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진학지도로 자율형 사립고 모델 제시
점심시간 80분… 축구·농구 반대항 리그도
학생들은 저마다 꿈을 적어 넣은 액자를 책상 위에 두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한다. 80분의 여유로운 점심시간에는 넓은 운동장과 체육관에 축구·농구 반대항 리그가 매일 펼쳐진다. 자율적으로 선택해 들을 수 있는 방과 후 수업은 수준별로 60여개가 넘고,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활동하는 동아리 모임은 70여개나 된다. 학생들 모두가 운동을 좋아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도 한개 이상씩 되니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소리,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합주하는 음악 소리가 교내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운동장이나 복도 어디에서도 스마트폰을 쥐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그려지는 환상속의 학교 모습이 아니다. 서울 우신고등학교 학생들의 특별하지 않은 하루 일상들이다. 올해로 자율형 사립고 전환 3년째를 맞은 우신고등학교가 알차고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율형 사립고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우신고가 자랑하는 가장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비전스쿨’이다. 비전스쿨은 학생들이 비전코치과정을 연수한 선생님들과 함께 자신들의 기질과 성격, 자신이 발견한 사명, 그리고 10년 단위의 인생과정 로드맵을 작성해 자신의 삶을 미리 그려보게 하는 과정이다. 우신고의 비전스쿨은 유수의 대학 입학담당관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운영현황에 감탄하고 모범사례로 손꼽을 정도다. 최근 ‘2012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서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갑중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사명과 비전을 깨닫는다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신바람 나서 공부한다”며 “저마다 비전을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한 3년의 행복한 학교생활은 그대로 입학사정관제도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교육의 본질 회복과 입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내에서도 신바람 교육의 전도사로 통하는 김 교장이 비전스쿨과 함께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의 체력증진이다.이를 위해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80분으로 늘렸다. 밥을 먹고 남는 시간에 축구ㆍ농구 등 운동을 즐기도록 배려한 것이다. 점심시간에는 학급별 리그전이 자발적으로 매일 벌어진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친구 관계가 좋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폭력과 왕따는 당연히 사라졌다. 학업에 지장을 줄 것이란 일부 교사와 학부모의 우려는 기우였다. 5교시에도 조는 학생은 없다. 집중력이 더 높아져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 비전스쿨 외에도 우신고 학생들은 ‘예체능 동아리’를 통해 관악, 중창, 밴드 등의 취미활동을 하며 심신을 단련하고, UN영어토론·경제연구·에코 탐측반 등의 ‘학술동아리’를 통해 교과목 이외의 학술적 시야를 넓히고 있다. 또한 ‘비전동아리’ 활동에서는 같은 비전을 품고 있는 학우들끼리 모여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의지를 다잡는 계기를 만든다. 이와 함께 교과학습 보충·심화과정, 예체능 비교과 활동, 논술 수업 등 자율적으로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수준별 방과 후 수업도 60여개가 넘어 학생들의 자기주도형 학습능력을 극대화 시켜준다.
아이들이 꿈을 이뤄가는 학교, 그런 행복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는 신바람 나는 학교. 우신고등학교의 실험들이 성공해 우리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림매김하길 기대하는 이유다.
김경희 기자
사진설명 : 우신고등학교의 가장 큰 강점은 일반적인 교육과정에만 편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진 은 시애틀의 WWU(웨스턴 워싱턴 대학)에서 이루어진 과학 영어 연수(왼쪽)와 우신고 전교생이 심신단련을 위해 배우고 있는 유도 수업 장면(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