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라비다!(Pura Vida)” 코스타리카 말로 하면 “인생은 즐거워”정도 된다. 길을 지나치다 보면 으레 건너는 인사말이다. 그 말을 새겨 열쇠고리로 선물하기도 한다. 모닝커피 한잔을 홀짝이는 코스타리카 사람들 얼굴을 보면 정말 낙천적이고 ‘뿌라비다’다.
코스타리카의 수도인 산호세는 해발 1180m 위치한 고산 도시다. 도시의 면면을 들춰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물론 중남미의 다른 나라처럼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것은 유사하다. 스페인 지배 당시에는 '빌라누에바'로 불렸다. 하지만 멕시코의 마야 문명이나 페루의 잉카 문명 등의 혜택이 없었으니 화려한 문명의 혼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성당, 국립극장 등에서 옛 풍취를 잠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코스타리카는 커피의 땅이다. 산호세 주변의 고산지대에는 커피농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웅대한 문명 대신 신이 이 땅에 내린 축복은 커피다. ‘사람들은 죽어서 천국에 가길 원하고 커피 애호가들은 죽어서 코스타리카를 가길 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산호세에서 커피 제조장을 둘러보는 것은 필수 코스다. 뭐 딱히 제조공장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삶 곳곳에서 커피 향은 가득하다.
화산재와 잦은 비가 빚어낸 비옥한 토양은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만들어냈다. 산호세 외곽의 길목에는 으레 커피농장이 산자락에 들어서 있다. 해발 1000~1500m에서 자라나는 커피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 커피는 정부에서 고급 품질인 ‘아라비카종’만을 재배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에서 아침마다 차를 마시는 습관처럼 이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도 커피를 즐겨 마신다. 산호세 중앙시장에 가면 대를 이어오는 커피가게도 있는데 주민들은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짜내듯 원두를 푸대 째 맡겨놓기도 한다. 식당 어느 곳에 가나 후식으로 이곳 커피가 나온다. 투박한 단지에 망을 넣어 내린 전통방식의 커피 한잔에는 독특한 향이 묻어난다. 커피콩이 갈라지지 않고 둥글둥글한 ‘피베리’라는 커피종류는 코스타리카에서도 최상급으로 쳐준다. 본토에서 맛보는 코스타리카 커피의 맛과 향은 정말 매혹적이다.
중미의 작은 수도는 ‘코스타리카 커피’ 외에는 국내에 딱히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외국서적을 뒤적이면 엉뚱한 의문이 솟는다. ‘론리플래닛’의 코스타리카편 두께는 웬만한 유럽 국가를 압도한다. 코스타리카는 에코투어의 땅으로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산호세의 도심을 잠시만 벗어나도 바로 녹색지대와 연결된다. 열대지역인데도 이곳에는 산이 참 많다. 또 화산, 초원, 늪, 열대우림 등 사막 빼고는 다 있다.
산호세 인근 생태 관광지인 라파즈 공원은 첩첩산중에 들어서 있다. 괴짜 청년이 처음 발견한 원시계곡에 공원을 조성했는데 큰 부리를 지닌 국조 투칸, 벌새, 희귀종인 빨간눈 청개구리 등이 울창한 삼림속에서 서식한다. 이곳에서는 코스타리카의 명물인 나비들의 변태과정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라파즈 계곡의 거대폭포들은 자연의 신비감을 더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포아스 활화산 역시 산호세에서 차량으로 불과 1시간 거리다. 화산에 가면 분화구 바로 옆까지 다가서 유황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산호세 거리의 무희들. 이곳 사람들은 늘 즐거운 표정이다.
활화산이 인근에 있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산호세는 살기 좋은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산호세에서 운영하는 놀이공원 입구에 가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건강한 아이가 아픈 친구를 돕는다.’ 어렸을 적부터 나눔의 정서를 배우고 살아간다. 공기도 좋고 치안도 괜찮다. 대통령 관저도 도심 한가운데 편하게 들어서 있다. 변두리 집들이 허름해 보여도 안에는 탄탄하게 갖추고 산다.
월드컵 본선에도 몇차례 진출했듯 산호세 사람들의 축구 열기 또한 대단한다. 축구장만은 대부분 잔디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광적이다.
도심을 연결하는 동네 주소들도 특이하다. ‘맥도날드에서 우측으로 20m, 좌측으로 10m'인 식이다. 몇 번지가 아니라 거리의 주요건물을 기준으로 자기 주소를 집주인이 스스로 정한다. 운전자들의 필수품인 내비게이션이 산호세에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여행팁 = 미국 LA나 멕시코시티에서 산호세까지 수시로 항공기가 뜬다. 인근 멕시코시티나, 쿠바 아바나와 연계해 중미 투어도 가능하다.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열대지역에 속하나 고산지대에 위치해 날씨는 연중 선선한 편이다. 화폐는 콜론을 사용한다. 주민들 다수가 스페인계 백인들이다.
이전 이미지
커피수확을 테마로 그려낸 벽화.
원본보기 1 / 10 경매번역 스페인어 번역사 "코스타"
http://cafe.daum.net/transauction/CYvr/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