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광주의 산악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산에 가는 건 좋지만 그 후의 술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술로 만난 인연은 거리가 멀어지면 그 인연도 소홀해진다.
한창 때엔 술은 부제라면서 거창한 이야기라도 하는 흉내를 내었지만
나이 먹어 술은 그저 부담없이 그 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방편이었을 뿐이다.
그래도 대간행은 참여하기로 한다.
걸을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산길이 두렵지만 그나마 대간을 걸으며 나의
한계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추워진다는 일기예보가 조금 걱정도 되지만 동양은 흐릴 뿐 눈비가 없을 것이라 카톡을 올렸다.
토요일에 빈둥대다가 점심을 간단히 먹고 바보와 광주로 간다.
3시에 출발해 조성을 들렀다가 선교에 도착해도 4시다.
방으로 올라가지도 않고 차를 끌고 나오며 롯데백화점에 맡겨둔 만연필을 찾으러 간다.
5시에 금호문화회관의 김남삼 형님의 동요발표회에도 들를 참이다.
만연필을 찾는 일에 시간이 걸린다.
열리지 않던 몸체는 잘 열리는데 안쪽의 컨버터가 없다.
카트리지를 사 끼워넣고 글씨를 써 보니 잘 써진다.
장학사시절 인연을 맺은 이들이 교장 승진하면 축하선물로 한 것이 실은 쓸모가 별로 없다.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되면 마지막 서명 결재할 때 만년필로 사인하겠지만
학교의 교장은 만년필 ㅁ쓸일이 거의 없다.
전자결재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이들의 승진선물이다.
묵혀두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몸체가 안 열려 잉크 주입이 안된다.
한볕이 왔을 떄 물으니 억지로 열려하면 깨질수 있으니 수리를 맡기랜다.
인터넷에서 찾아 롯데백화점에 가니 13만원 이상의 기본 수리비가 있댄다.
난 만원짜리 만년필도 여러개인데 수리비만 13만원이라니 어이가 없다.
고민 끝에 수리를 하라하고 바보에겐도 비밀로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니 벌서 4시 50분이 다되어 간다.
남삼 형님께 죄송ㅇ하지만 축하방문은 포기한다.
땡처리 초밥 두줄을 사 집으로 돌아와 소주를 마신다.
바보는 4시가 조금 지나 일어나 밥을 한다.
5시 반이 지나 운전하고 비가 젖은 순환도로를 운전해 비엔날레 주차장에 가니
6시 5분 전이다.
처음 뵌 두분까지 차는 14명으로 15인승 솔라티가 다 찼다.
거창휴게소에서 떡국으로 아침을 보충한다.
건너의 산봉우리는 하얀 눈을 닾고 있다.
추풍령휴게소에서 한번 더 쉬고 지난 번에 들러 눈에 익은 추풍령에 9시20분에 도착한다.
건너편 하얀 눈을 인 산봉우리가 우리가 가야할 길인 듯한데 입구는 얼른 안 보인다.
짧게 돌아와 고속도로와 국도의 지하통로를 지나 작은 밭을 지난다.
길은 눈녹은 물에 잔뜩 젖어 폭신하다. 날도 차지 않다.
금방 땀이 난다. 느긋한 참나무 숲길의 능선을 오르다 점차 단단해진 눈이 나타난다.
위에서는 눈ㄴ인지 얼음덩이인지가 후두둑 떨어진다.
겉옷을 벗기 시작하고, 겨울 장갑도 덥다고 한다.
30여분 올랐을까, 이제 가파른 길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눈밭이다.
나무들도 하얀 눈을 한쪽으로 덮고 있다.
하얀 눈나무를 보면서 감탄하다 미끌리기도 한다.
간격은 점차 멀어진다. 난 기를 쓰며 처음을 따라간다.
능선쪽에 이르자 눈은 무릎까지 쌓인 곳이 많다.
깊이 빠진 발을 들어올리며 천천히 걸음을 떼자 이젠 힘든 것도 사라졌다.
아름다운 경치에 걸음도 느리니 아에 편한 산행이다.
선채로 잠깐 쉬고 계속 올라 눌의산에는 11시가 조그므 지나 도착한다.
작은 자연석 정상석은 위에 눈을 소복히 이고 있다.
개별사진을 찍는 사이 건너의 하얀 산과 푸른 하늘, 그리고 너른 벌판의 경치를 본다.
한 여성은 눈 위에 엎드리더니 눈을 모아 하늘로 던지기도 한다.
피룽 대장님이 막걸리와 잔을 꺼내더니 정상석 앞에 놓고 신녀산행의 안전을 기원한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한다.
음복이라고 막걸리를 조금씩 나눠마시고 사진을 찍은 다음 산길을 내려간다.
모두 아이젠을 신는데 난 견ㄴ뎌보기로 한다.
내리막에서 두번 엉덩방아를 찧는다.
다행이 금방 아픔은 사라지지만 고집 피우지 말자고 길가에서 아이젠을 꺼낸다.
일행은 금방 보이지 않아 달리듯 빠르게 걷는다.
앞산 봉우리가 솟아있는 오르막 앞에서 점심을 먹자고 자릴 잡는다.
눈 위에 놓은 접이의자가 자꾸 흔들린다.
길게 앉은 우리들 위로 반 얼음이 된 눈덩이들이 여러번 떨어진다.
동양과 소주를 나눠 마시고 처음은 멀리 있고 해피닥이나 피룽 팀장도 잔 나누기가 멀다.
내 술을 비우고 일어난다.
땀을 한번 더 흘리고 낑낑대며 1시가 다되어 가성산에 도착한다.
나도 사진으르 찍어달라고 햇빛에게 부탁한다.
처음과 동양은 차를 가지러 진즉 사라져 버렸다.
뒤에 오던 처음 참석자 황야님이 길을 잘 찾아간다.
리본을 보며 길을 잡아 이제 눈이 사라진 참나무이파리 가득한 능선을 지나니
2차로 아스팔트가 나타나고 곧 괘방령이다.
과거 합격자의 방을 걸어놓은 고개란다.
신발에 가득찬 검불과 아이젠의 흙을 씻는 사이 금방 솔라티가 온다.
영동 시내 지난번에 와서 목욕했던 그 인삼사우나에 가 씻는다.
남자들은 금방 나와 주차장 한구석에서 동양이 가져 온 과자 안주에 맥주를 마신다.
여성들도 다가와 맥주를 마시고 광주로 향한다.
잠자는 사이 지리산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광주 맥고동 금모래로 간다.
옆에 앉은 황야께서 목요산악회를 소개하며 틈나면 와 보라한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분의 자랑을 들어드린다.
금모래에서 곱창전골에 소맥을 마신다.
주류는 동양과 황야, 햇빛이고 곁에서 해피닥님이 마신다.
갈수록 술의 후유증이 겁나 참으려하지만 그래도 술은 잘 들어간다.
일어나 나오는데 한분이 나더러 황야님의 말 받아주느라ㅏ 수고했다고 하신다.
황야님이 알려주신 대로 54번을 올라가 타고, 남광주에 내려 화순가는 버스를 탄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바보를 만나 올라와 주말드라마를 보다가, 바보의 지적을 받고
신발과 도시락 설겆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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