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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8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08금]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성급한 주장이다
전국 시ㆍ도지사협의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하자는 주장이다. 명분은 "현재 교육자치가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전국 곳곳에서 시ㆍ도지사와 교육감이 다른 정책이나 노선으로 교육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로 교육현장이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첫 선출직 교육감들이 겨우 임기 100일을 넘긴 상태에서 이런 주장은 성급하다. 명분 또한 설득력이 없다.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은 과거 교육감 임명, 또는 간선제 때 똑같이 반복됐던 지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교육수요자가 직접 선출하는 안이 나왔던 것이다. 속내는 서로 다른 정책과 노선으로 인한 불편함일 텐데, 이는 민주주의체제에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그런 논리라면 지방정부와 의회 간의 정당 별 구성 차이로 인한 갈등은 어찌해야 하는가. 옹색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물론 지난 교육감 선거에선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방선거 동시실시에 따라 높아진 투표율로 형식상의 대표성 논란은 불식됐지만, 인지도와 관심이 떨어져 실질적 대표성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고비용 선거, 정치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됐던 이 정도 부작용을 핑계 삼아 이제 갓 출범한 첫 민선교육감 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단체장들의 정치적, 행정적 이기주의와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대안으로 내놓은 직접 임명이나 러닝메이트 방안은 논의의 내용을 과거로 회귀시킬 뿐이다. 이 경우 직접선거의 명분이었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선 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첫 민선교육감 취임 이후 여러 교육정책 논란으로 많은 국민이 교육감 직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추후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난번과 비교도 안 되게 높아질 것이다. 다른 부수적 문제들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면 된다. 겨우 첫 삽을 뜬 새 제도의 폐지를 벌써부터 입에 올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008금] 비무장지대를 ‘제2의 4대강’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4대강에 이어 이제는 비무장지대(DMZ)까지 헤집어놓을 셈인가. 행정안전부가 마련했다는 ‘남북교류 접경권 발전 종합계획’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민간투자까지 합해 총 21조원이나 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다 산업단지나 도로 건설 등 개발사업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50년 이상 보전돼온 지역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파헤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당장 이 계획을 중단하기 바란다.
개발 위주로 돼 있는 정부의 이 계획은 접근 방식부터가 틀렸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한국전 휴전 이후 반세기 넘게 사람의 발길이 사실상 끊김으로써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주 특수하다. 앞으로 이 지역을 어떻게 보존하고 개발할 것인지는 정부와 국민들뿐 아니라 지구촌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다. 통일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 계획이 비무장지대 자체를 본격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상 마찬가지다.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구상이 확정되기도 전에 접경지역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면 일의 앞뒤가 바뀌어 나중에 더 큰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이 계획의 세부내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전체 투자액의 절반 정도인 10조8000억원이 첨단부품단지와 신재생에너지단지 등 사실상 산업단지 개발에 쏟아붓는 것으로 돼 있다. 자동차·자전거 길을 만들고 트레킹 코스를 닦는 데도 4조7000억원이 사용된다. 생태단지 조성 관련 투자액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건설업자와 인근 주민들의 이익을 보장해주자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접경권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만들어 이달 초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4대강 사업처럼 접경지역 개발도 강행할 것이다. 국민 다수가 아무리 반대해도 눈감고 귀막은 채 밀어붙이는 게 이명박 정부다. 민주당 등 야당은 우선 특별법 통과부터 막아야 한다. 그런 다음 범국민 대책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접경지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종합적이고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환경·생태 자산인 비무장지대를 ‘토건정권’이 마구잡이로 파헤치게 놔둬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20101008금] 교육감 직선제 代案을 찾을 때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선출 방식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재의 교육자치는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이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고만고만한 '무명씨(無名氏)'들이 난립해 벌인 도토리 키재기 식 선거였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누가 누구인지 몰라 선거 기호가 1번 또는 2번인 후보자를 찍어 '로또 선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선거 기간 중 전교조와 진보 성향 학부모단체·시민단체들은 진보세력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나섰고, 이에 맞서 일부 보수 단체들도 단일화 운동을 벌여 교육감 선거가 정치판으로 변했다.
인지도가 낮은 교육감 후보들이 홍보에 돈을 쏟아붓는 바람에 후보 1인당 평균 4억6000만원씩 자기 돈을 쓰거나 빚을 졌다는 통계도 있다. 빚을 내 당선된 교육감들은 돈을 빌려주거나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들에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자기 돈을 몇억원씩 쏟아붓고 당선된 교육감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입찰이나 인사 비리 등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교육감과 시·도지사를 따로 뽑다 보니 서로 성향이 다른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무상교육이나 특목고 같은 교육정책을 두고 마찰을 빚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현재와 같은 교육감 직선제는 바꿔야 마땅하다. 교육계에선 교육감을 시·도지사가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방안,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게 하는 방안, 지방의회에서 선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직선제를 유지하되 정당 공천을 받게 해 공천 과정에서 후보를 검증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안들은 모두 정당 관여를 전제로 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어긋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직선제는 정당이 공식적으로 관여하든 안 하든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50개 주(州) 가운데 36곳은 주교육위원회나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고 14곳은 선거로 뽑는다. 일본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교육위원들이 교육위원 중에서 교육감을 뽑고, 영국과 독일은 지자체장이 임명한다. 우리 풍토에 가장 적합한 교육감 선출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선 10~20년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1008금] 노벨화학상 받는 日… 이공계 외면하는 한국
18번째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한 그제 일본열도는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였다. 일본 화학자 2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소식이 알려지자 방송의 뉴스 진행자가 환호성을 외쳤고, 신문은 호외를 발행했다. 정치적, 경제적 침체에 빠진 일본 국민에겐 모처럼의 희소식이었다. 일본이 수상소식에 들뜬 또 다른 이유는 노벨 문학상과 평화상 수상자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5명이 물리학, 화학, 의학 등 자연과학분야 수상자라는 점이다. 이 숫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에 이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기초과학 분야의 탄탄한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이웃 일본의 흥분을 접하면서 부러움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같은 날 국회 교육과학기술부 국감에서 공개된 우리 이공계의 암울한 현주소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전국 이공계 대학생 5만 6000여명이 자퇴를 하거나, 비이공계로 옮겼다. ‘이공계 엑소더스’라고 할 만하다. 또 40개 중앙행정기관의 장·차관 68명 중 이공계 출신은 교과부 2차관과 소방방재청장 등 단 2명에 불과하다는 놀랄 만한 이공계 공무원 홀대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실정이니 학생들이 이공계 공부를 계속 하겠는가.
과학기술은 한 나라를 먹여 살릴 미래의 먹거리다. 삼성전자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윤종용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 같은 이는 “기술이 없으면 산업도 없고 경제와 사회발전도 요원하다.”라고 단언한다. 사실 ‘한강의 기적’은 역대 정권이 실행한 과학기술 우대정책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과학전담부서가 없어지고 나서 과학기술분야는 방향타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무산위기에 놓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나 나로호 발사 실패가 대표적이다. 원자력 등 미래 핵심 과학기술분야의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데도 학생들이 등을 돌리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이공계 진학자와 졸업자를 늘리려면 장학금을 크게 늘리거나, 등록금을 깎아주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또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08금] IMF의 확장적 통화정책 권고가 시사하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6일 내놓은'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들에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권고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취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주문이다. IMF의 권고는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그들의 통화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IMF가 이 같은 통화정책을 요구한 것은 선진국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0.6%포인트 낮은 2.3%로 떨어지고 유럽도 1.7%의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로 인해 중국 등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4.2%로 당초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떨어진다는 것이다. IMF는 이에따라 재정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들은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건전화 조치를 늦추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주요 선진국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푼 돈은 4조달러에 달해 이미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환율전쟁이 가열되면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은 2조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정책까지 준비중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지난 9월 소비자 물가가 3.6% 올랐고 생활 물가는 2년 만의 최고치인 4.1%나 뛰는등 물가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흐름만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조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역행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기준 금리 인상은 이미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 가치를 더 밀어올릴 소지도 크다. 통화정책 운용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대내외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조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지혜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졌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1008금] 배추 중간폭리 막게 도매인지정제 폐지하라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야 채소값 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야단이다. 지난 1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중국산 배추와 무를 각각 100t, 50t씩 무관세로 긴급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어제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채소류 가격 안정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채소류 작황과 가격 동향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내일은 총리공관에서 여당 수뇌부와 청와대 참모진, 관계장관 등이 모인 `확대 당ㆍ정ㆍ청 회의`를 열어 채소값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배추 파동으로 국민이 고통을 당한 다음에야 허겁지겁 단기 대책에 나서는 자세도 그렇거니와 구조적인 문제점 시정은 손도 대지 못한 땜질식 처방이 허술해 보인다.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허점을 해결하지 않는 단발성 대책으로는 향후 연례화될 수 있는 채소류 파동을 차단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산지에서 포기당 1500원 하는 배추가 산지 수집인과 도매상, 소매상 등을 거치면서 값이 10배로 터무니없이 뛰는 근본 원인은 유통상들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은 농가가 받는 평균값은 55%고 유통마진이 45%나 된다는 한 조사 결과는 유통구조의 개혁 없이는 가격 안정이 불가능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책당국의 농산물 대책은 유통구조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현행 `농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도매시장법인(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의 지정제를 등록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도매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야 부당한 폭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도매인들이 출하자 보호를 명분으로 반대하고 있으나 공정거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간 유통업자들의 비용과 적정 마진이 얼마인지를 체계적으로 측정해야 하며, 일본처럼 `유통백서`를 만들어 유통구조의 현황과 개선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ㆍ관리할 필요가 있다.
국내 유통 정책에 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부처 간 기능이 분산ㆍ중복돼 있는 현실을 개선해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특히 청와대와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홍찬식 칼럼/홍찬식(수석 논설위원)-20101008금] 베네치아와 서울
최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다녀왔다. 15년 전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것은 그 사이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어난 점이었다. 베네치아의 중심 거리인 리알토 다리와 산마르코 광장을 잇는 길은 인파로 가득 차 행인들은 떠밀리다시피 움직이고 있었다. 베네치아의 명물인 곤돌라 역시 일부 구간에서 앞의 배 때문에 정체되는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그래도 관광객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관광 명소로 알려진 곳마다 1인당 3유로(약 4500원)부터 10유로(약 1만5000원) 넘게까지 꼬박꼬박 입장료를 받고 있었지만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 모처럼 찾아온 ‘관광 한국’ 好機
‘물의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 구(舊)도시의 인구는 6만 명으로 서울로 치면 동(洞) 규모에 불과하다. 이 작은 곳에 이탈리아 국내외에서 하루 5만 명, 1년이면 1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베네치아 주민들은 대부분 관광과 관련된 직업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고 부동산 값도 급등해 99m²(약 30평) 정도의 아파트 값이 100만 유로(약 15억 원)에 이른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을 잘 둔 덕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번다”고 부러움 반, 비아냥 반으로 말했지만 베네치아의 사례는 현대 관광산업의 괴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베네치아 이외에 로마, 피렌체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이탈리아는 지난해 432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402억 달러(약 45조 원)의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렸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세계 31위 수준으로 이탈리아와 비교대상이 아니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사상 처음으로 외래 방문객 600만 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세계 관광객 수가 2008년보다 4.3%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13.4% 증가한 781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인 850만 명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망이다. 올해 목표가 이뤄진다면 외국인 방문객이 5년 사이에 4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도보다 28.4%, 중국인 관광객이 14.9% 증가한 덕분이었다.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을 찾았고 중국의 고소득층이 해외 관광에 시동을 건 것에 힘입은 바 컸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가 별 노력 없이 얻은 결과다.
* 문화, 역사성, 꿈과 환상이 있어야
베네치아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싼 호텔비와 비행기 삯을 기꺼이 지불하고 찾아가도록 만드는 요소는 ‘문화, 역사, 환상’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베네치아는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을 곳곳에 보유하고 있으며 베니스비엔날레, 베니스 영화제, 가면축제 같은 최고 수준의 문화행사들이 펼쳐진다.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1000년이 넘은 역사 유적이고 수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다. ‘바다 위에 세워진 도시’이자 한때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던 남다른 특징은 관광객에게 가슴 설레는 환상과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이 관광산업의 호조를 이어가려면 베네치아가 지닌 강점들을 서둘러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적 측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품목으로 한류가 있긴 하지만 언제라도 소멸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역사성에서도 서울은 600년 도시임에도 내세울 만한 명소가 부족하다.
어제 폐막한 서울시 주최 디자인한마당 행사에서 건축가 김석철 씨는 ‘서울의 꿈’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서울의 문화와 역사성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1993년에 청계천 복원,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조성 아이디어를 냈던 사람이다. 그는 이번 ‘서울의 꿈’에서 서울 동대문 성곽 주변의 노후주택 지역에 ‘한옥(韓屋) 뉴타운’을 건설하고,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대법원을 거쳐 국립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파리의 샹젤리제 같은 대표적 문화 거리로 꾸미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의 국경절 휴가시즌(10월 1∼7일)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대거 몰려든 것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의 관광산업은 ‘신흥 부국(富國)’ 중국과 일본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면 새로운 국익을 창출할 여지가 많다. 여행객으로부터 달러를 그대로 받아 쥐는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은 어느 산업보다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국제관광객 수가 2010년 10억 명에서 2020년 16억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성장산업이라고 할 만하다.
관광은 꿈과 환상을 판다. 세계인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설득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서울을 스스로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김석철 씨의 제안 같은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고 이를 현실화하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해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처럼의 호기를 허무하게 놓쳐 버릴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1008금] 콩글리시
영어 문제 한번 풀어봅시다. ①Fried Enema ②The Jew’s Ear Juice ③ The palace explodes the shrimp ball. 무슨 뜻인지 감이 좀 잡히시는지? enema가 관장(灌腸), Jew는 유대인이란 힌트를 들어도 아마 알쏭달쏭할 게다. 정답은 ①소시지 튀김 ②버섯 음료 ③매콤한 새우 요리. 실제로 중국 식당 메뉴에 버젓이 올라 있는 기상천외한 ‘칭글리시’(중국식 영어) 표현들이다. 올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소탕 작전까지 펼쳤지만 여전히 인터넷엔 ‘튀긴 관장’처럼 포복절도할 칭글리시가 그득하다.
하긴 우리가 남 얘기할 처지는 아니다. ‘knife-cut noodles(칼국수)’ ‘six times(육회·肉膾)’ 등등 칭글리시 뺨치는 ‘콩글리시’ 표현이 셀 수 없다. bibimbap(비빔밥)·bulgogi(불고기) 식으로 영문 표기를 통일하자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몇 달 전 농림수산식품부가 턱 하니 막걸리를 ‘Drunken Rice(술 취한 쌀)’라 부르자고 나선 걸 보면 말이다. “외국인이 알기 쉽게”가 선정 이유라는데 정작 소식을 접한 주한 외국인들은 “술이 아니라 이상한 쌀이 연상된다”며 기막혀 했단 후문이다.
이백여 년 전 원어민 앞에서 어설프게 문자 쓰다 망신살 뻗친 연암 박지원 얘길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중국 저잣거리 곳곳에 ‘기상새설(欺霜賽雪)’이란 간판이 걸린 걸 보고 주인장의 심지가 밝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지레 넘겨짚은 연암. 글씨 자랑도 할 겸 한 전당포 가게에서 그 네 글자를 선물로 써주자 주인 태도가 싸늘하게 변했단다. 원래 기상새설은 면발이 서릿발처럼 가늘고 눈보다 희다는 뜻. 국숫집 간판을 전당포에 잘못 써줬다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거다.(박지원, 『열하일기』)
콩글리시는 비단 음식 메뉴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는 ‘한국 방문의 해’. 그런데 주관 위원회는 물론 올해 대표 축제로 선정된 부산세계불꽃축제(21~23일) 홈페이지에도 틀린 영어 표현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다간 불러모은 손님들 앞에서 이미지만 구길 판이다. 중국처럼 ‘콩글리시와의 전쟁’이라도 한바탕 벌여야 할지 모르겠다. 한글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주제에 영어까지 엉망진창이라니 세종대왕 뵐 낯이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008금] 단풍의 계절
하늘에서 불이 내려온다. 저 멀리 북쪽에서 꽃불이 내려온다. 지난 봄 진달래, 철쭉이 산자락을 태우며 오르다가 마침내 하늘로 올라간 자리, 그곳에 다시 꽃들이 내려와 발갛게 타오른다. 산꼭대기에서 타오르는 저 단풍은 아마도 봄꽃의 환생이다. 그렇지 않고는 빛깔이 저리도 고울 리 없다. 남으로 내려오는 단풍은 아마도 별처럼 야행성(夜行性)이다. 그렇지 않고는 밤마다 살금살금 움직일 리 없다. 단풍은 밤마다 계곡에 안개를 풀어놓고 몰래 몸을 씻는다. 그러다가 날이 새면 어쩔 줄 몰라 낯을 붉힌다. 아침 햇살에 화르르 타오르는 단풍잎은 마치 속살을 들켜버린 여인의 얼굴과도 같다.
단풍이 붉은 것은 여심(女心)을 품었기 때문이리라. 안도현 시인의 ‘가을의 전설’이라는 시에서는 아예 단풍나무가 되어버린 여인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은 저수지의 빈 배를 보고 빌려서 단풍놀이나 즐길까 싶어서 주인 집을 물어물어 찾아간다. “주인은 낮술에 취해 허리띠 풀어놓고/ 마루 위에 붉은 고추 멍석으로 누워 잠들었고/ 주인 아낙께서 고추를 매만지다 하시는 말씀/ “대낮에 일도 없이 뭔 배를 탈라고 한다요?”/ 그 말씀 한마디에 화들짝 놀란 내 아내는/ 뒷걸음치다가 저만치서 막 불이 붙어서/ 그만 단풍나무 한 그루로 타올랐습니다.” 아저씨는 허리띠를 푼 채 자고, 아낙은 그 옆에서 고추를 매만진다. “대낮에 부부가 뭔 배를 탈라고 하느냐”는 아낙의 타박에 왜 그리 화들짝 놀랐을까. 시인은 능청스럽지만 시인의 아내는 부끄럽기만 하다. 독자들의 가슴에도 한 가닥 부끄러운 정념(情念)이 단풍처럼 타오른다. ‘단풍나무 한 그루’라는 안도현의 또 다른 시다.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 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사랑이란, 그리움이란 이렇다. 오도 가도 못하고, 나무처럼 저 홀로 온 몸을 벌겋게 물들인다. 찬비를 맞아도 정념의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너하고 나 사이를 물들이는 단풍은 참으로 속수무책이다.
오늘은 한로(寒露), 제비가 떠난다는 날이다. 제비가 오면 기러기가 가고, 기러기가 오면 제비가 간다는 속담이 있다. 기러기를 따라 단풍이 무리지어 내려오고 있다. 설악산 소청봉은 이미 붉게 물들었다는 소식이다. 찬 이슬에도 식지 않는 불길이 다가오고 있다. 운명처럼.
[서울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채수종(사회부장)-20101008금] 반칙에 길들여진 사회
반칙이 넘친다.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뒷돈 주고 입학하고, 고액과외로 성적 올리고, 군(軍)에 가서는 '꽃 보직'을 맡았다가 직장은 불법취업으로 얻는다.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줄이고 공돈은 뇌물이라도 사양하지 않는다.
학교와 군, 취업과 재산형성에 이르는 생애 전과정에서 반칙이 큰 거부감 없이 일상화돼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남들보다 앞서고 이겨야 한다는 승리지상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 입학·취업등 불공평한 세상
아이들은 일찌감치 반칙의 위력을 배운다. 많은 학부모들이 공짜로 갈 수 있는 공립학교보다 수업료를 연간 수백만원이나 내야 하는 사립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다. 좀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부모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반칙을 쓰면 안 된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욕심을 이용해 학생당 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아이들을 정원 외로 입학시키는 '입학장사'를 하다 적발됐다. 이런 반칙을 쓴 학교가 이 학교만은 아닐 것이다. 소문에는 입학조건으로 스쿨버스 한대 값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부터는 반칙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좋은 학군으로 위장 전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액과외도 빠뜨릴 수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학고나 외고에 다니는 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사교육 없이 특목고에 입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사교육비와 성적이 비례한다는 말이다. 200만원짜리 방학 한달 특강, 20만원짜리 연휴특강 등 고액과외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군대에도 반칙이 횡행한다. 가수 MC몽은 군에 가지 않기 위해 생니를 뽑았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반칙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병역면제 과정이 석연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군대 '꽃 보직'에 유난히 장군의 아들이 많은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결과라고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취업에도 반칙이 난무한다. 대졸자 절반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취업을 한 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비정규직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위공직자의 자녀들은 쉽게 공무원이 됐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채용 문제는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광역 및 기초단체 등 지방정부 공무원 불법 특채로 확산되고 있다.
서민들은 다락같이 값이 오른 배추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5시간이나 줄을 선다. 그래서 손에 쥔 배추 3포기를 들고 로또라도 당첨된 것처럼 환호한다. 돈으로 따지면 1만원 남짓 이익을 본 것이다.
하지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는 빌라를 매입한 뒤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간단하게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사건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짜리 대형 승용차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지 않아야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한 세상과 마주한다. 어떤 아이는 주위의 축복 속에 첫울음을 울고 어떤 아이는 주위의 울음 속에 힘들게 세상으로 나온다. 어떤 아이는 1㎏밖에 안 되는 몸으로, 다른 아이는 4㎏이 넘는 상태에서 첫 출발을 한다. 남들과 달리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또는 넘치는 아이도 있다.
요즘에는 '부모가 반팔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의 학교성적이 결정되고 이는 학력과 직장의 격차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반칙의 유혹을 받을 때가 많다. 반칙은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떨치기 어려운 마약과 같다. 더욱이 반칙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반칙을 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칙은 또 다른 반칙을 낳고 결국에는 사회기반을 무너뜨린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