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제 생애 가장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치워야 했던 한달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신없었던 하루를 거쳐 몬트리올에 입성한 지 20여시간이 지났네요.
카페 취지와는 어긋나지만(?) 바쁜 직장인이라는 핑계로 J&J 유학원을 통해 학원 등록과 항공권, 보험, 홈스테이를 소개받았어요. 7월 31일까지 근무하고 8월 9일 비행기를 타려니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유학원이 아니었으면 아마 홧병나서 중간에 캐나다 오는걸 포기하지 않았을까..싶어요 :)
8월 9일 5시 55분 AIR CANADA를 타기 위해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건만 연착으로 탑승시간이 6시 10분으로 늦춰졌답니다. 34kg이 나온 짐가방에서 무거운 짐을 죄다 빼서 18kg 나온 가방으로 옮겨담고(그렇지만 오버차지 3만원 물었습니다 ;;) 마일리지 적립도 하고 점심도 먹고 공항도 산책하고 ..그러다보니 훌쩍 1시간이 지나더군요.

왼쪽 검정색 가방이 오버차지로 시작해서 여러모로 말썽부린 놈이랍니다 ㅜㅜ
면세점에서 가볍게 쇼핑 좀 하고 탑승구로 갔지만 또 연착...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러다 밴쿠버 > 몬트리올행 국내선을 놓치는거나 아닌가 하고 말이죠.
6시 25분경부터 탑승을 시작했으니 이륙은 7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나 할 수 있었죠. 역시나 캐스모 정모와 출국세미나에서 교육받은 위력(!!)으로 입구에서 다섯번째줄 통로석을 확보해서 그나마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요.
그.런.데 AIR CANADA 타시는 분들 필히 겉옷 준비하세요~
여태까지 타 본 비행기 중에 제일 추웠어요 -_- 심지어 제 옆쪽 창가엔 남녀가 앉았었는데 여자분이 하도 추워하니까 남자분이 멋지게 담요를 양보했다가 나중에 덜덜 떨며 반팔소매를 끌어내리고 계시더라구요.
10시간여를 추위와 싸운뒤에 드뎌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어요.
사실 밴쿠버 도착하기 두시간쯤 전부터 환승편을 놓칠것만 같아 픽업하러 오실분께 어떻게 전화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현지 시각으로 1시 15분쯤에 내린탓에 1시 55분 탑승편에 맞추느라 내내 달려다녀야 해서 밴쿠버 공항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나요. 굉장히 큰 카페테리아가 있었다는거 정도?@_@ 다행히 잘생기고 ;; 친절한 입국심사관을 만나 6개월밖에 못찍어줘서 미안하다는 얘기와 함께 관광비자를 받고 짐찾으러 고고싱!
근데 무게때문에 속썩였던 이놈의 짐가방이 끝까지 말썽을 부리며 당췌 나타나질 않는 거죠. 대형 화물을 찾는 카운터에 갔더니 마침 한국인 직원분이 계셔서 사정을 말씀드리고 몬트리올 공항에서 분실물 신고를 하기로 하고 관련 서류를 받아 탑승구로 다시 뛰었습니다.(제 짐은 내일에나 홈스테이 집으로 배달된다고 하네요 :P 몬트리올 AIR CANADA 직원이 미안하다며 티셔츠와 치약, 치솔, 바디로션 같은 생필품이 든 Night Kit도 쥐어주더군요, 비행기 연착때문에 짐을 잃어버렸다고 좀 따졌더니 진상부릴걸로 보였나봐요ㅋㅋ)
아, 근데 국내선 환승 티켓 수속하는 곳이 교육(?)받은 내용과 초큼 다르더라구요.
짐을 찾고 10m 정도 이동하면 바로 있다고 하셨던것 같은데 좌측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거대한 카페테리아를 거쳐 또한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아무튼 생각보다 멀었어요. 제가 마음이 급해선지 너무 멀더라구요. 국내선 짐은 인천에서처럼 따로 부치는 절차 없이 짐들이 있는데다 던져놓기만 하면 직원이 알아서 분리해서 보내주니 괜시리 줄서서 기다리지 마세요. 전 그 와중에 줄서서 기다리다가 직원분이 몬트리올 간다니까 그냥 이리로 가라며 안내해주셔서 ;;
다행히 국내선도 연착한 탓에 무사히 환승편에 올라탈 수 있었어요ㅋㅋ
이번에는 심지어 비상구쪽! ㅋㅋㅋ 3시간 전 티켓팅, 통로쪽 앞쪽좌석!! 잊지마세요~
국내선에선 물도 사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있어서 3.75불이나 하는 돈을 내고 밴쿠버 공항에서 물을 샀건만 샌드위치만 빼고 물과 음료는 무료제공..제 말 듣고 덩달아 비싼돈 내고 물사신 남자분 죄송해요 ㅜㅜ
국내선도 국제선만큼이나 추운데 그나마 걸치고있던 가디건마저 배낭에 넣어서 짐칸에 넣어놓은탓에 정녕으로 덜덜 떨며 4시간을 왔습니다. 담요와 베개는 2달러받고 판다네요..
몬트리올 공항에 도착해서 짐 찾고 분실물 신고했더니 10시 45분..J&J와 연계해 몬트리올에 온 한국학생들과 홈스테이, 어학원 등을 연결해 주시는 LEVBEC 유학원 오승철 실장님이 픽업나와 주셨어요.
실장님의 고생은 저를 픽업하러 오신 순간부터 시작된거죠 ;;;
집까지 데려다주시고 홈스테이 아주머니랑 인사도 시켜주시고 오늘은 제가 다닐 학원도 데려가주시고 지하철역도 알려주시고 은행계좌도 개설해주시고 생필품 사는것도 도와주시고 점심도 사주시고 인터넷 연결(-_-)도 해주시고..아주 별의별 걸 다 해주셨어요. 직장인티를 내느라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고 따지고 귀찮으셨을텐데 지하철 티켓 사는것부터 노선표 보는법, 선불 전화카드 이용하는 법까지 기꺼이 알려주시고 분실된 제 짐 걱정에 징징거렸더니 AIR CANADA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주기도 하시고 아쥬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서 카페에 꼭 글남겨서 홍보해드리겠다고 했으니, 몬트리올 오실분들 levbec.com 꼭 기억하세요~캬캬
어렵사리 도착한 홈스테이 하우스~~ 너무 늦은밤에 도착해서 집도, 동네도 제대로 구경하진 못했지만 친절한 홈스테이 아주머니의 배려에 안심하며 씻고 잠들었어요.
제가 있는 집은 다운타운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밖에 안걸리는 주택가인데다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아주 만족스러워요. 복작복작한 서울에서 하도 치여 살아선지 핸드폰 없이 잘때 차소리 안나는 동네에서 사는게 꿈이었거든요 ㅋ

홈스테이 전경 1

홈스테이 전경 2, 작지만 깔끔하고 아담해서 맘에들어요 :)
8시쯤 눈을뜨고 밖에 나가니 왠 이쁘장한 아이가 "Hi~"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 댁의 장남 Thomas군은 10살인데도 너무 의젓하고 예뻐요. 뭔가를 찾고있으면 다가와서 뭘 찾는지 물어보고 강아지를 이뻐하고 있으면 우리집 개는 너무 아무거나 잘먹어서 over weight라고 얘기하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다가도 제가 내려가면 컴퓨터 쓸거냐며 양보하려하고..20살만 어렸어도 -_-;;;
도착한 다음날 오실장님이 픽업하러 오시기 전 아침밥을 먹고 동네를 슬슬 걸어 산책을 했는데요, 다람쥐가 뛰어놀고 마당에서 할아버지가 정원수 손질하시고 오후가 되면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영화에나 나올법한 고요하고 예쁘장한 동네예요.
저녁은 임시풀장에 해먹이 있는 깜찍한 뒷뜰 테이블에서 햇볕을 직빵;;으로 맞아가며 먹었는데 좋았어요. 식구들이랑 이것저것 얘기도 나누고 조언도 듣고 ㅋㅋ
저녁을 먹고 홈스테이 아주머니랑 강아지 산책시킬겸 30분 정도 동네 마실을 나갔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막 럭셔리하고 삐까뻔쩍하단 소리가 아니고 조용하고 아담하고 깨끗하단 소리랍니다.
제가 몬트리올을 선택한 이유가 도시가 예뻐서..였거든요 원래 :)
홈스테이 아주머니인 Rhonda는 은행에서, 아저씨인 Oscar는 호텔에서 일하시고 큰아들 Thomas와 둘째 Franses는 여름방학이라 오전엔 할머니가 봐주러 오신답니다. 10살, 6살치고는 아이들이 너무 얌전하고 착해서 Rhonda에게 당신네 아이들 너무 착하다고 했더니 캐나다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건 부모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건가봐요..한국에선..?쯥
내일은 홈스테이 식구들과 함께 아침부터 외식을 하고 저처럼 LEVBEC 유학원을 통해 몬트리올에 왔다는 친구랑 몬트리올 관광을 나설 계획이예요. 제 생애 가장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를 보내선지 정신이 없지만 드뎌 제가 캐나다땅을 밟을 수 있게 도와주신 캐스모와 J&J, LEVBEC 유학원 여러분들께 감사인사를 남겨야 할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몬트리올 도심 전경

다운타운에 인접해있는 맥길대학 캠퍼스

거짓말처럼 새파란 몬트리올의 하늘
뭣보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서울에서 이사까지 하고 무거운 짐 끌고 인천까지 가는내내 비랑 후덥지근한 날씨덕에 너무 고생을 해선지 여름이 지긋지긋해진 참이었는데요. 이곳은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고 한여름엔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그늘에 서면 시원하고 햇볕에 나서면 덥다는게 무슨소린가 했는데 ㅋㅋ 신나게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처럼 어리버리하고 주의력 완전 산만한데다 길치인 사람도 몬트리올까지 무사히 왔으니 캐스모 카페 회원 다른분들은 더 잘하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아직 떠나지 않으신 분들 힘을 내시고 잘 준비하세용 :P
첫댓글 우와 저도 다음달에 J&J로 몬트리올 가는데... LEVBEC이랑 연결되는건가봐요? 홈스테이땜에 걱정되어는데.. 이글보니 왠지 안심되요. 좋은글 감사해요.
와 참 멋지네요 ^^ 좋은 도시에 잘 적응하시는것 같아서 너무 보기 좋습니다 ^^ 화이팅
전 내년에나 몬트리올로 이사갈것 같은데, 불어땜에 좀 걱정이예요. 그래도 몬트리올 다운타운에선 거의 영어쓰죠?
아, 그리고 국내선 비행기 말인데. 와인은 사먹어야하더군요. 5달러주고 화이트와인하나 샀었죠 전 ^^
밀귤님/ 픽업부터 오리엔테이션까지 너무 완벽하게 해주시니까 그점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실 것 없을것 같아요 :) 홈스테이는..운이 따라야 하는것 같긴 해요. 실장님 말씀으론 학생들한테 컴플레인 있었거나 말썽부린데는 왠만해선 다 자른다까 나머지들은 집마다 개성이 달라서 그렇지 평균적으로 괜찮지 않나 ;; 하는 예상이예요 ㅋㅋ 방장님/ 제가 이땅을 밟는데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한 게 이 카페입니다, 감사해요 :) 키네틱님/ 다운타운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 불어지만, 대부분이 bilingual들이라 의사소통하는데 큰 문제는 없는것 같아요. 단 동네 상점 직원들 중엔 영어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 기회에 불어도 배워보시는건 ㅎ
승철이 오빠 착한건 여전하군 -0-;;
저두 담달에 J&J 통해서 몬트리올 가는데... 막 설레네요!!! ㅋ
몬트리올 너무 좋아요, 어서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