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必死則生) -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게 된다, 결연한 의지로 나가면 난관을 헤칠 수 있다.
[반드시 필(心/1) 죽을 사(歹/2) 법칙 칙, 곧 즉(刂/7) 날 생(生/0)]
반드시 죽고자 하면(必死) 오히려 살게 된다(則生). 물론 꼭 죽으라는 소리는 아니고 죽을 각오로 난관을 헤쳐 나가라는 말임은 모두가 안다. 또 이 말과 함께 忠武公(충무공) 李舜臣(이순신) 장군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 말이다. 충무공은 宣祖(선조) 때 왜적의 수군을 단신으로 막은 것과 다름없는 23전승의 세계 해전사에 남은 명장이다.
장군은 1597년 울돌목[鳴梁(명량)] 해전을 앞두고 여러 장수들을 불러 약속하면서 병법을 인용한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만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전투에서 겁을 먹으면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하는 말인데 사회에서도 어려운 일을 뚫고 나가라는 격려의 말로 단골이다.
장군의 ‘亂中日記(난중일기)’나 ‘李忠武公全書(이충무공전서)’에 나오는 이 말의 이어지는 부분도 좋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사람이라도 두렵게 한다(一夫當逕 足懼千夫(일보당경 족구천부, 逕은 길 경)’는 뜻이다. 尙有十二(상유십이)라며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을 격퇴한 전과에 잘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충무공이 당부할 때 인용한 병서는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의 전략가 吳起(오기)가 쓴 ‘吳子(오자)’이다. 그는 병법이라 하면 떠올리는 孫武(손무)와 비견될 정도의 전략가였다. 또한 부하의 종기를 빨아주는 吮疽之仁(연저지인, 吮은 빨 연)과 출세를 위해서는 부인도 내치는 殺妻求將(살처구장)의 양면성을 가졌다.
모두 6편이 있는 이 책의 治兵(치병)편에는 魏武侯(위무후)와 문답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전쟁터란 항상 시체가 끊임없이 나오는 장소입니다(凡兵戰之場 立屍之地/ 범병전지장 립시지지), 따라서 죽기를 각오하는 자는 반드시 살고, 요행히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됩니다(必死則生 幸生則死/ 필사즉생 행생즉사).’
장수의 전쟁에 임하는 결연한 자세도 계속해서 말한다. 훌륭한 장수는 침몰하는 배 안에 있는 것 같고, 불에 타 무너지는 집에 있는 것처럼 결연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에게서 臨戰無退(임전무퇴)의 결의가 번득인다.
生卽死 死卽生(생즉사 사즉생)이란 말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부단한 수행에서 깨닫게 되면 생과 사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란 경지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런 데는 다다르지 못하지만 흔히 통용하는 必死卽生(필사즉생)의 뜻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겠다.
곧 卽(즉)을 쓰면 ‘꼭 죽는 것이 사는 것’이 되니 ‘만일 ~라면‘의 뜻이 있는 則(즉)이라야 ’죽고자 하면 산다‘로 된다. 모두 좋은 말이지만 장군의 결연한 구국의 의지는 바로 알 필요가 있다. 勿言我死(물언아사),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까지면 더 좋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