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내부 외 2편
당신께로 가는 길
매번 녹음을 겪는다
여차하면 퍼렇게 일어나서 사태를 일으킬 것 같은
저 진하디 진한 진액 덩어리
저렇게 허공으로 거대한 몸을 올리기까지
창세 무궁한 녹음을 건설하기까지
나무는 얼마나 수없는 밤을
바닥을 기며 크고 작은 고개를 넘었을까
얼마나 많은 색들을 잎마다 참으며
얼마니 여러 번 절벽 앞에 섰을까?
녹음은 제 속에서
혼자
꽃, 스스로 피고 지기를 얼마나 하였을까
오다가다 만난 빛줄기 이유 없이 때리고 내려쳐도
맨몸으로 맞으며
고요히 그의 내부
깊은 골로 흘려보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무는 흔들리는 가지 다독이며
초록을 키워냈을 것이다
그래서 나무의 언어는 늘 촉촉했던 것이다
계절이 한동안 수런거려도 나무는
젖은 몸 구부려 스크럼을 짰고
함께 단단해진 숲의 내부는
그래서 계절보다 깊고 환했던 것이다
택배상자 속 한 평 밭
첫눈 따라 찾아온 택배상자
이제는 짐 싸기 힘들어서 그만 보낸다 하시더니
날이 추워지니 부랴부랴 손이 또 움직였나 보다
행여 깨질세라 테이프로 돌돌 감은 호박 두 덩이
정갈하게 깐 완두콩
탐스러운 자주색 양파
신문지로 싼 무
쑥갓
풋고추
사이사이 끼어 넣은 쪽파
택배상자 속 한 평 밭
값싼 푸성귀만 보내서 미안하다고
멋쩍게 웃으시는 우리 어머니 깊은 고랑으로
눈이 내린다
아,
첫눈이다
울컥을 배달하는 첫눈이다
꽃 속의 꽃
꽃바람에 불려 나간 안양천
원색의 백일홍
빼어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어르신
본인의 다리도 녹록치 않아 보이는ㅡ
한 손은 휠체어 밀고
다른 한 손은 아내의 손 꼭 잡고
제자리걸음 하다시피
짧은 보폭으로 한 발 두 발
몇 걸음 떼고 숨 고르고
하늘 한 번 보고
땀 닦고
다시 떼고 ......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백일홍보다
잡은 손의 격려가
더 환하다
더디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노부부
꽃 속의 꽃이다
신인우수작품상 당선소감
제게 이렇게 기쁜 날이 오다니요...?
인생길에서 건강, 친구, 취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오던 중, 산
행 후기나 여행담을 얘기하면 , 친구들이 격하게 공감해준 그때부터, 막연하게
시를 품었던 것 같습니다.
시 창작반 문을 두드린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
다른 사람에게 들리면 어쩌나 걱정하였으니까요.
그러나, 버거운 일상이 시를 밀어낼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쁜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
습니다.
저를 알고 계시는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더딘 걸음걸음이지만 열심히 걷
겠습니다.
제가 시에서 위로를 받았듯, 다른 어떤 분도 제 시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
습니다.
막막한 길 길잡이가 되어주신 구로문화원 시창작반 손옥자 선생님께 진심
으로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형제자매 같은 문우님들 감사
합니다. 적극 응원해준 우리 가족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의 작품 어여삐 여겨주신 심사위원님과 시문학사 관계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인사 올립니다. 열심히 쓰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드디어 시인이 되셨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축하 추카추카^^
*광주 출생
*구로문화원 손옥자 시교실 회원
*시밭가꾸기 동호회 회원
*2022년 우수콘텐츠잡지 시문학 제8월호 104쪽 부터 ~ 111쪽에 실린 시입니다.
전옥심 샘 축하드리구요
나타샤님 일일이 다 써야 했을텐데 수고 하셨습니다
까페에 가입한지 오래인데 여태 몰랐었네요.
이렇게 좋은 시 쓰시는 전옥심 선생님 건강 빨리 회복하시어 나오시길 기다릴께요