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까치 걸어간 새벽 눈길
숭어가 헤엄치는 샛강 어귀
갯벌에 써 논 농게의 부호
고비사막 모래 물결에
낙관을 찍는 낙타
호수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봄비
문득 걷고 싶은 은행나무의 발목
네 마음이 서성거리는
내 삶의 가장자리
한 편의 시로 자리 잡은 눈물샘
받아들이고
스며드는 곳에는
물렁한 온기가 있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03.08. -
물렁한 온기라는 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언제 한번 내 발자국 밑의 온기를 생각한 적 있는지? 발자국이 찍힌 땅의 숭고한 포용, 받아들이고 스며드는 땅의 마음을 생각한 본 적이 있는지, 누구의 발자국이든 자국의 의미를 온전히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시인이 보는 풍경의 배경은 땅의 물렁한 온기와 맞닿아 있다.
내 발에서 전해진 것인지, 본래 땅이 소유한 온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온기를 느끼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세상 모든 것의 온기를 느끼는 연둣빛 봄이 저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