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다. 잘 계시제? 해 바뀌고 금방 한 달이 흐르고 또 한 달을 맞이 했다. 철이 바뀌면 자연의 순환이라 당연한 생각이 들지만 달이 바뀌면 왠지 허전함에 삶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는 고향 후배가 보내준 문자가 떠오른다.
연일 기온이 많이 차갑다. 날씨 덕분에 마음껏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차가운 날 바깥에 나다니는 건 건강에 좋지 않아. 위험해!'라고 나에게 주문을 건다. ㅎ 그러고는 쇼파와 핸드폰과 티비와 주전부리와 책들과 화초들과 종일 친구한다. 심심할 틈이 없다. 혼자놀기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tv다시보기로 ebs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을 즐겨 본다.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지금 이런 모습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열차를 탔다. 친구 아들 덕분에 기차 여행을 하게 되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생각 이상으로 대합실에 사람들이 많았다.
길을 떠난다는 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날이 풀리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길을 떠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 들어가면서 나에게 주는 선물 중의 하나가 길 떠나는 것이 아닐까? 인디언 어느 부족은 2월을 '홀로 걷는 달'이라고 한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추위 핑계대지 말고 옷 따시게 입고 홀로 걷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멍 때리기도 하고.
노년기의 삶은 물음표가 많은 삶, 느낌표가 많은 삶이 아니라 말줄음표가 많은 삶이여야 한다고 한다.
참견하고 싶어도 잔소리 하고 싶어도 도움을 주는 말을 하고 싶어도 참고 그냥 빙그레 웃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이 입춘이다. 그래서 그런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리 추워보이지 않다. 봄이 곧 우리 곁에 오겠지. 이제 집돌이 생활 끝내고 봄 찾으려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