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앞으로 쉴 거야, 뒤로 쉴 거야?" 명절이면 함께 일하는 이에게 늘 물어보는 말이다. 차례상 준비하려면 명절 전날 쉬어야 하고, 가까운 친정에라도 다녀오려면 명절 다음날 쉬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모두 쉴 수 없으니 각자 쉴 날을 정해야 한다.
달력에 명절연휴 '빨간 날'이 며칠이든지 우리가 이어서 쉴 수 있는 연휴는 단 '이틀'뿐이다. 거기다 1년에 두 번, 번갈아가며 명절 당일에도 근무를 해야만 하는데 그 당번이 되면 앞날이든 뒷날이든 하루만 쉴 수 있다. 명절에 고향집을 가려면 여러 동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 양해를 구하는 것도 서로 부담스럽고 미안한 일이라 결국 포기를 하게 된다.
명절이면 대형마트 계산대는 정신없이 바쁘다. 피크기간 일주일 전부터 2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해야만 한다.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코드를 찍어대야만 한다. 일주일여를 동동거리며 지내서인지 명절이 지나고 나면 꼭 병이 나고 만다. 몸살이 날 때도 있고, 어깨에 파스를 붙여야 할 때도 있었으며 언젠가는 팔이 안 움직이기도 했다.
명절 연휴에 매장 문을 열어야 하니, 오픈할 직원과 마감할 직원이 부서마다 필요하다. 신선과 비신선으로 나누어 최소 인원을 근무시키는데 각 층별로 관리자급인 팀장과 담당자급 사원 딱 한 명을 근무 시키고, 각 부서별로는 우리 같은 무기계약직 사원 위주로 근무를 시킨다. 연휴 근무를 원하는 사람에게서 신청을 받아 근무 조를 짜자고 건의를 해보기도 했지만, 본사 지침이라며 근무인원 대부분을 우리 같은 무기계약직 사원으로 채운다. 아마도 그건 인건비가 싸기 때문일 터였다.
친지들은 명절이면 더 바쁘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보며 '그래도 대기업 다니니 돈은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언젠가 한번은 "지금 그만두면 퇴직금은 얼마나 받냐"면서 "억도 넘지?"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15년 이상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퇴직금 3천 쯤 된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어 쓰게 웃었다.
몸은 고되고 돈은 적게주는 회사.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이들이다. 혹자는 갈 데가 없어서 다니는 거면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군소리 말고 일하라고도 한다. 노예 같은 삶이 '해결책'이었다면 우리 업무 환경이 이 정도나마 변화되었을까 싶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필요한 일터라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개선해서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민족 대 명절 추석, 누군가에겐 흩어진 가족들과 만나는 행복한 날이지만 대형마트 근무자에겐 사람에 치이고 물건에 치이고 일에 치이는 기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마트 명절 영업이 꼭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좋겠다. 명절 앞으로, 뒤로 충분히 바쁘고 힘들게 일하는 직원들 누구나 명절 포함 이틀은 연휴가 당연한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