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예쁜 죽향(竹香)초등학교를 옆으로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듭니다.
억새가 한창, 곳곳에 쑥부쟁이 무리, 단풍드는 감나무....그 길의 끝자락에 그녀의 집이 있습니다.
있으나 마나한, 이곳으로 들어가는 곳임을 그저 알려주기 위해 서 있을뿐인 얕으막한 나무대문을 들어서 장미넝쿨 터널진 돌계단을 오르면 여기 저기 가을꽃 흐드러진 정갈한 잔디 마당이 펼쳐집니다.
그 위를 뒹구는 마르티즈 세 녀석.
마당 한켠 거두어 말리는 나물 채반 위엔 어느새 가을빛이 깊숙이 들어와 있고,
개나리와 쥐똥나무로 이루어진 담장 너머 펼쳐진 황금들판과 파란 가을 하늘은 오롯이 이 집의 주인만을 위한 가을잔치입니다.
마당을 돌아 이어지는 밭에는 고구마 ,생강에서 부터 땅콩, 더덕까지 온갖 먹거리들이 거두어들여 줄 때를 기다리고 있군요.
20여년 교사생활 어느날 갑자기 마감하고 홀연이 물 맑고 산 좋은 충청북도 옥천 땅에 새 둥지를 튼 친구네 집 이야기입니다.
낮엔 마당에서 밭에서 땀 흘려 일하고, 일찍 찾아드는 산골 저녁 별이 쏟아지는 늦은 밤까지 퀼트를 하며, 가끔은 마을 부녀회관에도 나가 사물 두둘기며 살아가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늙은 호박 놓여있는 벽난로가 있는 거실 풍경이 부러운것도,
혼자 숨어들기 딱 좋은 햇볕 깊이 들어 아늑한 다락방이 부러운것도
그렇다고 풍성한 텃밭, 정갈하고 이쁜 뜨락이 부러운것도 딱히 아닌데 뭔가 부러운게 있었습니다.
뭘까....
아!! 용기
그녀의 용기!!
울타리 밖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줄 아는 나같은 겁쟁이에게 그녀의 용기는 분명 부러움이었을겁니다.
지난 겨울 내려와 봄내 여름내 심고 가꾸며 꾸려온 친구의 새터전엘 다녀왔습니다.
트렁크 가득 가을걷이를 싣고 돌아오며 우린 그 무게 이상 의 푸근함과 넉넉함을 싣고 왔음을 알았습니다.
김장배추 무우를 솎아 온 친구도, 늙은 호박덩이를 끌어 안고 온 친구도, 정구지에 말린나물을 담아 온 친구도..모두 모두 잊었던 고향의 따듯함을 싣고 왔음을 알았습니다.
이 밤,
가져온 울타리 콩을 까고, 약오른 파란고추에 간장과 식초를 부어 놓으니 (반드시 간장:식초의 비율이 3:1 이어야 한다는 저녁연기님의 노하우대로 거기에 소주 반병을 가미하여)
참 흐뭇하고 좋습니다.
첫댓글나도 부럽다. 그런 친구 있음이. 다음에 언제 가시나요? 제가 운전할게요.기사로 가는 만큼 사모님들 한나절 까르르 웃으시며 대화하시는 동안 저는 마당을 돌아 이어지는 밭구경, 담장너머 들판 구경, 늦으시면 쏟아지는 저녁별 구경만 하고 있을게요. 있으나 마나한 나무대문 안으로 들이지 않아도 절대 서운해 하지 않음
난 또~ 우리 들꽃향기 언니께서 새로운 둥지를 트셨나 했지 뭐유~! 들꽃향기가 전해오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꺽~ 이젠 꺽~도 제대로 못한다우. 뭐긴? 입술마비지. 오십견에 풍~에, 이쯤이면 친구도 가능하지 않을까??????
첫댓글 나도 부럽다. 그런 친구 있음이. 다음에 언제 가시나요? 제가 운전할게요.기사로 가는 만큼 사모님들 한나절 까르르 웃으시며 대화하시는 동안 저는 마당을 돌아 이어지는 밭구경, 담장너머 들판 구경, 늦으시면 쏟아지는 저녁별 구경만 하고 있을게요. 있으나 마나한 나무대문 안으로 들이지 않아도 절대 서운해 하지 않음
난 또~ 우리 들꽃향기 언니께서 새로운 둥지를 트셨나 했지 뭐유~! 들꽃향기가 전해오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꺽~ 이젠 꺽~도 제대로 못한다우. 뭐긴? 입술마비지. 오십견에 풍~에, 이쯤이면 친구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기사!!, 언제든 호출하면 제깍 대령하렷다? ~~~~~~~~ 짚시 초생달 살로메 그저있음님!! 오랫만이우 , 모든것 다 All right ?
몽땅~! 제자리 잡았음을 보고함. 어깨와 팔의 통증도 님을 닮아가는 건지는 모르지만... 나이야 어쩌겟는지요...
최기사 지금 대령하고 있는데 ......
그녀가 가꾼 애호박으로 지전 전에, 바짝 말려 두었던 묵나물에, 무공해로 키워낸 얼갈이 배추 얼절이, 배추 된장국을 배불리 먹고 그녀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만든 퀼트 방석 위에 앉아 있어요, 나 지금.
바짝 말려두었던 묵나물, 그거 정말 어떤 맛일지 궁금한데. 저는 묵을 참 좋아하거든요
묵나물.....말려 두었던 온갖 나물을 지칭함인데(기냥 내 식대로)~~~~ 도토리 묵을 썰어 말린 나물도 묵나물은 묵나물일세ㅎㅎㅎ
크 -- 묵나물이 그런 뜻이었어요? 언젠가 묵을 꾸들꾸들하게 말렸다가 무쳐 먹으면 아주 쫄깃쫄깃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리...... . 아 자랑만 말고 맛좀 뵈줘봐요.낼 날씨도 좋은데 도시락 싸올테니 태조산으로 오라고 해 보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