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여행정보방에서 우연히 산과숲님이 올려놓은
‘제주도 조천리와 조천 김씨를 아시나요’을 보고 화들짝했다.
부산서 제주도는 당일치기 트레킹이 가능한 곳이다.
제주도를 많이 다녔어도 딱 한 군데를 기피하고 안 간 곳이 있다.
바로 조천리다!!
여행정보 자료에 나오듯이 내 같은 사람이 반드시 답사 할 곳인데
일부러 기피하고 언젠가 갈거라고 자료만 보관해두고 있다.
연북정과 주변 유적을 찾아보고 싶지만 말이다.
제주시 조천면 조천리!
저기는 내 첫사랑 그녀의 고향이다.
40년이 넘었지만 이름과 주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를 지켜주지만 못한 두 번의 죄가 있어서다.
지금 생각하면 나란 놈은 참 답답한 놈이었다.
군대가기 전에도 손길을 뿌리쳤고,
군대갔다 왔어도 멍청하였으니 말이다.
군대가기전에 기다릴수 있도록 해주고 가라고 했었다.
통행금지에 걸려 같이 여관에 잤어도 손도 안잡고 잠도 못잤지.
그렇지만 그때 군대가 안정적이지 못해서 기다리지말고
좋은 사람만나서 연애도 하고 즐겁게 보내라고 했다.
휴가 나와서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제대하고 딱 일주일 되던 날, 그녀가 전화를 해 왔다.
날짜를 세어가면서 기다렸단다.
정말 감동적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그때는 정말 이해하지 못할 병에 걸려 있었어.
연예인병!
3년만에 만나려고 약속 장소 갔을 때
호텔의 창가에 앉아서 웃던 모습을 아직 난 기억한다.
그러나 그녀는 연예인 된단다.
소속사도 있단다.
그리고 확대한 브로마이드 사진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헉!!!
신바람 나서 조잘거리는 그녀와는 달리 나는 침울했다.
‘그래! 유명한 배우 되거라!’
그리고 연락을 받지않았다.
그렇게 헤어지고 보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져가던 어느날 전화가 왔다
침울한 그 목소리에서 난 알아차렸어야 했다.
나중에 알았다.
기획사에 사기를 당하고 파산했다는 것을!
첫 번째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린 다시 마주 앉았다.
그녀는 또 다른 여자가 되어 있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동산 처녀가 되었더라.
아!
내 첫사랑의 풍경은 사라졌지.
투자를 잘해서 아파트 사고팔고 하는 능력이 있었나보다.
그리고 이제 여유가 생기고 서로 결혼 적령기가 되었지.
그녀가 집으로 초대를 했다.
낮술에 취해서 그녀는 방에 가서 자고 난 소파에서 자고왔다.
선배들이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욕을 했다.
‘야!! 이 등신아! 방으로 따라 들어오란 소리자나!“
그런가?
난 몰랐다.
그러다 뜸해지고 난 맞선 보고 2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리고 그녀도 얼마 후 결혼했다.
2년이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그 사이에 이혼을 했단다.
일본으로 간단다.
그리고 날 원망했다.
숨이 턱 막혔다.
내가 결혼했다는 소리에 홧김에 결혼했단다.
그 마음을 왜 그리 알지 못했는지.
이것이 두 번째 그녀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이다.
이제 길거리에서라도 만나도 못 알아보겠지.
아직 일본에 있는지, 살아는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아!
조천리!!
2025.2.9
첫댓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얘기네요.
연인이 자기 집에 초대한 건
당연히 거사(?)를 염두에 두었을 터인데,
정말 몰랐다니 순수했다고 할까 순진했다고 할까요.
지난친 윤리성에 갇힌 고지식의 인격체는 그리 행동합니다!
왜 요즘은 그런 기회가 없는지 ㅎㅎㅎ
제주도중에서도 조천리 참 좋아합니다
교래휴양림숲길 붉은오름 동백동산
거문오름
와흘리 선흘리 송당.생각은 잘 나지않지만
조천에서 살고싶은1인 입니다
ㅎ그런가요
스쳐지나만 가서 차에서 내려 본적이 없어요
간절한님
지금 서로 혼자이고 주소도 알고 있으니 늦지않은 때 그 주소로 찾아가 보세요.
혹시 친인척이 거주하고 있을 수 있고, 주변 가게나 미용실등에 여쭤보면 소식과 해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조천리와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이 좋아요
그 사이에 그녀는 혼자가 아닐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한번 가보고 싶긴 합니다.
갑자기 제주도 유채밭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