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야외 영어수업을 한 번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5학년 수업을 야외에서 하기로 했다.
신체 표현을 배우는 단원이라서 운동장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설명하기로 하고 모둠별로 주변에 있는 돌, 나뭇잎, 풀 등을 이용해서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야외수업은 실내 수업에 비해 소리도 크게 질러야하고 질서를 잡기가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비가 와서 날씨도 선선하고 땅도 적당히 축축해서 그림을 그리기에는 딱 좋았다. 1, 2교시가 후다닥 지나가고 3교시에 짖궂은 남자애들 몇이 작은 청개구리를 몇 마리 잡아서 가져왔다.
청개구리를 가지고 와서 보여 주면서 "와악~~~~" 하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순진한 녀석들...
" 와아~~ 귀엽다." 하며 내가 덥썩 잡아서 놓아주자 오히려 자기들이 기겁을 하면서 "여자도 아니다"하고 투덜대며 간다.
이제 마지막 시간인 4교시..
모두 모이라고 말하는데 한 녀석이 담장위에 올라서서 중학생들이 뭘 하는지 본다.
"내려와... 유지훈 내려와.." 분명 들릴만한 거리인데도 모른 척 담장위에 붙어있다.
다시 한 번 "유지훈 빨리 안 내려와!!" 하는데
지훈이가 뭔가에 쫓기듯 담장에서 내려오고
중학교 여학생들이 흥분해서 "야 너 몇학년 몇반이야? " 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지훈이는 여유있게 아이들 틈으로 숨어버린다.
여학생들은 여전히 난리고 아이들은 친절하게 "5학년 1반 유지훈이에요"하며 냉큼 이른다. "너 뭐라고 했는데 누나들이 저러냐?"
지훈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 누나 박종훈 형아 좋아해? 하고만 말했는데 누나들이 갑자기 저래요"그런다.
별로 믿기지는 않지만 그리 큰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수업을 진행한다.
한 10분쯤 지나서 저쪽에서 애들이 웅성웅성 한다.
" 선생님 유지훈이 개구리 2마리나 죽였어요.."
"뭐? " 놀라 물어보니 "돌로 쳐서 죽였어요" 한다.
가서 보니 애들이 쭉 둘러 서있고 주먹만한 돌들이 떨어진 사이에 개구리가 뻗어있다. 아까 놓아준 그 개구리들인 것 같다.
순간 어쩜 저런 짓을 하나 싶어 획 돌아보니 변명이 이어진다.
"제가 그럴려고 한게 아니구요 얘가요 죽여보라고 했어요."
"죽여보란다고 죽이냐?!!"
머리를 쿵 쥐어박는다. " 아파 안 아파?"
"아파요"
"너는 꿀밤한대에 이렇게 아픈데 저런 돌에 맞아죽은 개구리는 얼마나 아팠겠냐? 빨리 묻어줘" 하면서도 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해진다.
정말 묻어주나 옆에서 지켜보는데 애들이 "선생님 개구리 살았는데요.."한다.
자세히 보니 2마리 다 살긴 살았는데 다리가 심하게 뭉개져서 3다리로만 움직인다. 뭉개져 있는 다리를 보니 다시 화가 난다.
"사람은 준대로 받는다는데 앞으로 저 개구리처럼 너도 다리가 부러지면 어쩌려고 그런 짓을 하냐."
지훈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애가 정말 반성을 해서 저러고 있나 아니면 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연극인가.. 얼굴을 살피다가 믿기로 한다.
설마 저러고 있는 개구리를 보면서도 연극을 한다고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지만 어쩐지 무엇하나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어수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