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조각을 찾아 - 육단리터미널 [철원군]

[Maximum]

와수리에서 수피령을 넘어가기 직전에 육단리라는 조그만 마을이 나온다.

주소지는 철원군 근남면. 근처에서 군복무한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지명이다.

이곳은 와수리와 불과 3km 거리로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다.

와수리가 김화였다가 철원으로 넘어갔듯이,

여기도 원래 김화군 근남면이었지만 철원군으로 넘어온 곳으로,

이래저래 와수리와 공통분모가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와수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와수베가스'라고 불릴 만큼 상권이 발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와수리와는 달리,

육단리는 인적이 드문 조그마한 마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와수리와 가까운 이곳에도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기록조차 거의 남지 않을 만큼 모두에게 잊혀진 공간이지만,

아직까지도 지도에 표기가 되어 있는 곳이다.

와수리와 육단리, 그 어떤 운명이 둘을 극적으로 갈라놓았을까.

이제는 모두에게 잊혀진 조각을 찾아 조용한 이 마을에 발을 딛어보려 한다.

 근남면사무소가 있는 육단리 마을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과 가게로 둘러싸인 와수리와는 달리 인적 하나 찾기 어렵다.

북쪽 방면을 제외한 삼면이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까닭에,

가뜩이나 사람 없는 마을은 더욱 어두컴컴하고 싸늘하게 느껴진다.

 근남면은 2,311명이 거주하는 곳으로, 철원에서 사람이 사는 곳 중 최동단이다.

이보다 더 동쪽에 있는 원남면, 원동면, 임남면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비무장지대이다.

실제로 김화로 넘어가는 두 고개(말고개, 수피령)가 모두 근남면에 위치하여,

철원에서 춘천으로 넘어가는 관문 역할을 맡는다.

 6.25 전란으로 이 지역이 남한에 수복된 직후에는

이곳이 와수리와 더불어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 마을이었다.

따라서 수많은 피난민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지금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또한 전쟁이 끝나자마자 주변에는 수많은 군부대가 들어섰기에,

수많은 장병과 부사관 및 피난민들이 남쪽으로 피신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다.

이는 육단리에 버스터미널이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육단리에는 와수리와 너무 가깝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김화읍의 정통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와수리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했던 육단리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와수리에 생활을 의지하게 되었고,

육단리터미널은 존재감을 상실하면서 소리없이 버려졌다.

 이곳에 대한 기록이 없는 탓에 언제부터 열었고, 언제 문을 닫았는지는 알 수 없다.

건물 형태를 추측해 볼 때 최소 1970년대 이전에 만들었다고 추측할 뿐이다.

건물 밑, 대합실 옆에 승차장이 놓인 형태가 1970년대 이전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남아있는 건물의 연대를 짐작할 수 있을 뿐,

그 이전에 다른 건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랜 시골에서 볼 법한 노오란 쇠틀 문짝에 '대합실' 스티커가 빛이 바래져 있다.

명절에 할머니댁 내려갈 때 틈틈이 보이던 버려진 건물을 보는 것 같다.

이곳도 언젠가부터 버러져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고,

그 사이에 이런저런 쓰레기와 가구가 난잡하게 어질러졌다.

로드뷰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니 급격한 변화가 선명하게 보인다.

2010년 4월 사진에는 쇠문에 신장개업 현수막이 달린 것을 빼면,

건물이 조금 지저분하고 낡았을 뿐 근처에 쓰레기가 없고 뒷면에도 페인트가 거의 벗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9월에는 누수 · 페인트 벗겨짐 및 화장실 옆 휠체어 통로의 소실이 확인되고,

2018년 6월에는 벽돌의 소실, 페인트 벗겨짐이 가속화되고 없던 쓰레기가 투척된 것을 볼 수 있다.

방문했을 때에는 최근 로드뷰와 불과 7개월 차이임에도 노후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었다.

 그나마 가장 마지막으로 리모델링(또는 사용)되었던 화장실조차,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차곡히 쌓인 모습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건대

터미널 건물은 그 어떤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고 처절히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상태를 보아선 최소 2010년 이전에 건물이 폐쇄된 것은 확실한데,

물어볼 사람이 없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어떤 기록도 나오지 않는다.

 한때는 수많은 지역 주민과 군인들이 담소를 나누는 생활 공간이었을 터미널이,

과연 언제부터 버려지고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었는지 퍼즐 조각을 맞추고 싶다.

그러나 처연하게 버려진 이 건물에 대한 단서를 주는 이는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 했거늘,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육단리터미널은 차가운 길바닥에 쓸쓸히 버려져 있다.

잊혀진 조각을 찾아온 이 거리에서 육단리터미널의 과거를 찾아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육단리터미널의 비밀을 풀기 전까지 이 건물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이곳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수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겨울날,

수수께끼의 바람은 더 거세고 차갑게 코끝을 스친다.

[중원고속]

버려졌다는 표현이 맞네요. 간이 매표소라도 있었으면 좋겠건만, 보는 내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Maximum]

10년 전부터 가보려고 했던 곳인데, 예상보다 훨씬 폐허가 된 모습에 쓸쓸하고 적적한 기분이 들더군요. 여기를 지나가는 시외버스는 춘천-동송 강원고속 버스가 유일하나, 여기에 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외버스가 사실상 없는 것 같더군요.

[중원고속]

근처에 매표소나 간이정류소가 없다면 무정차일 것 같습니다. 건물관리를 누군가는 신경써서 했으면 하는 바래입니다.

[Maximum]

네, 매표소는 없고 시내버스 정류장은 근처에 있습니다. 이전에 두번 시승해본 적이 있는데 두번 다 무정차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와수리 시간표에는 표기되어 있어서 확실한 정차 여부를 모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 건물 관리가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네요.

[춘천]

춘천-동송 일 4회 육단리 정차합니다.

[개화역]

그전에는 선진고속에서 몇회정도 버스가 다녔던걸로아네요 첫번째 사진의 가게에서 표를판매하긴하는데 춘천.와수리 요금외에 중간경유지 요금은 잘모르시는것같더라고요... 요금표나 이런것도 따로없었고요

[Maximum]

홍천마트 말씀하시는 거죠? ^^ 아직 정차를 하고 표를 팔기는 하는군요. 하필 제가 갔을 때 주인 분께서 안 계셔서 확인을 못해봤네요.

[개화역]

네 그곳맞습니다ㅎ 노부부께서 운영하시는곳이더라고요

[왕십리]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새로 건축을 하거나 용도 변경을 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듯 하니 그냥 방치해 둔 것 같네요. 면사무소가 있는 지역이면 정차하는 차량들이 있을 법도 한데 사실상 노상정류소에서 시내, 시외버스가 모두 정차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터미널이 있었을 정도면 과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유동인구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지금은 면사무소 소재지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사람이 보이질 않는군요.

[Maximum]

와수리 게시물에서 14년 전에도 영업을 안했다고 말씀해주신 분이 있는 것을 보니, 2000년대 초반 이전에 문을 닫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노상정류장이 있기는 하나 전형적인 시내버스 정류장이고, 시외버스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습니다. 터미널이 영업했을 당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네요.

[[경남]]

참으로 안타까운 터미널이네요..

[Maximum]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