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1849년 쇼팽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파리 사교계의 귀부인들이 쇼팽의
병상에 몰려와 울다 기절하곤 했다. 화가들은 쇼팽의 죽어가는 모습을
화폭에 담느라 바빴다. 한 화가는 조명이 시원찮다며 쇼팽이 누운
침대를 창가로 옮기기까지 했다. 투르게네프는 “쇼팽이 자기 품에서
죽었다고 주장하는 백작부인이 유럽에 적어도 50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쇼팽을 데려간 것은 결핵이었다. 의사가 33명이나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쇼팽이 죽기 직전 의사들은 방혈(放血) 치료를 권했다.
몸에서 피를 뽑아내는 치료법이다. 질병은 피, 점액 등 네 가지 체액이
넘치거나 모자라서 생긴다는 학설이 의학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넘치는 피를 뽑아내면 몸의 균형이 잡혀 열병이 가라앉는다고 생각했다.
조지 워싱턴도 몸에서 2.5ℓ나 되는 피를 뽑아낸 끝에 죽었다.
쇼팽은 방혈 치료를 거부해 피뽑는 헛고생은 면했다.
세균이 결핵을 일으킨다는 세균 병인설(病因說)을 입증한 사람은
독일 의사 로버트 코흐였다. 현미경으로 세균을 관찰하려면 균을
염색해야 하지만 결핵균은 좀체 염색이 안 됐다. 코흐가 시료를 난로 곁에
둔 채 졸다 깨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니 결핵균이 보였다. 결핵균은 가열해야
염색이 됐던 것이다. 어제 ‘세계 결핵의 날’은 1882년 3월 24일 결핵균을
발견한 코흐를 기려 만든 날이다.
한때 결핵은 셸리나 키츠 같은 문인·예술가들이 걸리는 낭만적
질병으로 여겨졌다. 하얀 손수건 위에 뱉어 놓은 선홍빛 객혈보다
더 ‘문학적’인 모습도 드물 것이다. 김유정과 이상도 1937년 같은 해에
서른을 못 넘기고 결핵으로 죽었다. 이광수는 폐병 치료가 인연이
돼 의사 허영숙을 만나 결혼했다. 김소월의 시들은 결핵과의 싸움에서
지친 한(恨)을 담고 있다.
결핵은 흔히 ‘못 먹어서 생긴 병’으로 불렸다. ‘닭을 한 30마리 고아먹겠다.
구렁이도 10여마리 먹어보겠다.’ 김유정이 죽기 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돈이 필요하니 일거리를 달라고 한 것도 보신으로 병을 낫게 해보려는
몸부림이었다. 영양이 넘쳐 비만이니 당뇨가 문제되는 우리나라에서 요즘
한 해 3만명씩 결핵 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고 보도됐다.
원래 보균자가 많았던 데다 젊은이들이 입시나 다이어트에 매달리면서
몸에 무리가 가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휘황한 시대의 뒤편에서 객혈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라니.
선진국 운운할 낯이 없다.
첫댓글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정말 낭만적 질병으로 착각할만하군요... 고운 하루 되세요.
헐벋고 어려운 시절 영양 결핍으로 생겨나 3종 전염병 하나로 취급했지만, 이젠 오명에서 벋어났다 싶을때에 어처구니 없게 아이러니한 문제로 대두되었네요?....한편 영양 과잉 섭취로 당뇨병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니 말입니다.
그렇군요,올림픽을 치루고 월드컵을 치룬 나라라면 한참 잘 나가는, 잘 나갈수있는 그러한 나라 이련만,최근에 발표된 우리나라 결핵환자 수치에 우리모두 놀랄수밖에요,서둘러 바로잡아야할것이 한두가지가 아님에도 우선하여 야할것이 바로,이 결핵임을 상기 하셔야할겁니다.결핵의무서움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윽 콜록 콜록 아이고 그 옛날 페병쟁이라면 무서웠지 그집앞에도 안가고 넌 어제 이 누나가 전화를 때렸건만 왜 아니 받았는고? 할말이 태산이었건만
요즘엔 결핵이 없어졌다고 하던데 지금도 거리를 다니다보면 결핵 전문병원이 있더군요 .. 명숙언니 말씀처럼 무서워서 결핵환자가 있음 그 근처도 못다녔죠...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