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황택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어떤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고 놀고 있었습니다.
수레가 가까이 가도 이 아이는 길을 비켜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얘야,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좀 비켜 주겠니?”
그런데도 아이는 쭈그리고 앉아서 하던 놀이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
아이의 말에 공자는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수레를 돌려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황텍, 나이는 8세라고 했습니다.
이에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보아도 되겠느냐며 바둑을 좋아하는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황텍은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하니 먹을 것이 풍요롭게 않게 되거늘 어찌 바둑을 좋아하겠습니까?”
아이의 대답에 놀란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느냐고 하고는 질문을 했습니다.
“자식을 못 낳는 아비는 누구냐?”라고 물으니 아이는 “허수아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연기가 나지 않는 불은 무엇이냐?”라고 묻자 “반딧불입니다.”
그러면 “고기가 없는 물은 무엇이냐?”라고 묻자 “눈물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놀란 공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가 벌떡 일어서며 “제가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공자가 그렇게 하라고 이르자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몹시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속이 꽉 차서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을 하자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속이 텅 빈 대나무는 어째서 겨울에도 푸릅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런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 보아라”라고 하자 “하늘에 별이 몇개입니까?”
“그건 너무 크구나.” “그럼 땅 위에 사람은 모두 몇 명입니까?” “그것도 너무 크구나.”
“그럼 눈 위의 눈썹은 모두 몇 개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공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고서 아이를 잘 가르쳐서 제자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아이가 머리는 좋으나 덕(德)이 부족해서 궁극(窮極)에 이르지는 못 할 것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수레에 다시 올라 가던 길을 계속 가버렸다고 합니다.
그 후로 황택의 이름은 공자의 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공자가 하는 말 중에 ‘천재불용(天才不用:“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이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유래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조병무, 공자 왈, “덕 없이 머리만 좋은 건 아무 쓸모없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