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회가 또 삐걱이고 있다. 사랍학교법을 이유로 수 차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한나라당이 그 주인공이다. 사립학교법의 개방형 이사제 조항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 여부, 한-미 FTA 협상, 치솟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 등등 국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문제들은 뒷전이고, 지난 2일로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내년 예산안 처리도 계속 지연될 우려가 크다.
사학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못하고 대한민국 국회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립학교법에만 목을 맨(?) 한나라당이 국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사립학교 재단이 중심이 된 개정 사립학교법 결사반대에 한나라당이 이토록 열정적인 이유가 뭘까?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부동산, 예산안 등의 문제가 사립학교법보다 덜 중요한 것인가?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유오성의 "난 한 놈만 팬다"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세상사를 제대로 사리분별할 생각은 않고 오직 분노에 가득 차 한 사람을 폭력으로 짓밟는 '무대포'! 불특정다수는 자신이 그 한 놈에 포함될까봐 모두 두려움에 떨며 대항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을 합리적으로 이끌고 사회 구석구석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할 의지가 없는 집권 야당. 국민적 지지를 잃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대 심리에 편승해 대결만을 조장하는 야당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
'웰컴투 동막골'이라는 영화에서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위기에 처한 동막골을 구하기 위해 역할분담을 하며 하나 되었던 남·북·미 병사들의 웃음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할까?
우리사회를 바르게 세울 다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가며 '사립학교법'에 대해 각계와 치열하게 논의한 뒤에 그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무대포'가 무서워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당당한 대처를 주문한다.
"난 한 놈만 팬다"가 그냥 영화 속 이야기로만 끝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