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야 보이는 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섬이 있다
하늘을 이고 바다의 손을 잡고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파도소리를 베고 잠드는 외로움이 있다
황지연 물줄기와 태백산맥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 남해에 이르자
해양국가의 꿈이 파도 심장을 박동질하였다
동백꽃은 언덕에 앉아 바다를 흠모하고
능소화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섬이 떠나간 마을 포구엔
연신 그리움만 자맥질하고 있었다
물결이 섬을 재워놓고 아침 해를 들어올린다
푸른 밤이 섬 위로 어슷하게 별빛을 토해낸다
남방돌고래가 대양의 소식을 들고 오고
항해에 지친 배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섬 ,
이어도는 어느 날 외로운 바다를 위해
해양과학기지 하나 세워 두었다
파도가 높은 날이면 얼굴을 드러내었다
폭풍이 몰려오면 섬들을 부둥켜 안았다
북위 32 도 , 동경 125 도 , 바다 한가운데
섬들의 애환을 보듬으며
섬들을 위한 섬으로 살아가는 사랑섬
바닷바람에 기침을 쿨럭거리는 저녁
멈춰버린 꿈이 생각나면 섬은
수면 위에 온통 붉은 울음을 쏟아놓았다
아버지의 등짝처럼 의연해 보이지만
눈시울이 그렁그렁한 섬들의 섬 , 이어도
[수상 소감]
이어도는 어쩌면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우연인 듯 시작되지만 필연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어릴 적 끄적였던 글짓기가 무려 40 년이 지나 다시 시작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필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이어도 ’라는 단어는 어감이 좋았습니다 .
그러나 오래 생각해보니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
어쩌면 우리들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멈춰진 꿈들을 안고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들 말입니다 .
글을 쓰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
이어도에 대해 알고 있는 서사나 이미지를 가지고 시를 착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실패하며 한발짝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응모했습니다 .
그러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이어도와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 이것이 이어도문학상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
시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 어떤 시를 써야 하는 것인가 등등 질문을 하며 시쓰기의 걸음마를 하고 있습니다 . 수상결과를 받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
짧은 필력에 과한 수상을 받은 것이 감사하면서도 졸작이 대외적으로 공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
치열하게 읽고 쓰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아마도 부족한 졸작에 동상이라는 영예를 주신 것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늘 애정을 가지고 지도해주시는 스승님과 , 응원해주신 달빛 문학회 동인들께 감사드립니다 .
이어도문학상이 번창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