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12.11
참여 작가:김승준, 남궁자영, 노창길, 마길영, 박경희, 박정미, 박정희, 서대원, 이용욱, 장진숙, 정난희, 정세환, 최현주
마을을 사진으로 찍어서 기록한다. 마을은 무엇인가?
먼 옛날 지구가 생기고 자연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그 터전에 인류가 생겨났다. 생존을 위해 차츰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바닷가와 강가에 마을이 생겼다.
우리는 무엇을 마을이라고 부르는가? 무엇을 찍으면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사람이 마을을 만들었으니 사람이 곧 마을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든 집과 골목과 놀이터와 일터 등의 공간이 마을이다.
사람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마을에 더불어 사는 동식물이 마을이다.
그동안 서울의 재개발 지역과 원도심과 골목과 마을을 기록한 사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김기찬 선생의 ‘골목안 풍경’을 제외하면 직접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사진이 얼마나 있을까?
또 있겠지만 바로 떠오르진 않는다.
대신 사람이 없는 담벼락과 골목을 찍은 사진들은 본 적이 많다.
우리 팀(곽윤섭의 사진클리닉) 13명의 작가들은 처음부터 접근방식이 달랐다. 2020년 말부터 기획하여 ‘저층주거재생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서울의 마을들을 기록해왔다. 사진에 앞서 마을사람들과 먼저 인사를 나누고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으니 마을에서 이미지를 포획한 것이 아니었다. 카메라와 사진은 마을 사람들과 우리 기록팀원들 사이에 라포를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이다.
1년의 결과물로 이 사진들이 남았고 ‘2021 저층주거재생사업단 마을사진전’을 열게 되었고 세 권의 사진집을 만들게 되었다. 눈치를 보면서 몰래 마을을 찍는 것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마을과 녹아들면서 마을을 알아가게 되었다. 강북구 미아동의 소나무협동마을에선 동네 주민들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감을 따고 있다. 햇빛마을에선 자기 집 정원을 가꾸고 있다. 관악구 굴참마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엔 모양과 색깔이 서로 다른 화분에서 형형색색의 풀과 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은평구 녹번산골마을에선 주민들이 청국장을 함께 만들고 있다. 지난해 겨울 도봉구 안골마을에선 ‘김장김치 나눔 한마당’이 열리고 있었다. 성북구 상월곡동 삼태기마을에선 할아버지가 골목에서 파를 팔고 또 다른 주민들은 옥상에서 양봉을 하고 있다. 응암산골마을 어귀엔 토끼와 나비가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수봉 숲길마을 꽃이 담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골목에서 동네 주민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장수마을 담벼락엔 ‘강현숙 샘이 쓴 장수마을 영원하리라’란 쪽지가 종이비행기와 함께 담 위를 날고 있다. 충신마을에선 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도시락을 들고 거동이 힘든 마을의 어르신을 찾아 따뜻한 대화와 정을 나누고 있다.
세월호 엄마들이 도봉산 오늘공동체를 찾아와 공연을 한다. (김승준)
수인이가 충신마을 길냥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대화를 나눈다. (남궁자영)
사람 떠나기 시작한 영천마을에도 봄이 오자 알아서 진달래가 핀다. (노창길)
공동체 4부족의 아이들이 한군데 어울려 책 보며 놀고 놀면서 공부한다. (마길영)
인수봉 숲길마을에서 옛 방식대로 만든 술이 익어간다. (박경희)
소나무 협동마을 눈부신 아침햇살에 골목이 달아오른다. (박정미)
강북구 미아동 할머니 옷에 핀 꽃이 골목에 내놓은 화분의 꽃보다 진하다. (박정희)
정릉 ‘점방’앞 아이들과 이른 봄 햇살이 따사롭다. (서대원)
동작구 상도3동 성대전통시장으로 어둠이 내려오고 사람들도 내려온다. (이용욱)
곡성 마을 어귀의 누렁이는 카메라도 사람도 마냥 반갑다. (장진숙)
장수마을 녹슨 물뿌리개는 세월을 이기고 오늘도 물을 뿌린다. (정난희)
시인의 아내는 오늘도 종로구 충신마을 벽화 속에서 재봉틀을 돌린다. (정세환)
삼태기마을 ‘수선전문’ 서울 세탁소 이찬봉 사장님은 힘이 세다. (최현주)
이러한 것들이 모름지기 마을의 기록이다.
2021. 11 곽윤섭
김승준, 남궁자영, 노창길
마길영, 박경희, 박정미
박정희, 서대원, 이용욱
장진숙, 정난희, 정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