효과, 몇 %의 폴란드인이 공개적인 친러시아 후보에 투표하길 원할지 보게 될 것이다."
한편 폴란드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데 전향적이었던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폴란드인들은 대졸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서방으로 떠나 생긴 빈자리(더럽고 힘들어 하기 싫은)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는 분석이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나라가 두 쪽이 되고 경제도 엉망이 돼 폴란드의 최저 임금이나 기초생활 보장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인 데다 무슬림 난민들을 단호히 거부하는 폴란드가 그래도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으로 가깝고 세속적인 성향이라 심하게 거부하진 않아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사회나 그렇듯,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이니까 폴란드 정부가 공짜로 모든 것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구는 민폐족도 있어 폴란드인들의 혐오를 부채질한다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