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는 가자미목 넙칫과의 생선이다. 사람들은 광어(廣魚)라고 흔히 부른다. 넙치라 부르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에서 주로 산다. 가을이면 남녘의 따뜻한 바다로 이동을 하여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북쪽 바다로 와 산란을 한다. 따라서 겨울이면 귀하고 봄이면 흔하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넙치를 맛있다 여겨 ‘가을 광어’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부터 귀해지니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넙치가 많이 잡히는 철은 5~6월이다.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때의 넙치가 ‘가을 광어’보다 맛이 덜하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깔끔한 흰 살 생선의 대명사인 넙치의 맛은 봄이든 가을이든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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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파제의 끝에서 본 마량포구이다. 30여 척의 배가 각망 조업으로 넙치를 잡는다. 2 자연산 넙치이다. 평평한 몸 모양새와는 달리 이빨이 날카롭고 지느러미도 억세어 보인다. 3 배에서 넙치를 내리고 있다. 배 수조에 넙치가 가득했다. 차로 몇 번씩 날랐다. |
귀하디 귀했던 넙치회
넙치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널리 즐기는 회이다. 잡내 없이 깨끗한 맛을 내며 고소하고 감칠맛도 깊다. 우리나라에서 생선회가 일상화된 것은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의 음식습관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일본인들은 넙치회를 특히 즐기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이 회를 선호하는 것도 일본의 입맛이 침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넙치회는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겨울이면 남해나 제주 앞바다에서나 겨우 나오므로 생선회 중에 가장 비싼 회에 들었다. 서울의 고급 일식집에서도 넙치를 구하지 못해 가물치를 회로 떠 넙치회라고 속여 팔기도 하였다. 1980년대 말부터 제주와 남해에서 넙치 양식 붐이 일면서 사정이 점점 달라지다가 1990년대 말에 들어서는 넙치 생산량이 급증을 하여 값싼 대중 생선회가 되었다. 양식 넙치는 이제 공급량이 넘쳐 가끔 가격폭락 사태를 겪기도 한다. 또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양식 넙치보다 자연산 넙치를 찾아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마량포구 앞바다로 몰려드는 넙치들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의 어민들은 20여 년 전부터 자연산 넙치를 잡고 있다. 마량포구 앞바다는 갯벌이 잘 발달해 있다. 봄이 되면 넙치들이 산란을 위해 갯벌의 연안으로 몰려들고, 이때를 맞추어 넙치를 잡고 있는 것이다. 넙치는 각망이라는 그물로 잡는다. 가운데에 통그물이 있고 그 통그물에 물고기를 유도하는 길그물과 물고기를 포획하는 좌망이 30~50미터 늘어져 있는 구조이다. 좌망과 통그물의 평면 모양이 삼각형이라 삼각망이라고도 한다. 넙치를 잡는 바다는 마량포구 바로 앞이다. 배를 몰고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이내에 이 각망을 설치한다. 물고기를 거두고 난 다음에 그물은 그 자리에 다시 내린다. 마량포구 앞바다에서는 이르면 4월 말부터 넙치가 나오며 6월 말까지 쉼없이 잡힌다. 최절정기는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이다.
자연산의 그 깨끗한 맛
2000년대 중반 이후 마량포구 앞바다에서 넙치가 엄청 잡히고 있다. 30여 척의 각망 조업 어선들마다 만선을 이루고, 어항에는 넙치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넙치 풍어는 마량포구만의 일이 아니다. 서해안에서 넙치 치어 방류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인 결과, 서해안 전역에서 넙치가 올라오고 있다. 마량포구 어선들은 넙치를 전문적으로 잡기 위해 각망을 사용하므로 서해의 다른 지역에 비해 넙치 생산량이 특히 많은 것이다. 넙치가 이렇게 많이 잡히니 또 고민이다. 자연산 넙치는 양식 넙치와 달리 수족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여 횟집 수요가 적고, 따라서 현지에서 이를 소비하여야 하는데 수요가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연산 광어 축제”이다. 매년 5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6월 초까지 열린다. 산지 직거래로 자연산 넙치를 싸게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축제 기간이 지나도 6월 말까지 넙치 조업은 계속한다.
넙치는 양식이 더 맛있다는 말이 번져 있다. 기름져 고소하며 육질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고단백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운동량이 적으니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자연산 넙치는 육질이 단단하고 지방 함량이 적어 깨끗한 맛은 있어도 고소한 맛은 떨어진다. 또 흰 살 생선의 들척한 맛이 은근하게 입안에서 배는 것이 특징이다. 양식 넙치가 입에 착 달라붙기는 하지만, 넙치의 본디 맛은 자연산에 있을 것이다.
이전 이미지 자연산 넙치의 배는 하얗다
어부에게 넙치를 들어 보여달라고 하자 배 바닥을 앞으로 해 보여주었다. 자연산 넙치임을 확인하는 방법은 배 바닥이 하얗다는 것인데,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양식은 배 바닥에 얼룩이 있다. 최근에 양식 넙치도 배 바닥을 하얗게 만드는 기술이 생겼다. 또 자연산도 얼룩이 진 것이 있는데, 양식장에서 탈출한 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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