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로 인한 기독교신자의 불신앙 행위에 대한
기독교상담적 이해
전요섭 교수(성결대학교 기독교상담학)
국문초록
본 연구는 노인성 치매로 인한 기독교신자의 불신앙 행위의 기독교상담적 이해를 다룬 것이다. 이 논문에서 다룬 것은 노인성 치매의 정의와 개념 이해, 노인성 치매에 의한 인지 및 심리적 변화, 치매환자 가족의 심리적-영적 문제, 노인성 치매에 의한 불신앙 행위가 증상인지, 죄인지를 다루었다. 또한 노인성 치매에 대한 기독교상담 방법을 다루었다. 치매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질병상황임을 고려할 때 비인격적이고, 비신앙적인 언행들이 나타날 때 그 가족들은 이를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장애로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 노인성 치매에 의한 기독교신자의 불신앙 행위는 인지왜곡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사람의 불신앙 행위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루었다. 치매노인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밝혔다. 기독교신자는 well being과 well dying 사이에 well aging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 건강하게 늙는 것, 품위있게 고상하게 늙는 노화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 부모의 치매일 경우에 인지기능이 매우 떨어져 인지왜곡 및 실인증 등이 나타난다 할지라도 부모됨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부모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효도해야 한다.
I. 여는 글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급격하게 ‘고령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1)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 특히 고령화는 노인성 치매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발병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높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치매 발병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에 이르고 있다.2) 게다가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기 때문에 여성의 치매 발병률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 치매는 퇴행성질환으로서 뇌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파괴되어 지능, 학습, 언어 등 인지기능이 손상된 것이다. 이는 심장질환,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인으로 되어 있다. 현재까지 치매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이것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아니므로 위생에 주의한다고 하여 이 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현대인은 누구나 이 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치매에 노출되었을 때, 곧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자가 되어 장기간 생존하면서 가족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매를 개인, 가정,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치매 대란’ 또는 ‘고령화의 재앙’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매에 대한 연구는 정신의학, 신경학, 신경언어학, 신경생리학, 인지심리학 등에서 주로 다루고 있으며, 치매를 진단, 평가 및 예측, 예방, 증상의 완화, 지연, 치료, 회복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애석하게도 기독교상담학에서는 이런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신학적으로 답하기 모호한 주제나 다른 전문분야와 관련된 연구는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다.4) 기독교신자라 하여 노인성 치매로부터 면책특권을 갖는 것이 아니며,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영적 문제를 야기하므로 기독교상담학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와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기독교상담학에서 치매에 대한 선행연구는 미미한 실정인데, 그 이유는 정신의학이라는 전문분야에 대한 제한적 이해 때문일 수 있다. 기독교상담학이 치매와 관련된 해부학적, 신경학적, 인지기능적 연구를 한다는 것은 곤란해도 그로 인한 가족기능, 가족갈등, 치매 당사자 및 그 부양자에 대한 신앙과 상담 또 불신앙 행위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다루어야 한다. 노인성 치매의 특징인 인지기능의 붕괴로 인해 치매환자는 헛소리, 욕설이나 외설적 표현을 비롯하여 다양한 금기적 발언, 신앙대상에 대한 부정 및 모독 등의 불신앙 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독교상담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분명한 성경적, 신학적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노인성 치매에 대한 개념 이해를 기초로 그 증상과 유형, 치매환자 가족의 심리적, 영적 문제, 치매로 인한 불신앙 행위가 증상인지 죄인지를 다루며 이에 대한 논의를 기독교상담학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하는데 목적이 있다.
II. 펴는 글
1. 노인성 치매의 개념 이해
노인은 유기체의 세포와 조직 전체가 점진적으로 쇠퇴 및 노화된 사람을 의미한다.5) 따라서 노인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질병을 갖게 되는데, 노인성 질환 가운데 치매는 한 개인을 삶과 인격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질병이 아닐 수 없다.
1) 정의와 개념
노인성 치매를 나타내는 영어단어 senile dementia에서 senile은 라틴어 senilis에서 비롯되었고 그 뜻은 ‘노인’이라는 말이다.6) dementia는 ‘치매’를 뜻하는데 이는 라틴어 dementatus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제거된’ 또는 ‘정상적인 마음에서 이탈된(out of mind)’ 상태를 의미한다. 라틴어에서 ‘de’가 접두어로 사용될 때는 ‘없다’ ‘제거하다’ ‘나가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ment’는 정신(mental)을 의미한다. 한자에서 치매(癡呆)는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呆)로 사용하는데 이는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니라 현상적으로 바보처럼 어리석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010, 1992)에서는 치매를 뇌의 만성 또는 진행성 질환에 의해 발생된 증후군으로서 이로 인해 기억력, 사고력, 집중력, 지남력7), 이해력, 계산력, 학습능력, 언어능력 및 판단력을 포함한 대뇌피질기능에 다발성(multi-infarct)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며 최소한 6개월 이상 장애가 지속될 경우 치매로 판정한다. 치매는 뇌의 기능적 문제로 인해 지적 황폐화뿐만 아니라 이상행동 및 성격변화와 정서적 기능상실이 발생하여 삶의 질이 극도로 낮아지게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뇌의 작용인데 뇌기능의 상실로 인해 신체는 인간이지만 삶은 인간답지 않은 비참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신체적 질병은 정서적 질병을 일으키고, 그것은 때때로 영적 질병도 일으킨다고 맥너트(Francis S. MacNutt)가 분석하였듯이 치매는 신체적, 정서적, 그리고 영적 질병의 복합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8)
2) 치매의 유형
노인성 치매는 세간에 이른바 ‘노망’(老妄)이라 부르기도 하면서 노화의 필연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왔다. 이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그 유형도 다양하다.9)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SM-IV-TR)에 의한 치매유형은 알츠하이머형(dementia of Alzheimer's type)치매, 뇌혈관성(cerebrovascular)치매, 크로이츠펠트-야콥(Creuzfeldt-Jakob's)치매,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disease)치매, 두부 외상(head trauma)에 의한 치매, 파킨슨(Parkinson's)치매, 헌팅톤(Huntington's)치매, 픽(Pick's)치매 등 크게 10여 가지로 분류된다.10) 그밖에도 초로성 치매, 초로성 정신병, 원발성 퇴행성 치매, 노인성 우울형 또는 편집형 치매, 노인성 정신병 등으로 나누고 있다.11) 한국의 경우 알츠하이머형과 뇌혈관성 치매가 전체 치매환자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12)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1960년 독일 의사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에 의해 명명된 퇴행성 치매를 일컫는 용어이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약 20-25% 정도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부분은 치료하기가 용이하지 않다.13) 치료가 불가능한 치매를 비가역적 상태라고 표현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퇴행성 증상으로 서서히 발생되며 뇌세포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파괴되어 회복은 어렵게 된다.14) 연령증가에 따라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이는 성경의 기록과 같이 “겉사람이 낡아지는”(고후 4:16) 결과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서 낡아진다는 것은 διαφθειρω 로 그 의미는 뇌, 근육, 장기, 뼈, 신경세포 등을 오래 사용하여 쇠약해지고, 파괴되며, 붕괴된다는 의미이다.15) 그러므로 인간은 연령이 더해갈수록 신체적으로 더욱 건강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노화가 질병은 아니지만, 질병을 야기하며 이로 인해 인간은 연약해지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소천맹(小川猛)의 조사에 따르면 재택 노인의 83.8%가 1인 평균 2.9가지 복합적 질환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질환은 응급을 요한다기보다는 대개 만성질환이라고 분석했다.16)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발병 5년 이내 80%가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7) 치매는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지만, 현재는 치매 발병 이후 10년 이상 삶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의학 발달로 인해 15-20년 이상 생명 유지가 가능하게 되었다.18) 뇌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의 여러 부위에 뇌경색 발생으로 인지기능의 손상이 생겨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치매는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뇌혈관성 치매에도 그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증상은 급작스럽게 발생되고, 급속히 악화되고, 신체화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뇌혈관성 치매를 합하여 ‘노인성 치매’로 사용하고자 하며, 의학에서도 근래 이 둘을 합쳐 ‘알츠하이머형 노인성 치매’(Senile Dementia of Alzheimer Type, SDAT)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 두 가지만 노인성 치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둘은 전체 치매의 80-90%를 차지하는 치매이다.19) 궁극적으로 모든 치매를 앓는 노인은 유형이 어떻든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치매가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40-50대 중장년층에서도 조발성 치매(presenile dementia)가 급증하고 있는데, 한 종합병원이 최근 5년 간 내원한 치매환자 2,500명 가운데 40-50대 환자가 10%나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20) 마이어(Paul D. Meier) 등은 18세 이하의 나이에서도 치매를 발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21) 치매는 특정인에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