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정년퇴임을 맞았습니다.
35년동안 걷던 교직의 길에서 벗어나 인생 후반기, 자유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영어과 정민채선생님과 보건실 문선주선생님도 명예퇴직을 하게 되어 새 길을 걷는 길동무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30년 가까이 나와 함께 동고동락, 우리 육하학원의 역사를 써 오신 공로자들입니다.
김영식이사장님께서 공로패와 황금열쇠를 상으로 주셨고,
청소년연맹에서 훈장 맹호장을 수여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내 '사랑하는 제자들'이 주는 꽃다발과 송별의 말,
한솥밥을 먹으며 어린 제자들에게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함께 가르쳐온 동료교사의 꽃다발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동창회에서도 황금열쇠를 사은의 선물로 주었습니다.
한향심 총동창회장은 1회 졸업생인데, 3학년 때 우리반 반장이었습니다.
소풍 가서 찍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던 소녀가 어느새 중년여성이 되어 지금 나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홍조근조훈장> 아내에게 바칩니다 !!!
퇴임식은 아내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끝을 맺었습니다.
권력과 재물과는 거리가 먼 교직의 길을 걷는 남편이 흔들리지 않게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가 있었기에,
오늘 명예롭게 정년의 의식(儀式)을 웃으며 치를 수 있다고 고마워하며,
대통령께서 수여하신 홍조근조훈장 오늘의 주인공인 아내에게 걸어 줍니다. ****
[ 나의 퇴임사 ]
대학졸업을 몇 달 앞둔 어느 날,
고등학교 때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당신이 근무하고 계시는 인하대학교 사대부고 국어교사로 오라고.
그렇게 교직의 길에 들어섰고, 어언 35년이 흘렀고, 이제 정년퇴직의 자리에 섰습니다.
이사장님. 고맙습니다.
육하학원에서의 29년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제 인생의 황금시대였습니다.
신설학교와 특수지학교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늘의 명문 상일여고로 비약하는 역사에 저도 동참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떠나게 해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여러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덕(德)이 부족한 저를 선배라고, 교장이라고 믿어주시고
저와 함께 교직의 길을 걸어주시고,
따뜻한 우정과 성원을 보내주시고, 마지막 이 자리 제 곁에 서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알게 모르게 선생님들께 지은 잘못,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이며 귀한 사람임을 명심해 주기 당부합니다.
무엇보다 마음가짐 몸가짐을 바르게 가지면서,
여러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해야 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특기도 열심히 살려서,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이제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봄 여름, 화단에 꽃이 피면,
가을, 교정의 은행나무 잎이 노오랗게 물들고 국화꽃이 향기를 뿜어내면 ,
겨울날, 교문 위에 대학합격자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리면,
누구보다 이 학교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던 저를 잠깐만 떠올려 주십시오.
제 인생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고마워하겠습니다.
못난 남편, 무사히 정년퇴직까지 보살펴 준 아내에게 진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 여보, 부족한 남편 뒷바라지하느라고 참 수고 많았어요.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