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대초원은 아니지만 20만평 되는 팜 랜드에 마실 다녀왔어요.
벚꽃도 메밀꽃도 아직은 이를 것인데 조금은 황망하고 쓸쓸한 광야를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냉이 축제장에서 꼬리 연을 날리는 이도 재다 꼬맹이 관광객뿐입니다.
말이나 한번 탈까하다가 이 역시 썩 내키지가 않아서 마약 핫도그에 맥주 한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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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했어요. 바람이 되게 부네요. 캡 모자 위에 후드를 뒤집어썼어요. 우리 에스더
어릴 적에 아빠가 수래 자전거에 동승하거나 목마를 태우던 생각이 났어요. 아침나절
전염된 슬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서 약간은 센티한 느낌으로 아무 생각 없이
회화를 3번 리플레이 했으니 어영부영 3시간을 썼네요. ‘아웃오브 아프리카’를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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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시드니 폴락 이 10여 년 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퍼시픽 펠리세이즈에 있는
자택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74세). 폴락은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메릴 스트립의 열정을 담아낸 서사로맨스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년)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타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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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출신의 카렌(메릴 스트립 분)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독신 여성인데 그녀는 연인과
파혼하고 그의 동생이자 친구인 브릭센 남작(크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과 결혼합니다.
남작에겐 카렌의 막대한 부가 필요했고 카렌에겐 남작부인이라는 호칭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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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랑보다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부부가 된 이들은 케냐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어요.
당연히 번번이 부딪힙니다. 카렌은 브릭센의 권유로 처음 계획과는 달리 커피농장을 시작
했으나 브릭센은 농장 일은 거의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나돌다가 전쟁에 참전하겠다며
훌쩍 떠나버립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카렌은 모든 근심을 잊기 위해 농장 일에만 몰두해요.
어느 날 카렌은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는데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란 남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둘의 관계는 서서히 깊어갑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카렌이 열병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고 의사로부터 매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아요. 물론 남편 브릭센으로
부터 감염된 것입니다. 케냐에서는 치료조차 불가능한 병이기에 카렌은 남편에게 이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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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고 덴마크로 떠납니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유증으로 불임의 몸이 된 채
케냐로 돌아온 카렌은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하는 데니스에게 결혼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데니스는 그녀의 제안을 거부합니다. 이 놈도 웃긴 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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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오브 아프리카’는 원작자가 카렌의 삶을 실제로 영화화 한 것입니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며 커피 농장의 사업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연기한 카렌의 일품 연기가
모두 원작자의 실제 삶이었다고 합니다. 혹여, 잘못된 결혼을 했더라도 끝까지 생을 사랑하며
용감하게 살라는 말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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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카렌과 데니스의 비행장면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는 그가 유일하게 남긴 2곡의 클라리넷 협주곡 중 한 곡이며, 죽기 2개월 전에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1791년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슈타들러를 위해 작곡을 했고, 모차르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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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에서도 그 천재성을 인정받는 걸작으로 손꼽히는 명곡이지요. 원래 클래식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곡이라고 해요. 이 곡이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고 사랑을 받게 된 계기로는 바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되면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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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매치포인트입니다.
1. 아프리카의 자연과 닮은 데니스와 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카렌의 밀 당.
2. 비행기에서의 연애 질과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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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남편은 그녀를 외롭게 만들고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더욱 힘겹게
했지만 자유롭고 낭만적인 데니스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게 된가 싶더니
두 사람의 사랑도 불행한 결말로 끝을 맺고, 오랜 세월 뒤 카렌은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어떻게 보면 크라이맥스도 내용도 없이 밋밋하게 엔딩을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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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보이지만 러닝타임 165분의 메시지는 역경속에서 인생을 살아낸 것 일 거에요.
카렌이 데니스를 맨 처음 만날 때, 가장 소중한 것이 뭐냐 물어보자 나침반을 보여주지요.
이것만 있으면 길을 잃어도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저도 우리
예에공에게 아빠가 경험한 인생의 나침판을 선물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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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대 후반까지 나침판 없이 막 살았습니다. 50대 후반이 되고 보니 딸내미들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용기'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나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까봐, 혹은 더 나락으로 떨어질까 봐서 내가 원하는 도전적인 삶을 주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후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프리카의 홍학들이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과 하마들 그리고 사자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네요.
예에공,Carpe diem , 'I live only today'
2020.3.22.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