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투자 압박 강해지는데 한국서도 기업 압박만 해서는 / 2/25(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미국의 무차별적인 통상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러토닉 미국 상무장관은 21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대미 통상사절단과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 미 행정부의 패스트트랙 지원을 받으려면 최소 1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트럼프 행정부 각료가 한국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투자 기준을 거론한 것은 처음으로,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무조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투자를 해야 미국 정부가 세제 혜택 등 투자 인센티브를 주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한국 기업에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국가별·품목별 관세, 보편·상호관세 등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함부로 휘말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응책을 시나리오별로 정교하게 마련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 역시 최근 개별 국가와의 협상에 따라 관세 부과를 따로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2025 보수정치활동회의(CPAC)'에 참석해 관세를 15차례나 언급하면서 "관세는 강력한 외교 수단이기도 하다"고 했다. 관세를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수단이자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정부가 '리더십 공백 상태'라 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라는 사실과 함께 미국이 원하는 조선업 협력 등을 제안해 한미 양국이 윈윈하는 길이 무엇인지 트럼프 행정부를 제대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 한국 기업들은 반기업 정책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하며 상법 개정안의 조속한 추진을 밝혔다. 두 법안이 실현되면 노조의 불법 파업은 쉬워지고 기업 경영진은 소송 남발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기업들은 나라 밖에서는 미국의 관세 압력과 중국의 기술력 추격을 받고, 안에서는 불법 파업과 소송이라는 철퇴를 맞은 채 달려야 하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반기업 정책을 담아 우리 기업들이 세계 경쟁을 뚫고 나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내 투자를 늘리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절실하다. 현재처럼 반기업 형태가 계속되면 기업도 잃고 일자리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