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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미안해... 정말 미안. 니가 나 좋아하는 것도 알고, 내가 이러면 너 상처 받을 것도 아는데... 잠깐만 나 좀 도와줘. 나 좀
위로 해줘 김태양.
아로하의 차가 집 앞에 세워지는 걸 보고 평소에 아로하한테 안기듯이 김태양에게 안겼다. 안아달라는 내 말에 잠시 머뭇거
린 걸 보면 내가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걸 눈치챈 듯 했지만, 지금의 나로썬 어쩔 수가 없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이러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숨 좀 쉬고 싶어서....
사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김태양만 아니였다면. 아니, 김태양이 날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만 내가 몰랐어도 이
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내 행동이 아로하한테 충분히 오해를 사고도 남을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아무
래도 상관 없었다. 이게 다 아로하의 오해를 사기 위해서 일부러 하는 행동이니까, 어쩌면 더 잘 된 일인지도.
'탁-'
'타악-'
내가 김태양을 끌어안고 있는 사이. 바보 같은 김태양이 자기가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내가 하는대로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 사이, 천천히 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 차문이 닫히는 소리가 연이어 두 번 나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거음을 소
리가 점점 켜지면.. 나도 모르게 김태양을 안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게 돼 이런 내가 점점 우스워지려던 찰나, 이번에도
역시 조금 머뭇거리다가 내 머리 위에서 무겁게 입을 여는 김태양.
"난 괜찮은데... 넌 안 괜찮을까봐."
천천히 날 떼어놓고 내 눈을 바라보더니, 뭔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있는 말투로.
"난 그냥 빠질래. 너 우는 거 보기 싫어."
김태양은 역시 알고 있었던 걸까? 내가 자길 이용하려고 했던 것 말고도 더 많은 걸. 이런 일로 아로하가 상처나 받을진 모
르겠지만, 아로하 상처주자고 하는 일에 사실은 내가 더 많이 아프다는 걸.... 그냥 힘 없이 웃어 보였다. 지금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난데, 나보다 더 미안한 얼굴을 하고 날 바라보는 김태양 때문에.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면 '내가 더 미안
해' 라고 말할 얼굴이라 그 말 듣기 싫어서라도 그냥 가만히 있는게 낫겠다 싶었다.
넌 도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좋니? 한 번도 잘 해준 적 없고 기억도 못하는데다가 다른 사람이 좋다고 니 곁을 떠나버린 난
데. 또 이렇게 다른 사람이 좋아서 널 이용만 하려는 난데. 그깟 사랑이 뭐라고 니가 그런 표정을 지어 바보야. 난 막상 해
보니까 별 거 아니던데, 넌 왜 아직도 못 벗어나. 그거 다 부질 없는 건데... 아무 소용 없는 건데. 진짜 허무한 건데.
"갈께."
예전엔 정말 몰랐거든? 사랑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예뻐서. 너무 찬란해서... 사랑이라고 하면 다 아름다운 건지만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아름다운 만큼 빛을 빨리 잃는 것도 사랑이고, 너무 비참해서 찌질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랑이고, 하나
로 묶여있던 마음이 서로 다른 걸 알았을 때 그동안의 시간이 다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랑이더라. 생각 만큼 좋은 것만
도 아닌게 사랑이더라. 정말 별 거 아니더라.
그러니까 너도 그 감정에 너무 연연하지마. 나중에 시간 지나고 나면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지도 몰
라. 왜 나 같은 걸 그렇게 많이 좋아했나 후회 할지도 몰라. 매번 너한테 상처만 주는 나 같은 애는 분명 그렇게 기억에 남
을 거야. 분명 후회할 거야. 지금 나처럼...
"안녕. 로하가 아파서, 내가 대신 운전해줬어. 괜찮지?"
갈께- 하며 돌아서는 김태양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도 방향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언제나 넉살 좋은 채서린이 먼
저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고.
"안 괜찮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쌀쌀맞은 내 태도에 조금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는다. 내가 자기한테 이러는 거 한두 번도 아닐텐데.
"이제 상관 없어요. 놀다 가세요 그럼."
아로하가 계속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일부러 그쪽은 쳐다도 안 봤다. 눈을 흘기면서 채서린을 향해 말하고 이제
정말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또 내 발목을 붙잡는 채서린의 목소리.
"지애야! 언니랑 얘기 좀 할래?"
순간 멈칫. 몸을 반쯤 돌렸다가 멈춰 서서는 채서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 언니? 그래, 언니긴 언니지. 나보다 나이
도 한참 많으니까 언니긴 언닌데, 나 그말이 왜 이렇게 거슬리니? 게다가 채서린이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진 모르겠지
만, 꼭 하지 말라는 듯 채서린의 손목을 붙잡고 살짝 고개를 젓는 아로하 때문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 거슬리는 두 사람의 행동에 싸늘히 굳어버린 내 얼굴. 아로하에게 잡혀있는 채서린 손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러 있는
데, 내가 지금 어떤 표정으로 자신들 앞에 서있는지 그런 건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듯 무언의 눈빛을 계속 주고받다가 결국
은 작은 한숨을 쉬며 '갈께' 라는 말을 남기고 김태양처럼 자리를 피해주는 채서린. 하나도 반갑지 않다. 이렇게 둘만 남게
된 거. 정말 짜증날 정도로 숨 막히는 기분.
"아, 깜빡하고 병원에 핸드폰을 두고 왔네. 먼저 들어가. 난 핸드폰 좀 찾아 올께."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 둘만 있는 것도 숨이 막힌데, 집에 들어가서 그 좁은 방 안에 둘만 있을 걸 생각하니 도저히 같이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혼자 있더라도 차라리 밖에 있는게 낫지... 춥더라도 밖에 있다가, 아로하가 잠들 때쯤 들어
가서 옆에 있는게 낫지. 그 숨막히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있을 자신이 없었다.
"나랑 있는게.... 그렇게 싫어?"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아로하의 옆을 지나쳐 가는데, 정말 아픈 건지 낮게 갈라지는 아로하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오고. 아로하를 등진 채 걸음을 멈추고 얘기하는 나.
"응. 싫어."
아로하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더 이상 나한
테 할 말도 없는 것 같아서 계속 가던 길을 가려는데, 몇 박짝 못가 다시 들려오는 아로하의 목소리에, 내 손목을 잡는 아
로하의 강한 힘에 다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던 난 그저 말 없이 입술을 깨물고.
"...가지마."
왠지 슬프게 들리는 저 말에 눈물이 차오르려는 걸 꾹 참고 더 세게 입술을 깨문다.
"오빠 아파 지애야. 옆에 있어줘."
"...."
"보기 싫어도.... 그렇게 피하지만 말고, 나 좀 봐줘."
오늘 하루종일 아로하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니, 오늘 뿐만이 아니라 요 며칠 계속... 그동안 아로하랑 눈 마주친 게 몇 번
이냐고 굳이 물어본다면 몇 번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손에 꼽았다. 혹시 눈이 마주치더라도 먼저 피해버리고, 이렇게
내 뒤에서 봐달라고 애원해도 끝까지 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피하기만 했을 뿐.
왜, 그런 거 있잖아. 아로하는 날 좋아하는 게 아닌데, 저럴 때마다 자꾸 날 좋아한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서 더 피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안 그럼 내가 또 그 연기에 속아서 사랑이라고 믿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결국엔 내가 또 상처 받을
까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자꾸만 밀어내는 힘든 싸움.
상처 받는게 두려워서, 아프기 싫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곁에 못 두고 힘들어하는 바보 같은 나. 차라리 애가
하나 더 있다고 하면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로하가 날 사랑해주기만 한다면. 근데, 다른 여잘 가슴에 묻고 있는 껍데기
뿐인 사람은.... 사랑할 자신이 없다.
"오빠.... 우리 어디 가서 얘기 좀 할까?"
천천히 돌아서 아로하를 보고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보는 건데. 우리, 왜 이렇게 어색하지? 자신을 올려다 보며 가볍
게 웃음 짓는 날 한참 바라보더니, 내 눈을 계속 바라보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푹 숙이는 아로하.
"아니..... 나중에."
"지금 얘기해 그냥. 나 오빠한테 할 얘기 있어."
"싫어...!! 나중에 얘기해. 오늘은 아파서 좀 쉬어야 겠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도 못하면서 계속 피하려고만 하는 아로하. 나한테 피하지 말라고 하더니 이젠 자기가 피한다. 원
래 사람들은 이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던데, 오빠도 그래? 그래서 자꾸 나 피하는 거야? 오빠가 그러니까, 내가 진짜 헷
갈리잖아. 뭐가 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잖아. 결국 아로하는 집을 향해 돌아서버리고, 나는 그런 아로하의 뒤에 대고 무작
정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한텐 너무 아픈, 이별의 말을.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행복하고, 여자는.... 자길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행복하대."
근데 우린 하나도 안 맞잖아. 이런 상태에서 결혼해봤자 결국 둘 다 불행해질 거라고.... 언젠가 우연히 잡지책에서 본적이
있다. 커플들이 가장 헤어지기 쉬운 날은, 바로 기념일 전 후라고. 만약 나도 지금 결혼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태만 아니였
다면, 이렇게 빨리 이별을 서두르진 않았을 텐데....
결혼은 애들 장난이 아니니까. 결혼식 전날 헤어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도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이제야 알아버린 걸, 정말 어쩔 수 없잖아... 진작 알았으면 어른들께 폐 끼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양
쪽 부모님껜 너무 죄송하지만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경험하기엔
내가 너무 아프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눈 꼭 감고 그냥 결혼할 만큼 마음이 단단한 애도 아니니까.
"우리 헤어지자..."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이 머리를 괴롭히고, 또 얼마나 많은 사소한 감정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모르겠
다. 그래도 어제까진 내가 받지 않아도 전화벨이 계속 울렸는데, 오늘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보고 혹시 내가
핸드폰을 꺼놨나 하는 생각에,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 들여다보기만 수십 번.
결국 이런 거구나... 정말 헤어져야 되는 거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차올라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잘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억지로 먹다가 갑자기 서러워져서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졌고, 그걸 시작으로 계속 펑펑 울기만 했다. 얼마나 함참동
안 울기만 했는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계속 날 안아주던 김태양을 잊을 수가 없다. '밥 잘 먹다가 갑자기 왜 저
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내가 편히 울 수 있게 계속 달래주기만 하던 놈. 그 상황에서
난 말도 안 되는 붕어 얘기를 하며 아주 펑펑 울었지만, 그건 내 나름대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였다.
어쨌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계속 앞만 보고 걷던 아로하가 헤어지자는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우뚝 멈춰섰고. 지금 나처럼
주먹을 꽉 쥔 채,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아로하.
"나중에... 얘기 하자고 했잖아."
"나중에 언제? 벌써 우리 결혼할 장소랑 시간까지 다 잡아놨는데, 나중에 언제?"
"못들은 걸로 할께.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
지금 도망가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왜 오빠가 도망가! 정말 상처 받은 사람은 난데, 왜 오빠가 더 상처 받은 사람처럼 행
동 하냐고... 이제 그만 헷갈리게 할 때도 됐잖아. 내가 먼저 헤어지자는데, 왜... 얼른 고맙다고 얘기하고 돌아서면 되지
왜!!! 끝까지 날 힘들게하냔 말이야. 왜 날 자꾸 못되게 만드냔 말이야.
"거기 우리 집이야."
"뭐...?"
"거기, 오빠 집이 아니고 우리 집이라고. 내 집이라고. 못 알아들어?"
이제 정말 조금만 더 가면 우리 집인 대문 앞에서서 걸음을 멈추고, 여전히 나한테 등을 보인 채 서있는 아로하에게 성큼성
큼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아로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제 오빠가 여기 올 이유 없다고. 오빠네 집으로 가."
우린 헤어졌으니까, 이제 같이 살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럼 진짜 웃긴 거잖아. 최대한 덤덤하게 얘기하며 이번엔 내가 먼저
돌아섰다. 벨을 누르면 되는데, 기다리는 시간 동안 또 함께 있어야 할 이 숨막히는 공간이 너무 싫어서. 주머니에서 열쇠
를 꺼내 대문을 열고 한발 안으로 들어서면, 여태껏 아무 말이 없어 이젠 이별을 인정하는 줄 알았던 아로가하.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
"대체 이유가 뭐냐고."
이별의 이유를 묻는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속 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할... 이별의 이유를.
그래, 마지막인데 얼굴이나 보고 얘기하자. 어쩌면 이제 정말 못볼지도 모르는데.... 못 견디겠더라도 좀 참고, 얼굴 보고
얘기하자. 천천히 몸을 돌려 다시 아로하와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 있는 철로 된 대문 턱이 왠지 보이지 않
는 벽 같아서 더 슬퍼지려고 할 때.
"아까 봤잖아. 집 앞에서... 나 걔 좋아해."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하는 척... 그동안 아로하가 나한테 했던 그대로, 나 역시 거짓말을 한다. 미치도록 슬프게, 웃는
얼굴로.
"...뭐?"
믿을 수 없다는 듯, 조금 느리게 되물어 오는 아로하의 얼굴을 그냥 빤히 쳐다봤다. 여태껏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을 텐데, 아로하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나처럼 배신감이 느껴질까? 아님... 아무렇지도 않을까...?
"사랑한다며... 나 사랑한다며...."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가보다.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걸 보면.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다 내 착각이였던 거 같애. 미안."
"하아..."
오빠도 마찬가지잖아. 날 사랑한다고 해놓고, 다 거짓말이였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상처 받은 눈으로 나 보지마. 아무리 그
렇게 쳐다봐도, 오빠한테 진짜 미안한 마음 같은 건 없으니까.
"진심이야...?"
"응."
"정말... 진심이야? 날 사랑했던게, 다 니 착각이였어..? 그래?"
"응..."
"거짓말 하지마."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 탓인지 내 말을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으며 내가 있는 대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는 아로하.
그리고, 그런 아로하를 보고 무작정 소리를 지르는 나.
"오지마!! 더 이상 다가오지 말란 말이야. 오빠 싫다고... 이제 다른 사람이 좋다고!!"
너무 싫어.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놔주지도 않으려는 오빠가... 너무 싫어. 거짓말 하는 거 힘든데, 지금 이 상황이 나한
텐 정말 너무 힘든데, 알면 그냥 물러나주면 되잖아. 오빤 눈치 빠르니까, 지금 내가 힘들다는 것쯤 잘 알 거 아니야. 거짓
말이라는 거 알아도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면 되잖아!!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잖아.
정말 바보 같이 눈물도 못 참고 주르륵 흘려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괜히 걱정했다 싶을 만큼 내 눈에선 눈물조차 고
이지 않았다. 마음은 찢어지도록 아픈데, 이상하게 눈물이 안 난다. 정말 웃기게, 나는 화난 표정을 하고 서있고. 아로하는
나도 안 흘리는 눈물을 눈에 가득 머금고 여전히 대문 밖에 서서 날 바라본다. 너무 안타까운 얼굴로... 애틋하게, 또 간절
하게. 그렇게 날 바라본다.
"니 사랑은... 왜 그렇게 가볍니."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 내가 해야 될 말을 나에게 하며 눈물 짓는 아로하.
"넌 왜 항상 그래... 이럴 거면 다시 찾아오지나 말지. 또 이렇게 상처 줄 거면, 다시 사랑하지나 말지... 왜 항상 먼저 다
가와서 흔들어 놓고, 니 마음대로 떠나가. 너무 깊이 박혀서 이제 꺼내기도 힘든데.... 너 나한테 왜 그래."
"...."
"지겹지도 않아? 난 진짜 지겨운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듣기만 하다가, 지겹다는 마지막 말에 결국 고개를 떨구는 나.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이제
서야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한다.
"두 번은 해도 세 번은 자신 없어 나. 그러니까... 이제 니가 나 좀 잡아줘."
"내가.... 내가 오빨 어떻게 잡아. 흐읍... 내가 오빨.... 어떻게 잡아."
결국은 울어버리고 말았다. 이별 앞에서, 바보처럼 절대 울지 말자고.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마당에, 자존심 상하니까
제발 울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나. 이미 마음이 떠난 듯이 강한 척하며
얘기 하다가, 나 좀 잡아달라는 그 말에 결국 모든 다짐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잡을 수 있으면 진작 잡았을 텐데.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 막막해 보였는지. 내가 뭘 해도 아로하는 그 여
잘 못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린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게 이별인데, 아파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기 좀 잡아달라고 말하는 아로하를 보니 그냥 그
렇게 하고 싶어졌다. 아파도 좋으니까, 다시 바보가 되도 좋으니까, 아로하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고 싶어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나는지, 이제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꼭 투정이라도 부리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계속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며 그동안 마음에 담아놨던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오빠, 그 여자... 아직 못 잊었잖아."
내가 김태양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오빠가 아직 그 여잘 못 잊었잖아. 그게, 내가 헤어지자고 했던 진짜 이유라고.
"...."
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던 아로하가, 방금 전 내 말을 듣고 무슨 충격
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점점 멍해진다. 굉장히 혼란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며, 날 보고 있는대도 시선이 닿지 않는 멍한 눈
으로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회사에서 들었어. 흑... 회사에 떠돈다는 소문이 그거지? 그래서 나 못오게 한 거지? 흐읍.. 오빠 나빠. 말로는 나 사랑한
다고 하면서, 계속 다른 사람 생각하고 있었잖아... 말로는 날 사랑한다고 하면서, 아직 그 여자 못 잊고 있었잖아!! 근데
내가 오빨 어떻게 잡아. 흐윽, 바보... 처음부터 그런 거였으면서 왜 사람 헷갈리게 해.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헤어
지자는데도 싫다고 하냐고! 아파 죽겠어. 오빠 때문에... 진짜 힘들어 죽겠단 말이야."
울부짖으며 하는 내 말에 아예 촛점이 사라져버린 눈동자. 아까보다 더 혼란스러운 얼굴로 인상을 구기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아로하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게 맞나봐. 전혀 모르는 줄 알았던 내가 다 알고
있다고 하니까, 지금 당황스러운 거잖아.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잖아 지금.
"너 대체.... 무슨 얘길 들은 거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내가 무슨 말을 더해. 그럴수록 나만 더 비참해지는 걸... 내가 이정도
했으면 아로하도 무슨 얘긴지 다 알아들었을 텐데, 왠지 화가난 듯한 말투와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아로하의 시선을 외면해
버렸다.
"묻잖아. 무슨 얘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들었냐고. 난 지금 니가 하는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알아 듣겠거든?
울지 말고 똑바로 얘기해."
"....싫어."
끊임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대충 닦아내며 고집스럽게 얘기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
절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
"홍지애."
원래 착한 사람이 한 번 화나면 더 무섭다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나보다. 아로하가 지금 나한테 왜 화를 내는지는 모르겠
지만, 어쨌든 화가난 아로하의 표정은 전보다 한층 더 굳어있었고. 목소린 더 내려갈 수도 없을 만큼 낮게 깔려 있었다. 이
번이 벌써 두 번째. 평소에는 한 없이 잘해주다가도 이별 앞에서만 이렇게 무서워지는 아로하. 처음에는 상처 받은 듯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싫다고 말하는 날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이제서야 드는 생각인데... 왠지 모르게 뭔가 한참 잘못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점점 움츠려드는 몸. 아로하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긴 처음이였다. 전엔 그래도 이정돈 아니였는데 오늘은 정말이지 무서워 죽겠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아로한데 왜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내가 잘못해놓고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어쨌든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내가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서 넘지 않았던 문 턱을 넘어와 내 앞에 서는
아로하 때문에 나도 모르게 흠칫 거리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 더 이상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양손으로 날 잡아두고 다시
입을 떼는 아로하.
"화... 안 낼 테니까, 지금 말해."
아무래도 눈치 빠른 아로하는, 이번에도 역시 벌써 눈치 채고 있었나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내가 잔뜩 쫄아있다는 걸.
한층 누그러진 말투와 표정으로 내게 얘기했지만, 이미 겁 먹을대로 겁 먹은 나는 저 말이 별로 안심이 되진 않았다. 내가
들은 말을 그대로 다 한다고 해서 내가 욕 먹을 일은 없는데, 괜히 쫄아있다는 거다 지금.
"후우.... 지애야."
내가 끝까지 입 열 생각이 없어보이자 정말 답답했는지 작게 한숨 쉬며 날 품에 안더니, 이번엔 정말 따뜻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아로하. 정말 따뜻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정말 따뜻하게 날 안아주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오빠 말만 믿어준다고 했잖아."
예전처럼 다시 내 애간장을 녹이는 남자다. 또 내가 착각할 수 밖에 없게끔... 내가 마음을 열 수 밖에 없게끔.
"니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아야, 오빠가 변명이라도 하지. 진짜 얘기 안 할 거야?"
"진짜.... 짜증나."
"뭐라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너무 작게 속삭이는 내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는지, 그저 내가 입을 열었다는 사실에 기뻐서 살짝
웃으며 다시 물어오는 바보 같은 아로하에게.
"너, 진짜.... 짜증난다고!!!!!! 니가 뭔데 날 농락해!! 니가 뭔데, 날 갖고 노냐고!!! 나 홍지애야!!!!"
날 안고 있던 아로하를 탁 쳐내고, 요즘 잘 하지도 않던 반말을 찍찍 내 뱉으며 미친듯이 막말을 퍼부었다. 갑자기 고래고
래 소리를 질러대는 나를 벙찐 얼굴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아로하. 아씨, 여태껏 괜히 혼자 입 다물고 있다가 힘들어 죽
는 줄 알았는데 이러니까 좀 시원하네. 진작에 이럴 걸. 역시 혼자 골머리 썩는건 내 타입이 아니야.
"꼴통. 내가 널 언제 가지고 놀았다고 그래? 내가 널 언제 농..."
"닥쳐. 꼴통이라고 하지마. 기분 나빠. 변명은 집어치우고 얼른 잘못했다고 빌란 말이야.
그럼... 그냥 넘어가줄 의향도 있어."
여태 날 속였다고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괘씸하지만. 여태 나 혼자 좋아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그
래도 내 마음이 어쩔 수 없다니까. 그래도 니가 좋다니까.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그냥 용서해준다고. 그냥 모르는 척 너랑
결혼해 준다고. 그러니까 빨리 빌어. 응? 빨리.
아까 아로하가 나하테 뭐라고 했더라? 너무 깊이 박혀서 이제 빼낼 수도 없다고 했었나? 다른 말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지만, 어쨌든 그 말은 기억에 남는다. 괜히 내가 헤어지자니까 또 이 찐따 머저리 같은게 날 속이려고 한 소리겠
지만, 억울하게 지금 내가 그래. 너란 사람... 아로하 너란 사람. 이미 내 가슴 속에 콕 박혀서, 처음부터 내가 널 버린다
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였어. 그런 줄 알면서도 그동안 나 혼자 발악한 거야. 혹시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날 잡아주지 않
을까 해서. 괜한 기대감에 나 혼자 발악한 거라고. 니가 잡아주면.... 결국 이렇게 쉽게 넘어 올 사람이였다고 나.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하긴 했지만. 너무 화가나고, 쪽팔리고, 억울해서 또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역시 머저리 같은 아로하는 아주 황당하다는 얼굴로.
"아니, 대체 뭘?"
자기는 정말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는 듯이 오히려 내게 묻는다.
"....됐어."
또 거기에 빈정 상한 난 그냥 미안하단 말 안 듣고 만다며, 아로하가 내게 비는 꼴 따위 그냥 안 보고 만다며 도도하게 돌
아섰고. 얼른 내 뒤로 따라붙은 아로하는 뒤에서 날 꼬옥 끌어 안으며.
"뭔진 몰라도 내가 잘못했어. 그만 화 풀어..."
"아니, 평생 가슴에 묻고 살 거야. 나중에 애들 크면, 너네 아빤 바람둥이였다고 꼭 말해줄 거야."
"응??"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 엄청 잘 한다고. 엄마는 아빠한테 속아서 결혼했다고 꼭 이를 거야."
"...."
"그럼 애들이 오빠 완전 싫어할 걸? 아빠랑은 말도 안 하고, 엄마랑만 얘기할 걸??"
"...."
뭐야, 왜 아무 말이 없어? 이쯤 되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왜 아무 말도 없냐고. 설마 내 협박이 치사하다고 생각하
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 답답해!! 진짜 무슨 말인지 몰라?? 그 액자 얘기, 나도 들었다고!!! 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었냐고 했지? 처음부
터 끝까지 다 들었다 왜! 김비서가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오빠 책상에 있는 액자 보고 회사에 떠벌리고 다녀서 짤렸다는 얘
기부터, 그 액자 속에 무슨 사진이 있었는지... 다 들었다고."
속상해. 진짜 속상해 죽겠어. 다 지 얘기면서, 대충 말 하면 알아들어야지. 이걸 꼭 굳이 내가 다 얘기 해야 돼?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백허그 상태로 답답해 미치겠다는듯이 발을 동동 구르며 얘기하다가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
리. 또 갑자기 울컥해서, 가슴 속부터 눈물이 꼬물꼬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정말 짜증나게.... 그런데 아로하는.
"진짜 끝까지 들은 거 맞아?"
"으...아앙.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 다 들었다고. 다 들었어!!"
"그 사진 속에 누구 누구 있었는데...?"
빌어먹을...... 이젠 내가 울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 쓰고, 집요하게 계속 물어보는 아로하. 툭툭 던지는 말투가 아니라, 조
금 조심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짜증난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하다가도, 독한 아로하가 '얘기해봐' 라고 말하면 또 그
걸 얘기하고 있는 나.
"오빠랑, 라희랑... 또, 라희 엄마랑..... 그렇게 셋이."
내 말을 끝으로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던 아로하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고개만 떨구고 있는데, 잘 들리지 않게끔 작은 한숨을 쉬며 내 허리를 더 조여오는 아
로하의 팔. 그렇게 날 더 꽉 끌어안고 내 어깨에 얼굴은 묻은 채.
"그럼, 라희 엄마.... 라희 엄마가 누군지도 들었어?"
"아니...."
그때 라희가 빨리 아빠한테 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비록 거기까지 듣진 못했지만.
"뻔하잖아."
"뭐가."
"채서린... 이잖아."
오빠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맞잖아 채서린.
"니가 왜 꼴통인지... 이제 알겠다."
"뭐???"
"진짜, 별명 하나 잘 지어놨다 아로하.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다 진짜..."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본인이 지어준 꼴통이란 내 별명을 들먹거리며 자꾸 화를 돋구는 아로하 때문에 눈물은 쏙- 들어가고 욱해서 빠르게 돌아보
면, 촉촉히 젖은 눈으로 지그시 날 바라보며 살짝 웃음 짓는 아로하. 욕이라도 한바가지 해주려고 돌아섰다가 괜히 조금 당
황스러워진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쌓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애꿎은 눈만 계속 찡긋거렸다. 그리고 아로하는.
"그럼 여태까지 라희 엄마가 서린인 줄 알고, 나한테 그렇게 쌀쌀맞게 굴었단 말이지? 내가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내 얼
굴은 쳐다도 안 보고, 잘 때도 맨날 멀찌감치 떨어져서 등 돌리고 자고. 오늘은... 그것 때문에 헤어지자고 하고?"
"당연한 거 아니야?"
생각을 해봐. 내가 느낀 배신감이 얼마나 크겠냐고. 그런데 날 위로는 못해줄 망정.
"뭐가 당연해?"
오히려 나한테 따지며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는 아로하. 너무 황당해서 오른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눈을 치켜떴고.
"사람을 괴롭힐라면 뭘 제대로 알고 괴롭히던가."
"뭐!!"
진짜 짜증나 죽겠다. 왜 저래??
"그동안 너 위한답시고 얘기 안 한게 있는데... 지금 보니까 그게 널 위한 게 아니였네."
"당연하지. 차라리 처음부터 채서린이 라희 엄마라고 얘기했으면, 내가 그런 소리 듣고 놀랄 일도 없었잖아!"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멍청아. 서린이 아니야... 걘 아니라고 했잖아."
"그럼 누군데???"
나도 답답해 죽겠으니까, 그렇게 답답한 표정만 짓지 말고 속 시원하게 얘기를 하란 말이야.
"말 안 하면, 나 진짜 오빠랑 결혼 안해. 알려줄 때까지 오빠랑 말도 안 하고, 오빠 얼굴도 안 볼 거야!"
그러니까 알아서해. 알려주던지 말던지, 오빠 알아서 하라고.
"울지마..."
"나 안 울어."
"내 얘기 듣고, 울지 말라고."
"...."
도대체 누굴까? 라희 엄마라는 사람.... 도대체 누구길래, 아로하가 날 이렇게 걱정하는 걸까? 어차피 아로하 주변에 채서
린 말고는 내가 아는 여자도 없는데, 더 놀랄 일도 없는데. 뭐가 저렇게 불안한 걸까? 내가 왜 그 얘길 듣고 울 거라고 생
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리고 한참 후 몇 번을 망성이다가 드디어 입을 떼는
아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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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 좀 많이 길죠? ㅋㅋㅋㅋㅋ 이제 드디어 둘의 오해가 풀리는 건가요 ㅠㅠ ㅋㅋㅋㅋㅋ
여러분들이 원하던데로 이제 곧 밝혀질텐뎅. ㅋㅋㅋㅋ 아아, 지애 반응이 어떨지 ㅠㅠ
어 어제 퇴근하고 이마트 갔다와서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는데
여태 자다 방금 일어났어요 ;; 도대체 몇 시간을 잔 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재밌게 봐주세용. ♡
업쬭 - 숫자
아 ㅠㅠㅠㅠ 완전재미써ㅛㅠ
이제 드디어 밝혀지는... 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