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를 뛰어보신 형님들도 많이 계신데 감히 참가기를 올리기가 좀 쑥스럽지만 혹시 한번쯤 계획을 하시는 형님 누야 동생들을 위해 간단히 아주 간단히 몇자 올리봅니다. 휴~~ 밤새는줄 알았네.
포항 "월광소나타 100" 참가기
1. 대회요강
* 주최: 포항 그린 마라톤 클럽[그린넷마]
* 주관: 회곶 울트라 마라톤 조직위
* 후원: 오천 마라톤 클럽, 코리언울트라 런너스[KU]
* 대회일시: 2003년 5월 17일[토요일]19:00
* 장소: 포항호미곶 해맞이 광장
* 종목: 울트라 마라톤 100km[단일종목]
* 대회코스: 호미곶 해맞이광장-임곡 인터체인지-청림동-오천읍-용산 삼거리-전진령-
-감포읍-구룡포읍-호미곶 해맞이 광장
* 참가비: 80,000원
* 완주 기념품: 완주뺏지, 완주메달
* 참가자격: 풀코스 2회이상 완주자 또는 울트라 마라톤63km이상 완주자로서 남녀19세이상
* 경기운영: 제한시간 15시간 적용[30km:4시간 60km:8시간 90km 13시간 100km:15시간]관문 미통과시 시간체크 실격 처리
- 시간 체크는 수동계측 방송국 시보와 함께 출발 원칙
- 참가자는 배번호표 2매를 앞뒤에 꼭 부착하고 달린다[앞:가슴, 뒤:베낭]
- 실격처리: 주자에 대한 도움[차량, 자전거이용 음식물 제공 등의 조력 적발시 실격처리]
- 실격자는 회수차에 승차CP로 이동한다
- 식음료 공급: 20km(김밥, 바나나) 30km(숭늉, 쵸코파이) 40km(호박죽, 바나나)
60km(찰떡, 오이) 80km(김밥, 쵸코파이) 90km(꿀, 인삼차)
100km(회수한 잔여 식음료 전부) [총 7개소에서 제주 삼다수, 스포츠음료 공급]
- 중간 물품 보관차량 운행 63km지점
- 안전 최우선 횡단보도 통행시 교통신호 철저 준수
- 야간 주행시 꼭 소형 야광 점멸등을 가슴과 배낭에 부착하고 달린다
- 부상 및 사고에 대한 의료 지원 없으므로 개인이 사전준비 휴대한다
- 완주후 해수 목욕권 중식제공
* 시상: 남녀 1,2,3위 6명 행운상 4명[총10명] 완주자 전원 완주증 지급
2. 참가선수 현황
이번 2003년 포항 호미곶 울트라마라톤인 "월광소나타100"의 참가 신청자 현황을 살펴보면 최고령이 63세 최연소가 25세이고, 참가신청자 205명중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인천 27명, 대전 충남 4명, 광주 전남 11명, 전북 4명, 대구 경북 66명, 부산 울산 경남 93명으로 제일 많이 참석했고 연령별로는 20대 7명, 30대 52명, 40대 120명, 50대 25명, 60대 1명이고 성별로는 남자 199명, 여자 6명이 참가신청 했고 혈액형 기재자 188명중 A형 63명, B형 24명, AB형 52명, O형이 49명이 신청을 하였다.
3. 참가동기
2001년 여름 인터넷을 통하여 7박8일 동안 열사의 모래사막을 달려야하는 "사하라 마라톤"을 알게 되었고 그 사이트를 가끔씩 들여보다가 "철인3종 경기"를 알게되어 무미건조한 직장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철인3종 운동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함께 운동할 동호회를 찾던 중 부산에도 철인3종 클럽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면서 운동에 대한 정열적인 사람들의 모임임을 알게되었다.
2002년 여름 어느 날 게시판에 노크를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운동다운 운동이 아니고 그냥 몸 적응 단계 정도였는데 월례회와 합동훈련 등을 하면서 회원들과 교류를 통하여 적극적인 사고로 생활하게 되었고 개인훈련과 합동훈련을 거듭하여 2002년 8월 25일 몇몇 회원들과 함께 철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 이후로 계속 회 활동을 하면서 3종 운동을 하다보니 또 다른 뭔가 새로운 도전의 필요를 느끼고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바로 잡기 위해 올해는 마라톤 풀 코스의 2배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4. 훈련상황
철인3종을 하는 나로서는 한가지 종목만 훈련을 할 수 없기에 년 초에는 수영과 사이클을 함께 배우면서 틈틈이 개인적으로 온천천과 금정산, 범어사 순환도로 등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시간이 맞으면 클럽 회원들과 함께 온천천과 강서구 삼성자동차 앞에서 합동 훈련을 하여왔다.
그리고 올해 초 동래소방서에 새로 부임해오신 조현표 서장님의 지휘방침으로 직원 취미클럽 활성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조깅클럽(동래마라톤클럽 속칭 "동마클")이 결성되어 매주 수, 목요일 비번자를 중심으로 근무 후 온천천에서 런 훈련을 함께 하기도 했다. 당번 날은 틈을 내어 직장의 체력단련실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1시간씩 하여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철인3종 경기 시즌이 아닌 겨울과 봄에는 가까운 곳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3/2 경주 하프코스, 3/23 마산 3.15마라톤 풀코스, 4/5 경주 벚꽃마라톤 풀코스, 5/1 다대포 하프코스에 참가를 하면서 경기리듬을 지켜왔다.
5. 출발전 다짐
100km라는 엄청난 거리를 달려야 하는 중압감 때문인지 대회 날을 1주일정도 앞두고는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 것이 약간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달 전 온천천에서 런 훈련을 하면서 부상당한 우측종아리의 부상이 재발된 것도 큰 걱정거리였다. 3종 훈련을 하여오면서 부상과 친구가 되다시피 하여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큰 대회를 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에게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직장동료들에게 울트라 마라톤의 참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일단 말을 뱉고 나니 자꾸만 약해지려는 마음이 조금 진정 되고 꼭 완주를 하고 말겠다는 다짐이 서는 것 같았다. 대회 1주일 전에 다대포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었지만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고 참가 일을 기다리면서 차분히 마음에 각오를 다졌다.
이제까지 50km이상의 거리를 달려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이상의 거리는 내게 미지의 세계였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시간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잡아보지만 대략적인 페이스를 초반1-10km/8분, 10-40km/6분, 40-70km/7분, 70-100km/8분 속도로 달리고 매10km마다 5분씩 20km 보급소마다 10분씩 스트레칭과 휴식을 하면서 예비시간 20분을 포함시키니 피니쉬 시간이 13:30대로 나온다. 이 시간은 주로의 난이도를 떠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래도 13:30분 이내에 들어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잡아본다.
이 경기는 우리나라 3대 100km 서바이벌 울트라 마라톤(충남 대청호, 광주 빛고을, 포항 호미곶)의 하나로 ku(코리언울트라 런러스 클럽)에서 공식 인정한 대회로서 전국에서 이름 있는 울트라 매니아들이 대거 참가하여 이들과 함께 뛰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ku회원이 되려면 서바이벌 100km를 1회 이상 완주한 사람으로 1년에 서바이벌 울트라 대회를 1회 이상 참석해야 한단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6. 참가기
* 집을 나서며
이날을 위해서 사무실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순번휴무를 이미 신청해 두어서 그나마 참가의 시간적 여유에서는 한시름 놓고 있었다. 서바이벌 울트라 마라톤은 100km라는 엄청난 거리를 밤새도록 달려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푹 자고 오후에 클럽 회원인 이창수 형님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가기로 했었는데 마침 토요일이라 둘째 아들이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이라고 몇 번이나 자고 있는 방문을 열며 들락거려 잠을 깊이자지 못했다.
오전 11시쯤 일어나서 한가지씩 참가 준비물을 챙겨서 아내가 준비해준 김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발을 기다렸다. 마침 동래구청에 근무하고 계시는 배영재 외삼촌께서도 이번 대회에 참가를 하게 되었는데 구청 "건각회" 직원들과 함께 14:00쯤 출발을 한단다. 13:10 창수 형님의 전화를 받고 참가 준비물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명륜동 역 뒤에서 창수 형님을 만나서 태우고 시끌 복잡한 부산을 떠났다.
창수 형님은 이번 대회 참가 신청 기회를 놓쳐 함께 참가할 이두천씨의 동반주자로 함께 뛰어볼 생각이라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리고 다시 경주I.C.에서 포항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그 옛날 해병대라는 軍에서의 젊은 청춘을 보냈던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싱그러운 푸르름을 토해내는 국토의 산야를 지나면서 자연의 신비한 조화에 도취되어 본다.
* 호미곶
어느듯 포항시내를 들어서서 다시 우리나라 철강의 대표적인 회사 포스코를 옆으로 돌아 호미곶으로 가는 동해안 해안도로를 달리니 시원하게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저녁에 다시 이 길을 거꾸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굽이굽이 고갯길을 조심스레 살펴보면서 호미곶을 향했다. 16시쯤 부산에서 140km를 달려 우리나라 지도의 호랑이 꼬리인 호미곶에 도착했다.
아직 대회의 출발시간은 많이 남았고 관광객들 틈에서 호미곶의 정취를 만끽하고 달려온 피로를 달래기 위해 잠시 나무 그늘아래 휴식을 취하다가 좀 늦게 도착한 외삼촌을 포함한 동래구청의 마라톤 클럽인 "건각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17시30분쯤 간단히 광장 옆 해맞이 식당에서 함께 해물탕으로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광장의 무대에 차려진 본부석에서 참가 등록을 하고 배번을 지급 받아 출발 준비를 하였다.
* 참가복장
나의 울트라 참가 복장은 프로스펙스 흰 모자에 上衣는 기능성 마라톤 조끼(마산 3.15 마라톤 때 받은 것)에 부산클럽 짧은 회복을 위에 걸쳐 입고 下衣는 마라톤용 긴 타이즈에 나이키 스포츠 양말과 "에어쿠키니" 트레이닝용 운동화를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로 구입하여 신었는데 이 신발의 효과를 엄청 크게 본 것 같다. 간밤의 추위가 걱정되어 목장갑을 끼고 스카프를 팔목에 감고 뛰게 되었다.
부상이 있는 우측 종아리는 파스를 바르고 압박붕대와 무릎 보호대를 꽉 조여 매었다. 이번 대회는 서바이벌 대회로서 철저히 혼자서 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배낭이 필수 장비로 들어있다. 나는 따로 울트라용 배낭을 구입하지 않고 작년 전주-군산간 마라톤 때 기념품으로 받은 배낭을 대신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울트라 첫 참가이라 모든 것이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 넣었다.
* 대회준비물
배낭 안의 준비물에는 긴 추리닝1벌과 짧은 셔츠, 수건, 양말, 속옷1벌, 1회용 우비 등의 옷가지와 랩핀(스포츠 영양식)5개, 쵸콜렛2개, 영양갱2개, 찹쌀떡1봉 등의 영양식 그리고 기록을 위해 삼성카메라를 넣었는데 아마도 이번 마라톤에서 카메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갖고 간 사람은 나 혼자 뿐 일 것이다. 의약품으로는 쓰라림과 물집방지를 위한 바세린, 압박붕대 1롤, 파스 1통, 그리고 종아리 부상 때문에 클럽회원인 정종화 형님이 처방해준 "애니펜정'이라는 진통제를 6알 챙겨 넣었는데 이 약의 효과도 많이 보게 된 것 같다.
간밤을 무료하게 혼자 달리게 될 때 사용하려고 mp3 휴대용 라디오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점멸등, 반딧불, 헤드랜턴, 휴대폰, 대회구간지도, 비상금, 의료보험증, 같은 소지품에 500mm PT병1개에 미숫가루와 꿀을 첨가한 영양식 1통을 배합하여 넣으니 배낭 무게가 5kg(?)이상으로 보통이 아니다. 이런 무게로 100km를 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적어도 달리면서 저체온증으로 경기를 포기해야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출발준비
출발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참가선수들이 속속들이 호미곶 광장으로 모여들고 조직위에서는 행사준비를 한다고 분주하다. 나 역시 바세린을 겨드랑이와 다리사이 발가락 사이에 바르는 것으로 최종적인 점검을 끝내고 대회본부에서 식전행사를 하고있는 호미곶 광장으로 가서 다른 참가 선수들과 함께 氣체조를 하면서 몸을 가볍게 풀고 200여명의 남녀 참가 주자들이 저마다 인사를 나누며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함께 동반주를 하려했던 창수 형님은 30분쯤 전에 먼저 달려나갔다.
출발 전 氣체조로 몸의 긴장을 푸는데 다소 시간이 걸려 라디오의 오후7시 시보와 함께 출발하려 했던 당초 조직위의 계획에 조금 차질을 빚었지만 19:04분 선수들과 사회자가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면서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 들어가는 호미곶 광장을 전국에서 모인 200여명의 울트라 매니아들이 250리 길의 힘찬 스타트를 하였다.
* 걱정
나 역시 많은 선수들의 무리 속에 외삼촌과 한 그룹이 되어 천천히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불과 200여m 정도를 달리는데 우측다리가 저려온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계속 달려갔지만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갓길로 나와서 우측종아리에 동여매었던 압박붕대를 풀어버리고 무릎보호대만 다시 착용한 채로 함께 출발했던 일행과 떨어져 천천히 달려가는데 서서히 산마루에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초반부터 이러면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진짜 천천히 달려나갔다. 어느듯 산마루에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달려서인지 긴장되었던 다리도 풀리고 제법 뛰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도 덜도 말고 이런 컨디션만 끝까지 유지 해주길 부상당한 우측 다리를 쳐다보며 간절히 빌었다. 하고재비 주인 만나서 정말 나의 두 다리가 고생이 많다. 이 대회만 끝나면 좀 푹 쉬도록 해주고 싶다.
* 마봉산
초반부 고갯길은 계속되는 비탈길의 연속이었다. 울트라 마라톤에서 후반의 체력저하를 감안하여 오르막은 걷고 내리막은 천천히 달리라는 울트라 선배들의 말을 들은 듯 하여 계속되는 오르막에서는 많이 걸었다. 이미 산간도로에는 어두워져 랜턴과 점멸등을 켜고 달리는 선수들이 점차 늘어난다.
마봉산 고갯마루를 돌아서 달리는데 아카시아 향이 진하게 코를 자극한다. 달리는 주자들의 입에서는 저마다 진한 향내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제 초반이건만 벌써 선두그룹은 저 멀리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한참 뒤에서 바라본 주로에는 주자들이 각자의 안전을 위해 저마다 배낭과 모자에 달려있는 점멸등만 띄엄띄엄 긴 띠를 이루어 깜빡거린다. 초반을 천천히 달린 덕분인지 컨디션이 점차 회복되고 있어 10km쯤에서 쉬기로 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20km 보급소까지 계속 달리기로 했다.
* 외삼촌
동해면으로 들어서면서 우측으로는 시원스레 바다가 펼쳐진다. 간간이 산간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을 따라 몇 명씩 무리를 지어 또는 홀로 자신과의 도전을 위해 한밤을 달린다. 15km쯤에서 외삼촌을 따라 잡았다. 지천명을 한참 넘긴 나이에도 꾸준한 자기성찰을 위해 방송통신대학을 십 수년이나 다니면서 5개나 되는 학위를 받고 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다하고도 이렇게 울트라 마라톤까지 참가하는 참 부지런한 외삼촌이 존경스럽다.
외삼촌께서도 발목부상이 있어 빨리는 달리지 못하여 나보고 먼저 가라하시지만 오히려 내가 따라가야 할 페이스이다. 외삼촌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뛰다보니 어느듯 19.1km지점의 첫 번째 보급소가 보인다. 21:00도착. 여기서 김밥과 바나나등 식음료를 먹으면서 카메라로 사진도 한 컷하고 있는데 외삼촌 일행은 먼저 출발을 하셨다.
*시가지 길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따라가기 위해 뛰었다. 여기서부터 시내를 벗어나 30km 제1체크포인터까지는 시내길이라 차들도 많고 넓은 곳은 왕복 6차선도 있어 좀 위험했지만 갓길을 이용하여 우측으로 계속 달렸다. 도로의 갈림길에는 진행요원들이 있어 주로를 안내하여 길을 잘못 들게되는 걱정은 접을 수 있었다.
청림동 삼거리를 지날 즈음 다시 외삼촌을 만나서 함께 뛰다가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은지 자꾸만 먼저 가라고 하여 천천히 오시라하고 조금 속도를 내어본다. 시내의 불빛들이 차츰 멀어지면서 시간은 22:00를 넘고 있다. 주변에 사람들은 별로 없고 갈 길이 먼 주자들만 열심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 제 1 체크 포인트
시가지를 벗어나자 한적한 농촌에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곳곳에 논을 쓰레질 해놓은 곳이 보이고 개구리 소리만 한밤의 적막을 깨운다. 지금쯤 나의 고향 산청에서도 부모님께서 농사일을 힘들게 하시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서 조만간 한번 찾아뵈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한참을 달리니 첫 번째 체크포인트지점인 용산 주유소가 나온다. 통과시간 22:20 현재순위 93위라는 소리를 언뜻 들은 듯 싶다.
이곳에서는 슝늉 끓인 것과 쵸코파이를 서비스하는 곳으로 숭늉은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훌쩍 비웠는데 쵸코파이는 한 입 베어 물었지만 목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억지로 겨우 반만 먹고 스트레칭을 하며 외삼촌 일행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듯 싶었는데도 오질 않아서 기념사진을 혼자 한 컷하고 물을 보충하여 다시 출발한다. 외삼촌 일행은 이후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보지 못했다.
* 전진령
여기서부터 양북면 전진령 휴게소까지 계속 언덕이라 하여 천천히 뛰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달리다가 저 앞에서 걷고 있는 주자를 만날때면 함께 걸으며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깊고 깊은 전진령을 올랐다.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고갯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12km가 넘는 엄청스런 고갯길이었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몇몇이 함께 풀벌레 울음소리와 산새 소리만 가득한 전진령을 오르는데 22:40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의 근심 어린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 해진다. 아직은 괜찮고 뛸만하다며 안심시키고 아이들 잘 재우고 함께 자고 내일아침 일어나면 전화하라 애기를 하고는 계속 고갯길을 올랐다.
* 한밤의 음악소리
내가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가족들을 걱정시키며 달리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아내와 아이들이 새삼스레 보고싶고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한참을 울적하여 걷고있는데 저 앞 산 중턱에서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저곳은 도데체 뭐 하는 곳인데 이 야심한 밤에 저렇게 큰소리로 스피커 볼륨을 올려 음악을 틀어 놓고 있는지 이상했지만 어쨎거나 달리는 주자들에겐 힘이 되었다.
음악소리를 따라 고개를 올라보니 전진령 정상 휴게소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진행요원들이 힘들게 달려온 주자들을 위해 한바탕 식음료를 보급하면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맛사지를 하는가하면 따뜻한 호박죽과 바나나를 지급해 주었다. 여기 도착시간 23:00. 간단히 스트레칭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종아리 부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통제(애니펜정)2알을 먹고 다시 자리를 틀고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라 이제까지 지체되었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좀 뛰기로 했다. 내리막길을 뛰면 무릎관절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금정산 산성 길에서 훈련을 해봤고 트레이닝과 산행도 많이 하여서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았다.
* 월광 소나타!
한참을 달려 내려오니 머리위로 달빛 소나타가 연주되고 있었다. 갓 보름을 넘긴 "월광 소나타!" 왜 이대회의 명칭을 월광소나타로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밤의 적막 속에 월광이 비추는 소나타! 그것은 정말 나를 아니 이 대회에 참여한 주자들을 한결같이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런 마력(?) 때문에 울트라 매니아들은 계속해서 울트라를 고집하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황홀경에 도취되어 앞서가는 많은 주자들을 추월하였다. 서울과 여수, 부산에서 참가한 몇몇 주자들과 애기를 나누면서 뛰고 걷고 하기를 몇 번 어느새 달리는 방향이 남쪽에서 북동쪽으로 바뀌고 있었다.
다시 조금씩 뛰고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이번엔 달리는 방향이 북쪽으로 바뀐다. 이제 이 길을 따라 곧장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달리니 어느듯 새벽을 알리는 첫 닭 우는소리가 들린다. 아니 벌써 새벽을 여는 소리란 말인가! 손목시계를 보니 02:20이다. 이놈의 닭은 잠도 없나 날이 밝으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달리다보니 저 앞에 62.7km지점인 감포읍 오류해수욕장-SK주유소 제2체크 포인터가 나타난다.
* 제 2 체크 포인터
통과시간 02:30. 현재순위 84위. 여기는 선수들의 개인 소지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많은 주자들이 복장을 갈아입고 배낭의 무게를 줄이고 있었다. 나는 시종일관 배낭의 무게를 더 줄이고 싶은 생각은 없고 땀에 찌든 조끼만 새 옷으로 갈아입고 겉옷은 그대로 부산클럽 회복을 입었다. 그다지 춥지가 않아 긴소매로 바꿔 입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찰떡을 몇 개 주워먹고 오이를 깨물며 땀으로 씻겨져 나간 바세린을 다시 바르고 여기서도 기념촬영과 스트레칭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오른쪽은 동해의 망망대해를 왼쪽은 한적한 시골 마을과 산야들을 지나고 03:35. 70.9km지점을 통과하고 다시 어촌과 산길을 달리고 장기면에서 구룡포읍으로 들어서는 04:30. 서서히 먼동이 터고 새벽의 여명이 밝아온다.
04:52. 79.6km 다섯 번째 식음료 보급소에 도착했다. 음료를 보충하고 김밥과 쵸코파이를 먹어보지만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간단히 기념촬영과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미 1.2.3위선수가 피니쉬를 하였다는 소식을 엿듣고는 힘을 내어 다시 자리를 일어섰다.
* 아내의 전화
아내로부터 두 번째 전화가 온다. 울먹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뜬눈으로 밤을 세운 듯 하다. 한밤중에는 배낭에서 휴대폰 꺼내는 것도 힘들다고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더니 혼자서 밤새도록 가슴만 조아린 듯 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안심시키고 일반 울트라 주자들이 말하는 魔의 구간인 80km를 달린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벽을 열고 있었다. 논에서 밭에서 그리고 출항을 위해 어선을, 어구를 챙기고 한다.
* 제 3 체크 포인트
날씨가 흐릿하여 일출이 있을 시간인데 동쪽바다는 멀리 수평선만 보일 뿐 일출은 보이질 않는다. 90km지점. 제3 체크포인터 6:15 통과 앞에 80여명 통과했단다. 마지막 보급소에서 인삼, 꿀 차를 따뜻하게 먹고 여기서 마지막으로 간단히 기념촬영을 하고 물을 보충하여 마지막 남은 10km를 향해서 힘차게 달려나갔다.
* 실망 좌절
평소에 훈련하는 온천천 2바퀴만 돌면 된다는 생각으로 달리는데 속도를 좀 내어서인지 좀 힘이 든다. 한참을 달린 듯 싶은데 저 앞 도로 이정표에는 대보 7km라고 쓰여 있다. 아직 7km나 남았단 말인가! 힘이 빠진다. 제법 많이 달린 듯 싶은데..... 다시 힘이 쭉 빠져서 언덕에서는 걷다가 평지에서는 뛰기를 반복하다보니 먼저 피니쉬를 한 주자들 또는 가족들이 마지막 구간을 동반주 하기 위해 거꾸로 달려오고 있었다.
구룡포읍을 지나고 대보면으로 들어 선지 한참인데 호미곶의 바람개비는 보이지 않고 굽이굽이 해안길만 계속된다. 마지막 2km쯤을 남기고 아내의 3번째 전화가 왔다. 헉헉거리면서 전화를 받으니 아내가 힘들게 달리고 있는 내가 많이 측은한지 울먹이며 힘내라 한다. 아내의 전화에 힘을 얻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달리니 호미곶 광장에서 한창 피니쉬 선수들을 위해 축하잔치를 해주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 환희
저 앞 갈림길에서 그린넷마 진행요원이 "힘내세요 800m 남았습니다."라고 안내를 해준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인사를 하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였다. 100m쯤 앞에 한 선수가 달려가고 있어 따라 잡을까 하다가 이제 와서 추월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고 그냥 내 페이스대로 달려 생상의 손이 펼쳐진 호미곶 광장을 들어선다.
* 성취
드디어 저 앞에 피니쉬 라인이 나를 기다린다. 사회자의 축하소리와 함께 먼저 골인한 선수들과 가족들 그리고 진행요원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온다. 이때 만큼은 나를 위한 박수가 아닌가! 얼굴을 몰라도 좋고 이름을 몰라도 좋다. 다만 함께 달렸고 함께 호흡을 했었던 사람으로서 축하를 보내는 것이다. 양손을 번쩍 들고 피니쉬 하는 순간 먼길을 달려와서일까 주변의 분위기 때문일까 울컥 가슴이 여며오는 것이 느껴진다. 07:35. 공식기록 13:31,40" 전체 완주자 160명중 70위.
이로써 나는 또 새로운 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여 울트라 마라토너가 되었고 또 다른 새로운 도전에 대상을 찾게 되었다. "호미곶 울트라 마라톤" 포항시와 경주시의 7개 읍면과 40여개의 里洞을 걷고 달려서 다시 이곳 호미곶에 우뚝 섯다. 임산부들이 고통을 참으면서 새 생명을 잉태하며 다시는 임신을 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고통을 잊고 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는 것처럼 나 역시도 고통과 인내로 달려온 이 길을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달릴지도 모르겠다.
* 감사
끝으로 달림이 들을 이곳 호미곶에서 달릴수 있도록 대회를 개최해준 그린넷마 울트라 조직위 여러분과 주자들이 마음놓고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하는 동안 주로에서 또는 보급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하며 열심히 진행을 도와준 그린넷마 진행요원들 그리고 도우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7. 결과
이날 부득이한 사유로 참가를 포기한 선수를 제외한 순수 참가자만 185명중 15시간 이내 완주자는 총 160명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1위는 현대자동차 소속의 전성하씨가 9:19,55"로 골인하였고, 여자부에서는 남경하씨가 12:40,50"로 1위에 골인하였다. 그리고 나의 공식 기록은 '12시간 31분 40초'로 전체 160명중 70위를 하였다.
경기가 끝나고 난 지금 몸에 특별한 부상은 없고 장거리 달리기에서 오는 피로함이 좀 가중되었을 뿐이다. 이 피로는 2-3일 지나면 모두 풀려서 평상시처럼 될 것이고 체중변화는 출발 전에는 74kg이었는데 경기를 끝내고 측정하니 73kg으로 1kg정도 감량되었으나 3일이 지난 지금은 다시 74kg으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대회전에 그렇게 걱정하였던 우측종아리의 부상은 이상하게도 오히려 다 낳은 듯 싶다.
7. 후기
포항 호미곶 해맞이 광장! 상생의 손! 그리고 월광 소나타!
서바이벌 울트라 마라톤에서 순위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250리 길을 밤새도록 뛰고 걷고 달려온 선수들 모두가 진정한 울트라 런너가 아닌가 생각된다. 문뜩 유능한 어느 등산가의 명언이 생각난다. 당신은 왜 산에 오르느냐?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오른다고.
이번 "월광소나타100" 울트라 마라톤이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제 생의 반환점을 돌아 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家長으로서 직장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시기에 어떤 난관이라도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크다란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도 많은 마라톤과 3종경기,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계속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는 또 다른 어떤 그 무엇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 울트라 마라톤 첫 도전을 위한 참고사항
- 배낭무게를 철저히 줄여라.
- 신발은 쿠션이 좋은 트레이닝용으로 선택하라
- 점멸등은 안전을 위해 필수이다
- 물은 조금씩 자주 먹어라
- 영양식은 많이 준비하지 마라. 주로에서 주는 식음료로도 충분하다.
- 바세린은 쓰라림과 물집을 예방해주는 필수 장비다.
- 헤드랜턴은 비상용으로 사용하도록 무게가 작은 것을 택하라.
- 언덕에서 오르막은 빠르게 걷고 내리막은 천천히 달려라.
- 전날밤 잠은 10시간 이상 푹 자도록 하라
- 테이핑요법은 흐트러진 근육을 바로잡아 준다.
첫댓글뜻이 통한 것 일까요... 긴 글 이었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또다른 도전이기에 끝까지 가슴 뭉클하게 읽어 내렸습니다. 나태해지고 안이해 질려고 하는 제 자신을 똑바로 세우는 전환점 입니다. 힘들겠지만 도전해볼려고 합니다. 필요한 시점에 알맞은 글을 올려주신 짱님! 정말 짱 이십니다. 힘!
첫댓글 뜻이 통한 것 일까요... 긴 글 이었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또다른 도전이기에 끝까지 가슴 뭉클하게 읽어 내렸습니다. 나태해지고 안이해 질려고 하는 제 자신을 똑바로 세우는 전환점 입니다. 힘들겠지만 도전해볼려고 합니다. 필요한 시점에 알맞은 글을 올려주신 짱님! 정말 짱 이십니다.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