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기시미 이치로, 2019, 전경아 옮김, 2020, 총307쪽
기시미 이치로의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곳은 193쪽이다. 그가 스승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언급하며 그 가르침을 스승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다. 기시미는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통찰은 스승이 아닌, 더 젊은 세대나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배움의 과정이 아닌 지식을 전수하고 확장하는 순환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기시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학문적 성취가 개인의 만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사회와 후대에 기여하는 것이 배움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본다. 이는 지식의 자기 완결성이 아닌 그것이 끊임없이 전파되고 변형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반영한다.
독후감을 쓰면서 느낀 점은, 기시미의 이러한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자신만의 성취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스승에게 돌려주지 못한다는 인식은 인간관계에서의 은혜와 연대의식을 상기시키며,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191쪽도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기시미 이치로가 191쪽에 언급한 "언어를 배울 때 그 언어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어원을 알 수 있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언어학에서 어원학과 관련된 이론적 개념을 반영한다. 어원학은 단어의 기원과 역사적 변천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단어의 어원을 이해하면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고, 왜 현재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는지를 더 깊이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주장은 언어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이론과도 연결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인간 사고와 현실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으며 언어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그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의 언어 철학에서 단어의 의미는 사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며 그 언어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언어학적 이론도 부분적으로 연관이 있다. 촘스키는 언어 습득이 단순히 현재의 단어와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언어 능력(Universal Grammar)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 과정에서 어원을 이해하는 것은 언어적 지식의 심층적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어원에 대한 지식은 언어의 본질과 역사를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깊이 파악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마지막으로 234쪽 앤솔러지(Anthology)라는 말을 주의깊게 보았는데 특정 주제나 장르에 속한 다양한 작품이나 글을 모아놓은 편집본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앤솔러지라고 말한다. 시, 소설, 수필, 철학적 글, 명언 등을 주제로 여러 작가나 사상가의 글을 모은 경우가 많다. 앤솔러지는 한 사람의 글이 아닌 여러 저자의 다양한 관점을 한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며 독자들이 폭넓은 지식이나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기시미 이치로가 언급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는 2세기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16대 황제)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였다. 그는 재위 기간 동안 로마를 안정시키고 여러 전쟁을 치르면서도 철학적 성찰과 자기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은 '철인 황제'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저서 "명상록(Meditations)"은 개인적인 성찰을 기록한 책으로 스토아 철학의 중요한 텍스트 중 하나이다. 이것은 인간의 덕, 의무, 내적 평온을 강조하며,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삶의 태도를 설파했다. "명상록"에서 유명한 명언 세 가지를 살펴보겠다.
1.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우리 생각의 결과물이다.
인간의 삶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원리를 반영한 말이다.
2. 만약 그것이 너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고통의 근원은 그 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있다.
이는 외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고통을 만든다는 것을 강조하는 명언이다.
3. 너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나는 무슨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네가 의무로서 해야 할 일 속에서, 이 얼마나 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지 깨달아라.
이 말은 우리가 삶에서 해야 할 의무나 책임을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의무와 책임을 바라보는 태도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명언들은 스토아 철학의 기본 원칙인 감정 통제와 내적 평정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