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이 시작될 즈음해서 매력 만점의 컨버터블 모델이 출시되었다. 바로 뉴 미니쿠퍼 컨버터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패션카인 미니의 라인업에서 가장 톡톡 튀는 모델이 아닌가 싶다. 재미있는 드라이빙과 시원한 개방감이 일품인 미니 컨버터블. 한국 시장에 출시된 쿠퍼/쿠퍼S 두 가지 라인업 중 쿠퍼 컨버터블을 먼저 만나봤다.
글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최정일 기자 (메가오토
영국의 대표적 차종이었던 과거 전통의 미니를 BMW가 가져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탄생시킨 미니. 해외에선 프리미엄 소형차 내지는 패션카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게 개성 강한 차를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던 고지식한 한국시장엔 뒤늦은 2005년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었다.
컨버터블 버전은 이듬해인 2006년에 등장했고, 2007년엔 기본적인 디자인은 대부분 유지한 채, 파워트레인의 변화로 보다 완성도를 높인 새로운 미니가 태어나면서 쿠퍼와 쿠퍼S가 차례대로 출시되었다. 2008년엔 파생모델인 미니 클럽맨도 추가되면서, 이제 미니의 인기는 패셔너블한 젊은 층이 들끓는 한국에서도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중이며 과거 뉴비틀 뿐이었던 패션카의 자리는 미니가 우선시 된지 오래다.
2009년 봄을 맞이하여 우리 곁에 다가온 새로운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신형 미니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탑을 열고 달리는 시원한 개방감까지 선사해주는 모델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에서는 그 중 쿠퍼S 컨버터블이 등장했는데, 그 녀석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쁜 관계로 일단 쿠퍼 컨버터블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그래도 아쉽진 않았다. 더 높은 성능까지 갖추고 있는 쿠퍼S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컨버터블의 경우엔 쿠퍼라도 충분히 재밌고 즐겁기 때문이다. 마침 쌀쌀한 겨울이 마무리되고, 올해 들어 처음으로 봄 냄새를 맡을 수 있던 날에 만났기 때문에 시원하게 탑을 열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새롭게 추가된 ‘호라이즌 블루’ 색상의 차체와 클래식해 보이는 ‘핫 쵸코’ 색상의 소프트탑&시트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예쁘장한 녀석을 바라보는 내내 눈이 즐거울 뿐이었다.
기자는 구형이 된 기존의 미니 컨버터블에선 뒷좌석 위로 툭 튀어나온 롤바 때문에 탑을 오픈했을 때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역시 단점을 콕 집어내 신형에서 개선해 버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손길이 닿은 덕분에 이번 모델에선 접이식 롤바의 적용으로 탑을 오픈한 모습이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후방 시야 또한 개선되었다. 통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롤바는 전복 위험이 감지되면 알아서 올라온다.
외관에서 쿠퍼 컨버터블의 최대 특징인 소프트탑은 전자동으로 작동하는데, 기존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용도의 독특한 방식이다. 전면 상단 루프 틀에 위치한 토글스위치를 한번 당기면 일단 앞부분부터 뒤로 슬라이딩되어 마치 파노라마 썬루프처럼 넓게 열려 이 상태에서도 개방감은 아주 시원하다. 탑을 열거나 닫은 상태의 중간 정도랄까. 120km/h 이하의 주행이라면 이 접이식 루프만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서 이번엔 원터치가 아니라 토글스위치를 계속 당기고 있으면 탑이 끝까지 열리게 된다. 닫을 때는 그 과정 그대로 반대이며 주행 중에도 30km/h 이하라면 동작이 가능하다. 다만 원터치 방식이 아니라 작동이 끝날 때까지 팔을 쭉 뻗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작버튼이 아래쪽에 위치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앙증맞은 차체 사이즈로 소프트탑은 모두 열린 후에도 일부분 노출되긴 하지만, 그 부위가 지붕 위쪽이라 관리 측면에서 문제없겠으며 잡아당기고 흔들어 봐도 꽤나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튼튼함이 느껴진다.
탑의 색상은 기존의 검은색 외에도 새로 추가된 ‘핫 쵸코’ 또는 ‘데님 블루’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데님 블루’ 는 청바지 등의 데님 소재와 매우 흡사한 느낌인지라 미니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컨버터블의 특징인 소프트탑을 제외한 차체 다른 부분의 디자인은 전장이 좀 더 길어지고 헤드램프/리어램프가 약간 더 커진 신형 미니의 모습 그대로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 범퍼의 공기흡입구 또한 쿠퍼는 크롬재질의 가로라인, 쿠퍼S는 검은 그물망 형태의 매쉬타입이 적용된다. 휠은 쿠퍼 16인치, 쿠퍼S 17인치로 역시 일반 미니와 같다.
컨버터블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귀엽게 열리는 트렁크가 있다.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탑을 오픈한 상태에서도 꽤나 수긍이 가는 공간이며, 탑을 닫고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버리면 최대 660L까지 공간이 넓어져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더 이상의 공간은 바라지 말자. 이 작고 귀여운 녀석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하는 가혹한 짓은 삼가야 한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실내 전체의 모습은 신형으로 변신한 후의 미니쿠퍼와 거의 동일하다. 여기저기 원을 주제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디자인 터치는 볼 때마다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정말 커다란 속도계가 떡하니 자리 잡은 클래식함도 여전하며, 하단의 오디오 조작부는 쓰임새가 간편하다. 속도계 위로 수줍게 튀어나와 있는 동그란 비상등 버튼은 귀엽긴 하지만 팔을 뻗어도 너무 멀어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눌러야 하기에 비상등을 자주 사용하는 한국의 운전문화에선 단점으로 작용되겠다. 센터페시아 하단 에어컨 조작부는 미니 엠블럼 형태가 특징이며 토글스위치들도 재미있다. 양 옆 윈도우 조작 외에도 뒤쪽까지 4개의 윈도우를 동시에 조작하는 스위치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이채롭다.
기어변속 레버는 구형에서 쿠퍼S에만 사용되었던 투구형태가 이젠 쿠퍼에도 적용되었고, 손이 작은 운전자라도 싹 감길 정도로 자그마한 사이즈다. 신형으로 오면서 다른 BMW 모델들처럼 키를 밀어 넣고 버튼을 누르는 시동방식이 적용된 것도 다른 미니와 동일한 부분. 미니 엠블럼이 박혀있는 자그마한 스티어링휠에는 버튼식 패들시프트가 운전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시트의 착좌감은 무난하며 편안하다. 키 177cm인 기자가 자세를 잡고 앉았을 때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그리 좁다는 느낌은 없고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은 나름 무난하다. 다만 뒷좌석엔 성인의 탑승은 자제하도록 하자. 탑승 용도가 아닌 수납용으로 사용하면 훌륭한 공간이 되어 주니까.
탑을 닫은 상태에선 주행 중 엔진음 등이 침범하더라도 시각적으론 나만의 작은 공간처럼 포근함이 느껴져 색다른 기분이다. 아주 만족스러운 점은 컨버터블인데다 가혹하게 다뤄지는 시승차임에도 잡소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신형 미니 컨버터블만의 새로운 장비라면 타코미터 좌측에 보이는 색다른 계기. ‘올웨이즈 오픈 타이머’ 라는 장비로서 탑을 열고 달린 시간을 나타내준다. 탑이 완전히 열린 후 작동하기 시작해 계기 안쪽 6개의 LED는 시간, 바늘은 분을 표시하며 온보드 컴퓨터에 의해서도 계산되어 총 누적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긴 한데, 꼭 필요하다기 보단 흥미로운 액세서리 정도로 즐기면 되겠다.
이번에 만난 쿠퍼 컨버터블엔 신형 쿠퍼와 마찬가지로 BMW가 푸조와 개발해 생산하는 신형 4기통 1.6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된다. 경합금 재질의 엔진에 BMW의 밸브트로닉 기술을 바탕으로한 가변식 밸브 시스템이 적용되어 최적의 효율을 발휘하며, 최고출력 120마력/6000rpm, 최대토크 16.3kgm/4250rpm의 수치로 배기량 대비 저속과 고속 영역 모두를 잘 커버해 낸다. 미션은 구형에서 CVT였지만 신형은 스탭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고, 연료효율도 높아져 13.0km/l 의 공인연비를 나타내는데..
주행특성에 앞서 연비를 짚고 넘어가자면, 근래 경험한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실연비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2009년에 접어들며 국내메이커 가솔린 1.6리터 차량들의 공인연비가 갑자기 15.0km/l 이상의 1등급으로 높아져 다소 의아한데, 일상의 주행에서 체감하는 실연비에 있어선 미니가 우수할 것 같다.
쿠퍼S의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이 살짝 그립긴 하지만, 쿠퍼에서도 기본적인 주행 특성은 마치 카트를 타는 듯 딴딴하고 재미있어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타면 탈수록 사라지게 된다. 신형에 와서 구형보다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어떠한 주행에서도 이처럼 자그마한 차가 이정도로 묵직하고 단단하며 경쾌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감각이 마냥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며, 남녀노소 누구나 드라이빙을 즐기는 오너라면 녀석과 사랑에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탑을 오픈하고 달리면 체감속도가 높아져 이러한 감성이 더욱 배가 되는 느낌이다. 처음엔 탑을 닫아도 몰려드는 시선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한번 탑을 오픈하고 난 후엔 복잡한 도심에서도 주위의 시선들을 무시한 채 오픈 타이머의 작동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시원한 개방감을 만끽하며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대면 재미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BMW가 만드는 유일한 전륜구동 모델이고, 배기량의 한계 때문에 실제 가속은 0-100km/h 11초 정도로 무난하지만, 매끄러운 변속과 즉답식의 반응은 BMW 혈통답게 수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뉴트럴에 가까운 미세한 언더의 묵직하고 예리한 스티어링 감각은 자그마한 차체 사이즈와 맞물려 시종일관 경쾌한 움직임으로 운전재미를 더욱 증폭시켜주는 요소.
스텝트로닉 6단변속기를 DS모드에 놓고 작은 차체로 요리조리 핸들링에 집중하며 달려보면, 가속반응은 보다 빨라지고 감속 시 알아서 작동되는 엔진브레이크의 감각도 주행 성격에 걸맞게 뚜렷하기 때문에, 소형차에서도 수준 높은 자동변속기의 존재가치에 대해서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동모드에선 기어변속레버보다 스티어링휠에 달린 변속버튼으로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이, 이젠 정말 무난한 세단이 아닌 이상 기본적인 장비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된다. BMW의 모델들이 대게 그러하듯 알피엠을 높여가는 적극적인 수동모드의 사용엔 한계가 있어, 겉모습처럼 주행느낌도 톡톡 튀는 개성의 미니에서만큼은 수동변속기의 부재가 조금은 아쉽다. 브레이킹 성능은 부족함 없는 정도를 넘어서 넘치는 수준.
결론적으로 새로워진 쿠퍼 컨버터블의 주행느낌이나 밸런스는 구형 대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확연히 다가오고, 겉모습은 변화의 폭이 적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선 만족도가 높아졌다. 앙증맞은 사이즈로 복잡한 도심 속을 요리조리 즐겁게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은 최고라 평하고 싶다. 좁은 공간에서의 주차도 너무나 간편해 여성들에겐 이 또한 매력. 이 작은 차체에 안전장비는 일일이 열거하기 귀찮아질 만큼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안전에 취약한 컨버터블의 단점을 훌륭히 커버해내고 있다.
에필로그
더 높은 출력과 하드함을 원한다면 쿠퍼S 컨버터블이 기다리고 있지만, 와인딩이나 고속주행을 수시로 즐기지 않는 이상 일상적인 영역에선 쿠퍼 컨버터블로도 충분하겠다. 높은 출력 대신 실용성과 쾌적함에선 오히려 쿠퍼S를 앞선다는 것도 다양한 취향의 오너들을 감안했을 때 간과할 수 없는 부분. 특히 여성 운전자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남자를 위한 짜릿한 성능의 쿠퍼S 컨버터블은 차후에 만나보도록 하자.
아쉽게도 하루의 시승만을 허락해준 BMW 코리아 측에 야속한 마음이 생길만큼 뉴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매력적이었다. 한번 타면 내리기 싫어지는 차가 그리 흔치 않은데, 이번엔 그랬다. 아쉬운 짧은 만남 후, 바야흐로 오픈카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점점 포근해져가는 날씨 또한 야속하기만 하다. 스트레스로 찌들어 있는 바쁜 일상 속에 문득 사무실 창밖의 도로를 바라보면, 귀엽고 당찬 매력의 뚜껑 열린 민희씨와 함께 저 멀리 떠나 시원하게 내달리는 일탈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