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 지경으로 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오전 열시가 되어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직접 연해안 지방으로 가서 보고 듣고난 뒤에
이를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라고 말하니, 원수가 기뻐하여 마지 않았다.
장군이 먼저 이렇게 말해주니 권율이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그래서 장군님은 흰옷을 입은채로 배설을 찾아내고
곡식을 모으는 등 활동을 하다가 결국 임금의 교지를 받게 됩니다.
명량해전이 있던날의 일기를 원본 그대로 올려봅니다.
9월 16일 [양력 10월 26일]<갑진> 맑다.
아침에 별망군이 나와서 보고하는데,
적선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울돌목을 거쳐
곧바로 진치고 있는 곳으로 곧장 온다고 했다.
곧 여러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니,
적선 백서른세척이 우리의 여러 배를 에워쌌다.
대장선이 홀로 적진 속으르 들어 가 포탄과 화살을 비바람같이 쏘아대건만
여러 배들은 관망만 하고 진군하지 않아 사태가 장차 헤아릴 수 없게 되었다.
여러 장수들이 적은 군사로써 많은 적을 맞아 싸우는 형세임을 알고
돌아서 피할 궁리만 했다.
우수사 김억추(金億秋)가 탄 배는 물러나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
나는 노를 바삐 저어 앞으로 돌진하여 지자총통 현자총통 등
각 종 총통을 어지러이 쏘아대니,
마치 나가는 게 바람같기도 하고 우뢰 같기도 하였다.
군관들이 배 위에 빽빽히 서서 빗발치듯이 쏘아대니,
적의 무리가 감히 대들지 못하고 나왔다 물러갔다 하곤 했다.
그러나 적에게 몇겹으로 둘러 싸여
앞으로 어찌 될지 한가진들 알 수가 없었다.
배마다의 사람들이 서로 돌아보며 얼굴빛을 잃었다.
나는 침착하게 타이르면서,
"적이 비록 천 척이라도 우리 배에게는 감히 곧바로 덤벼들지 못할 것이다.
일체 마음을 동요치 말고 힘을 다하여 적선에게 쏴라."고 하고서,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니, 물러나 먼 바다에 있었다.
나는 배를 돌려 군령을 내리자니 적들이 더 대어들 것 같아
나아 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할 형편이었다.
호각을 불어서 중군에게 명령하는 깃발을 내리고 또 초요기를 돛대에 올리니,
중군장미 조항첨사 김응함(金應 )의 배가 차차로 내 배에 가까이 오고,
거제현령 안위(安衛)의 배가 먼저 왔다.
나는 배 위에 서서 몸소 안위(安衛)를 불러 이르되,
"안위(安衛)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너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해서 어디 가서 살것 같으냐?" 고 하니,
안위(安衛)가 황급히 적선 속으로 돌입했다.
또 김응함(金應 )을 불러 이르되,
"너는 중군장으로서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하지 않으니, 그 죄를 어찌 면할 것이냐?
당장 처형할 것이로되, 적세 또한 급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한다." 고 하니,
두 배가 곧장 쳐들어가 싸우려 할 때,
적장이 그 휘하의 배 두 척을 지휘하여 한꺼번에 개미 붙듯이
안위(安衛)의 배로 매달려 서로 먼저 올라 가려고 다투었다.
안위(安衛)와 그 배에 탔던 사람들이 죽을 힘을 다하여 몽둥이로 치기도 하고,
긴창으로 찌르기도 하고, 수마석 덩어리로 무수히 어지러이 싸우니
배 위의 사람들은 기진맥진하게 된데다가,
안위(安衛)의 격군 일여덟 명이 물에 뛰어들어 헤엄치는데
거의 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배를 돌려 곧장 쳐들어가 빗발치듯 어지러이 쏘아대니,
적선 세 척이 얼추 엎어지고 자빠지는데
녹도만호 송여종 (宋汝悰) 평산포대장 정응두(丁應斗)의 배가 줄이어 와서 합력하여
적을 쏘아 한 놈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항복해온 왜놈 준사(俊沙)란 놈은 안골포의 적진에서 투항해온 자이다.
내 배위에서 내려다 보며,
"저 무늬 있는 붉은 비단옷을 입은 놈이 적장 `마다시다"고 하였다.
나는 김돌손(金乭孫)으로 하여금 갈구리를 던져 이물로 끌어 올렸다.
그러니 준사는 펄쩍 뛰며, "이게 마다시다"고 하였다.
그래서, 곧 명령하여 토막으로 자르게 하니, 적의 기운이 크게 꺾여 버렸다.
이 때 우리의 여러 배들은 적이 다시는 침범해오지 못할 것을 알고
일제히 북을 치며 나아가면서 지자총통&현자총통 등을 쏘고,
또 화살을 빗발처럼 쏘니, 그 소리가 바다와 산을 뒤흔들었다.
우리를 에워 싼 적선 서른 척을 쳐 부수자, 적선들은 물러나 달아나 버리고
다시는 우리 수군에 감히 가까이 오지 못했다.
그곳에 머무르려 했으나 물살이 무척 험하고 형세도 또한 외롭고 위태로워
건너편 포구로 새벽에 진을 옮겼다가,
당사도(무안군 암태면)로 진을 옮기어 밤을 지냈다.
첫댓글 환희 정말 좋은 글 올려 줘서 잘 봤다. 가끔 들어와 보는데 너에게 늘 감탄하고 고마운 마음 전한다.
긴글은.... 내머리를 아푸게...ㅎㅎㅎ
무슨 엘리트 답지 않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