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空 崔 桂 植 - 언론인(수필가)]
미국영화계에서 폭로된 성추행 선언운동이 2018년 1월 26일 전주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내부전산망인 「이프로스」에 2010년 벌어진 성희롱 피해사실을 폭로하면서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때문에 한국판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성추행 성폭력을 상습적으로 한 원로시인과 연출가를 밝혀냈다.
학계에서는 40년전부터 논의된 성희롱 유형은 네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성적욕구에 따른 ‘생물학적 모델’
둘째, 조직 내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조직모델’
셋째, 사회적 분위기가 성희롱을 낳은 ‘사회문화적 모델’
넷째, 개인의 인식과 태도에 따른 ‘개인차 모델’이다.
최근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성희롱 유형은 대부분 ‘조직모델’이다. 이 유형의 잠재적 피해자는 대체로 여성이다. 특히 남성의 직업적 영역에 뛰어드는 여성이 다른 여성보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장본인은 연극계의 대부인 이윤택은 반성의 자리인기자회견장에서 진정성 있는 발언은커녕 거짓으로 일관했기에 공분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2018년 2월 19일 피해자인 김지현씨가 성폭행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말을 듣고 뛰쳐나와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2005년 안마를 하다 성폭행을 당해 임신과 낙태를 한 사실을 폭로했고 지금도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이윤택은 기자회견 리허설도 하면서 불쌍하게 보이냐고 연극계 대부인냥 연기까지 한 것이다. 또한 연극계(뮤지컬 연출가) 윤호진, 연극배우 한명구(서울예대 교수), 소나무 시리즈 사진작가인 배병우 씨도 밝혀졌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에서도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 박근혜 정권때 대변인 윤창중씨도 해외순방에서 성추행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작년 9월에 미순방 파견 공무원 성희롱 사건으로 징계되었다.
종교계도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다. 2011년 11월부터 11개월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수차례 성폭력을 시도했던 한모 신부(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수원교구 주임신부)도 있다. 현재는 성당이 2018년 2월 25일 임시 폐쇠조치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언론계도 현재 파이낸셜 뉴스, YTN에서 성추행 한 간부와 기자들이 자택대기인사 발령을 받고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청주대 교수인 조민기씨도 여제자를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행을 폭로당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영화배우 조재현, 오달수씨도 문제가 되고 있다. 문화계의 원로시인인 고은(참고로 최영미 시인의 ‘괴물’시의 등장인물)씨도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내가 몸담았던 「미디어오늘」에서도 2010년도 기자들이 성추행에 연루되어 즉시 징계와 인사조치하고 퇴사 시킨 사례가 있었다.
2013년 영화감독 김기덕(58)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보았다고 고소한 배우 A씨는 지난해 한 기자회견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4년만에 나타나 고소한게 아니라 고소한번 하는데 4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 범죄로 인식하고 가해자, 피해자 입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선생님과 배우사이의 일로 생각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다짐받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그런 구시대적인 인식이 지금의 엄청난 결과를 빚었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희롱, 추행 등을 겪어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든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을것이라는 사회적 통념도 고발이나 폭로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 Me Too 선언운동의 불씨를 당긴 건 공교롭게도 40~50대 여성들이었다. 특히 검사-시인-국회의원 등 직업이나 지위의 특성상 여성의 직업이 부각되면서 대중적 운동으로 확산 된 것 같다.
적폐중에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미투운동에 앞장선 용기있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출처]최영미 시인의 ‘괴물’시 #미투//작성자 깍둑기
괴물 - 최영미 詩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