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저 모르게 외박을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어젯밤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친구의 단골 술집에서 친구와 후배 둘과 술을 마셨는데, 후배 하나는 별로 술을 마시지 않더군요. 차를 가지고 왔다나요. 저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 후배의 집이 시흥시인데, 가는 길에 저를 집 앞에 떨어뜨리고 가면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죠. 제 집이 광명시 소하동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날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귀가 걱정을 하지 않고 술을 마셨습니다.
술집에서 일어선 것은 밤 12시 30분경이었습니다. 차를 출발시켰지요.
얼마 뒤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받아 보니 마누라였어요. 거의 집에 다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호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는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핸드폰이 슬그머니 바람기가 동했는지, 제 눈을 피해 승용차 바닥으로 뛰어내려 숨어 버린 겁니다. 물론 외박을 할 생각으로 그랬겠지요.
저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집 앞에서 내려,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핸드폰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핸드폰 번호를 찍으니 후배가 받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렸다는 겁니다.
다음 날 오후 2시쯤 후배는 광명까지 찾아와 제게 핸드폰을 넘겨 주고 돌아갔습니다. 후배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저는 주인도 하지 않는 외박을 하고 돌아와 뻔뻔스럽게 저를 올려다보는 핸드폰을 노려보았습니다.
'너 혹시 후배 핸드폰과 눈이 맞아 외박을 한 거 아니니?'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습니다. 주인이 핸드폰의 사생활에 대해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바람난 핸드폰을 어찌해야 하나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주인장께서 조신한 몸가짐을 교육시켜야지요. ㅋㅋㅋ
후배 차가 아니고 택시였다면, 외박이 아니고 가출이 되었겠지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후배는 녀자였나요?' 하고 물으면 몰매맞겠지.
가출을 안 하고 외박만 한게 다행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