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영혼’을 말하는가? 우리에겐 이미 잊힌 단어 아닌가? 『영혼을 찾아서』는 이런 의문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책이다. 이 책은 힙합의 시학에서 그 절정을 이루는 ‘영혼’의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성서적 기원에서 출발해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담긴 풍요로운 전통의 핵심까지 아우르며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든다. 문학, 음악, 철학, 신학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연구하면서 ‘영혼’에 대한 이들의 이해가 정의와 해방, 영적 구제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도 상세히 다룬다. 그러면서 성서적 전통과 힙합이 모두 박탈과 억압의 경험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로마 제국의 게토에서 태어났든, 미국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든 기독교와 힙합은 박해받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고통받으며,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영혼의 비전을 생생한 빛깔로 드러낸다.
🏫 저자 소개
알레한드로 나바Alejandro Nava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종교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시애틀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애리조나 대학 종교학과에서 세계의 종교와 문화의 연관성을 주제로 깊이 있고 폭넓은 연구와 강의를 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대표적인 저술로는 『신세계에서의 경이로움과 유배』, 『시몬 베유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신비적이고 예언적인 사상』, 『영혼을 찾아서』 등이 있다
📜 목차
서문
이 책의 구성
1부 영혼의 신성한 역사
1장 영혼을 찾아서
2장 히브리의 영혼
3장 기독교적 영혼과 노예의 반란
2부 세속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악센트
1장 두엔데를 찾아서
2장 흑인의 영혼
3장 영혼에서 힙합으로
4장 아프로-라틴 소울과 힙합
감사의 말
찾아보기
📖 책 속으로
왜 이 같은 주제, 즉 성경에서부터 현대문학과 힙합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했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영혼’의 문제에 특별히, 때론 열정적으로 관심을 쏟아왔으며, 그에 비례하여 영혼 개념의 법칙과 어법을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안다고.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랠프 엘리슨 그리고 힙합은 이 시대의 곤경과 이슈가 만들어낸 산물로서 모두 성경으로부터 근본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특징이 있다. -15~16쪽
울프는 영국에서 영혼은 이제 낯선 단어가 되었으며,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개념, 즉 고립되고 냉담한, 밋밋하고 무감한, 우리가 자아라 부르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고 주장한다. 깊은 동굴과 빈틈을 품은 영혼이 자아 또는 두뇌에 자리를 내주자, 우리는 선조들에게는 있었던 신비한 밀도가 결여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만일 가장 높은 고도에서 불타며 여전히 주변을 검게 태우는 영혼을 찾고자 한다면, 다른 곳을 볼 것 없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레프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라는 한낮의 눈부신 태양을 보라고 울프는 권한다. - 33쪽
헤르더의 다원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이후 영혼 개념은 독일의 나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여타 인종주의 정권의 손에 더럽혀지고 말았다. 조지 프레드릭슨이 말했듯이, 그들의 손에서 민중의 영혼은 순수한 혈통에 대한 집착과 구분할 수 없게 돼버렸고, 그에 따라 외부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문화적 정체성과 동의어가 되었다. 민중의 영혼은 모든 ‘열등한’ 인종과 문화를 물리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책략으로 이용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인종적 본질주의와 문화적 우수성이라는 환상으로 얼룩져갔다. - 72~73쪽
만일 내가 이 책 전체를 통해 무언가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이 관점이 성경 이야기의 영혼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억압받는 궁핍한 민족의 내세울 것 없는 작가들이 그리스인을 포함해 다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문학적 영토와 종교적 영토를 개척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이 챕터에서 꾸준히 블루스를 언급한 것 역시 블루스에, 또 더 늦게 등장한 랩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127쪽
두엔데라는 말의 기원은 집주인을 뜻하는 ‘두엔 데 까사duen de casa’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엔데가 집주인이라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집주인의 영역에서 외부인이며,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 자아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이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차이나 미스터리와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고 아름다움에 투항하는 법을 배운다면, 자아는 두엔데의 전달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두엔데에는 예술과 삶의 갖가지 위대한 성취들에 관한 어떤 진리가 구현되어 있다. -180쪽
흑인 교회에서 나온 이런 영혼의 사례에서, 두엔데는 설교자와 성가대의 열정적이고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슨은 여기에서 말씀의 영광, 즉 아름답고 우아한 언어에 심취한 기독교의 관점을 제시한다. 히크먼 목사의 경우, 개신교의 목소리가 로르카의 스페인에서 빛을 발했던 가톨릭 연극, 미술, 의례를 대체한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호화로운 장관을 보여주는 대신 언어의 성당을 제시하여 우리를 무릎 꿇게 하고 경건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말이 곧 성체이자 장관이라고 여기고서 두엔 데가 충만한 음악적인 수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의 말은 부싯깃 통에 던져진 불씨와 같다. -243쪽
문자 언어가 문화와 정치의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양의 진화적 발전이 세계를 주도한다는 지긋지긋한 서사에서 음악, 민담, 무용, 의례, 의식의 연구는 그 신비한 광휘에 휩싸인 편견을 대체하거나 아예 뒤집어버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쇄도하고, 흔들고, 점증하는 음의 파동을 갖춘 블루스, 재즈, 로큰롤, 소울, 힙합, 손, 살사 그리고 다른 수많은 아메리카 대륙의 소리는 우리를 둘러싼 편견의 장벽을 타격해 무너뜨릴 수 있는 폭동과도 같은 잠재력의 증거다. 특히 신세계의 인종 관계라는 측면에서 음악은 사상과 소리를 교환하는 기회로 자주 작동하며 소리의 조화로운 물결로 탈바꿈시키며 다양한 문화를 결합해왔다. -305쪽
🖋 출판사 서평
영혼의 가치와 의미를 물음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인 영혼의 가치와 비전을 물으며 서구적 영혼 개념을 형성한 두 가지 주요한 흐름을 살펴본다. 1부는 종교와 성경에서 말하는 영혼을, 2부는 영혼에 대한 문화와 음악, 문학적 해석을 다룬다. 먼저 성경과 신학의 개념으로 영혼을 고찰하고 음악, 민속, 시, 문학적 양식으로서 영혼을 살핀다. 이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스페인계/라틴계 미국인의 전통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 두 전통은 저자의 전문 분야이기도 해서 문화적으로 습득해온 영혼의 양상들을 깊숙이 파악하는 데 성공한다. 영혼과 관련해서 음악과 종교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둘 다 암시적인 언어와 사운드를 통해 인간이 숭고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혼의 힘과 현주소
물질적 풍요로 부족함이 없는 우리가 왜 여전히, 영혼을 찾아야 하는가? 우리 시대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듯 기독교의 영혼 개념도 점점 희미해져 경이와 신비가 가득하던 시대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영혼의 힘’의 옹호자인 마틴 루터킹 주니어는 서구 문명의 뿌리에 잠복해 있는 결함과 문제를 폭로하며 영혼의 문법으로 모더니즘의 한계를 들춰내면서 근대성의 힘은 유색인에게 파괴적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 공동체는 ‘그들의 영혼’을 탐색하여 서구 문명의 헤게모니에 저항할 수 있는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자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영혼의 탐색은 근대와 식민주의 시대가 초래한 억압적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움직임에 큰 힘이 되었다.
인류의 근원을 찾는 여정
‘영혼’의 탐색은 영적 가치가 사라진 시대에 인류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종교, 문학, 힙합을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 ‘영혼’을 추적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 경로를 먼저 성경과 신학 전통을 중심으로 파악하고 이후엔 열정적인 스타일이 함축된 문화와 문학 그리고 음악의 강력한 흐름과 동의어로 쓰고 있는 세속적 개념, 즉 ‘소울’이란 말을 살핀다. 이를 통해 어둡고 희미한 영혼 개념을 명료하게 밝히고, 욕망과 허욕의 세태에 사로잡힌 현시대를 깨우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소외된 자에게로 관심을 기울이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윤과 소유만을 추구하는 소비문화 속에서도 영혼이 빛나는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절실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 책에 보내는 찬사
“만약 비전이 넘치고 생각을 자극하며 엄정한 학문적 성과를 모두 이룬 저작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나는 이 책을 그 대표 사례로 내세우겠다. 저자는 성경과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에서부터 흑인, 라틴 아메리카 전통의 랩과 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통해 ‘영혼의 문법’을 탐구한다.” 『돈키호테: 소설과 세계』의 저자 일란 스타반스
“학문적 깊이와 저자 개인의 체험이 제대로 어우러진 책이다. 저자는 니체의 저작이나 힙합의 아이콘 나스Nas의 랩을 예로 들며 친근하고 쉬우면서도 심오하게 다가오는 글을 쓴다.” 『힙합의 시학』의 저자 애덤 브래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